언젠가 라디오 프로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 마음속에 ‘한’을 만들지 말라고.. 그 한을 만들지 않는 부모가 아이에게 가장 좋은 선물을 하는 것이라고..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충격을 받았다. “한”이라고 할 것까지는 아니어도 나 역시 부모님께 서운함을 갖고 있었으니까... 아무리 잘 키우고, 아무리 공평하게 키운다고 하지만 아이를 키워보니 아이들 입장에서 부모는 공평한 존재는 아닌 모양이다. 늘 엄마는 형 편이야, 혹은 동생 편이야 라는 소리를 듣게 되니까.. 그래서 아이들을 키우는 건, 특히나 마음속에 서운함이나 한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어린 시절 아이에게 부모란 계시다는 것 하나로 힘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좀 무서우면서 슬픈 책을 읽었다. 부모가 없는 모든 아이들이 이렇게 자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 시절 아이들에게 부모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낳았다고 해서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부모가 될지는 어른인 우리가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아이 탓을 할 게 아니라...
아동복지 시설의 보육교사 마사에는 25살의 연하 남편과 살고 있다.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 불고기 집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그곳에서 별의 아이들 학원에 함께 있었던 아이코를 만나게 된다. 아이코에게 말을 걸었던 마사에는 그날 저녁 남편과 함께 화재로 목숨을 잃는다. 이들 부부를 죽게 한 사람은 누구일까? 아이코의 인생을 쫓아가니, 그녀의 악행이 들어난다. 그녀는 왜 괴물이 되어 버린 것일까? 부모의 이름도 몰랐고, 부모에 대한 추억도 없는 그녀에게 유일한 위안은 엄마가 남겼다고 하는 하얀 구두. 그리고 마지막에 나타난 엄마의 모습.
별의 아이들 학원에도 서열이 존재했다. 양친이 살아 있으나 사정이 있어서 함께 살 수 없는 애들이 가장 위였고, 두 번째는 엄마가 있지만 사정이 있어서 함께 살 수 없는 아이, 세 번째는 아빠가 있지만 사정이 있어서 함께 살지 못하는 아이, 네 번째가 양친은 모두 없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어서 사랑받는 게 무엇인지는 알고 있지만 사정이 있어서 함께 못 사는 아이, 다섯 번째가 아무도 없지만 양친이 있던 걸 증명할 수 있는 아이. 여섯 번째가 나였다. 아무것도 없는 아이. (129)
아이코의 행동을 보면 무섭다. 그리고 잔인하다. 인간이면서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하고 방화를 저지를까? 훔치는 것은 기본이고 사기와 유괴는 애교가 될 수 있을까? 어쩜 이렇게 이기적이고 무심할까? 조금이라도 상대에게 질투가 느껴지면 어떻게든 잔혹한 짓을 한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남이 갖는다면 빼앗아야 하고, 느끼지 못하게 해야 하므로.. 하지만 아이코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한편으로 아프기만 하다. 아이지만 아이일수 없었던 어린 시절. 몸은 아이지만 마음은 어른으로 살아야 했던 아이코. 한 번도 다른 이들에게 따스한 시선 받아 본적 없는 아이. 아이코가 살아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끓어오르는 분노가 아니었을까?
나중에 아이코의 엄마가 하는 이야기는 아프다 못해 쓰리다.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했더라면 좀 나은 인생을 살았을까? 자신을 조금이라도 사랑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까? 이 소설은 너무 극단적이다. 과연 현실에서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섭다. 하지만 그렇게 때문에 긴장감을 유발한다. 내 주변을 그리고 우리 식구를 생각하게 된다. 낳았다고 그냥 부모가 된 것은 아닌지, 나는 부모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주고 있는 것인지, 나를 생각하게 한다. 아픔을 기초로 해서, 분노를 기본으로 해서 자라는 아이가 없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