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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

[도서] 뇌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

정재승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지금도 기억나는 영화의 한 장면이 있다. 스타쉽 트루퍼스 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곤충 외계인인 우두머리가 사람의 두뇌를 빨아 먹는 장면. 사람의 지식과 지능을 빨아 먹는 무서운 외계인. 만약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공부 잘하는 사람의 뇌를 빨아먹는(?)다면 공부를 하지 않아도 공부를 잘 할 수 있을까? 너무도 잔인한 상상이지만 지식과 지능을 가져올 수 있다면 그런 욕심을 내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과학적으로 이건 가능하지 않다고 한다. 기억이 단백질의 형태가 아니라, 뇌 세포들이 서로 연결되는 과정을 통해 전체적인 네트워크 속에 저장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기억이 단백질이라면 우리는 힘들게 공부하지 않아도 ‘기억 단백질’을 이식하거나 캡슐을 넣어 먹음으로써 똑똑해질 수 있다. 하지만 뇌 세포들의 네트워크를 어떻게 이식하겠는가?

 

이 책을 보면서 평소 궁금했던 영화와 과학의 관계를 생각하게 되었다. 혹자들은 일일이 과학적 사실을 따진다면 상상을 마음대로 할 수 없어. 이렇게 이야기 할 테지만 나는 재미있었다. 상상력은 상상력이고, 과학적 근거를 따지는 건 과학자들이 하면 되는 거니까. 지금 당장은 과학적으로 안 될 수 있는 상상력도 시간이 지나 더 과학이 발달한다면 이룰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모두 2개의 파트로 되어 있다. 첫 번째는 인간의 뇌와 영화를 연관 지어 이야기 했고, 두 번째는 생명공학과 영화를 연관해서 이야기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생명공학 쪽에 더 관심이 갔고 더 재미있었다. 많은 영화와 이야기 중 몇 가지 기억에 남는 부분만 이야기 하고 싶다.

 

1. 주유소 습격사건을 통해 본 폭력이라는 주제.

사회학자들은 오랫동안 인간이 가진 폭력성의 근원을 연구하고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노력했다. 여러 환경요인들이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의 폭력적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그에 따른 사전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었지만 완전히 뿌리를 뽑지 못했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폭력 성향이 생물학적인 원인에 의해 야기 될 수 있다 주장하고, 극단적인 과학자들은 폭력과 범죄가 일종의 질병이라고 여기며 범죄자들은 유전적으로 열등한 존재로 생각하지만 만약 우리의 아이가 폭력 성향을 일으키는 생물학적 요인이 타고났다면 미리 범죄 예방 프로그램에 참여 시킬 수 있을까? 인간이 가진 폭력. 이건 아직 과학적으로 뚜렷하게 말할 수 없다는 것만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2. 에일리언으로 본 인간 동면

인간이 겨울잠을 잘 수만 있다면 가능한 이야기라고 한다. 세포 활동 등 체내의 대사 속도를 100분의 1로 저하시키면 된다. 원리적으로 가능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상태를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 하느냐가 문제다. 저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약 1시간. 오래 지속되면 장기의 세포들이 손상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현재의 과학 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앞으로 더 발전하게 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게 언제 일지 모르겠지만.

 

3. 조의 아파트로 보는 바퀴벌레의 생명력

바퀴벌레는 약 3억 5000만 년 전에 지구에 출현해 지금까지 살고 있는 생물이다. 따지고 보면 바퀴벌레가 진정 지구의 주인이 아닐까? 바퀴벌레의 종류는 약 4000종.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대략 30종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한 인간이 지금까지 바퀴벌레를 없애기 위해 투자한 연구비만 1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바퀴벌레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상당히 똑똑하다고 한다. 3억년동안 갈고 닦인 번식력과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는 식성. 자기 몸의 몇 천배 높이에서 떨어져도 끄떡없는 운동신경, 주어진 환경에 맞게 생활 패턴을 바꿔가는 적응력. 그래서 박멸은 커녕, 핵전쟁이 일어나 인류가 멸망해도 살아남을 유일한 생명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4. 드라큘라는 광견병 환자

과학적으로 해석해서 재미가 반감되는 흡혈귀의 전설. 1720년 유럽에 창궐했던 광견병. 영화나 소설에서 묘사된 흡혈귀의 모습과 행동이 광견병 환자의 증상과 매우 흡사하다고 한다. 광견병에 걸리면 성적 욕구가 강해지고 마늘 냄새 같은 자극적인 냄새에 민감해지기 때문에 싫어한다고 한다. 결국 흡혈귀 전설은 풍부한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당시 광견병 창궐로 인한 시대 상황을 반영한 것은 아닐까?

 

이 밖에도 재미있는 이야기는 많다. 스파이더맨은 영화일 뿐 실제로는 과학이 발달해도 가능하지 않다는 이야기, 에볼라 바이러스를 주제로 한 아웃브레이크의 오류는 원숭이 였다는 점(바이러스 집단 발병의 원인인 원숭이는 실제로 아프리카에 살지 않는 남미 산 이라는 점), ET의 모습을 진화라는 생물학적 개념으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런 모습은 아닐 거라는 점(미래 진화된 우리의 모습이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당 ㅋ). 방귀 점화 실험 프로젝트의 성공, 최면상태에서 하는 기억이 거짓 기억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 등 흥미진진하다.

 

이 책은 큰 녀석 덕분에 만났다. 서점에 나가면 아이들과 항상 헤쳐 모여를 하는데, 1시간이라는 시간동안 자유롭게 책을 보고, 사고 싶은 책을 고르는 시간. 이 책과 함께 선택한 것은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물리학자는 큰 아이가 먼저 읽고, 이 책은 내가 먼저 읽게 되었다. 회사를 다닐 때까지는 영화를 자주 봤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는 영화랑 멀어졌다. 그래서 책에 있는 영화 중 안 본 것이 더 많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영화와 과학이 이렇게 밀접하구나 싶어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영화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아니 영화는 인생 뿐 아니라 모든 생활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와 과학이 만나면 재미는 반감될지 몰라도, 영화 속 과학을 아는 것은 또 다른 상식과 만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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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란하늘

    이 책 재미있을것 같습니다. 제가 영화를 좋아하니 영화와 과학을 연결시킨 시도가 책의 퀄리티를 떠나서 매우 흥미로와 보입니다. 찜해봅니다.

    2013.02.28 14:58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이 책 재미있어요. 일단 영화랑 같이 생각할 수 있어 좋구요. 영화에서 가능한 것이 실제로는가능하지 않다는 것도 재미있답니다. 일단 작가가 글을 재미있게 쓰네요. ^^

      2013.03.01 22:27
  • 깽Ol

    재밌네요. 근데 헉!할 내용이 많을 것 같아서 직접 보기는 살짝 꺼려지지만요.ㅋ
    스타쉽 트루퍼슨가 하는 영화의 인상 깊으셨다던 내용은 영..;;;; 무서으면서 끔찍해요.
    흑흑... 공포 영환가봐요...ㅠ
    요즘 울 큰 이쁜이의 책 선태 폭이 참으로 다양하네요. 이쁜그~
    과학이라는 쉽게 친해지지 않는 분야를 '영화'라는 매개로 만나는 시간이 흥미롭긴
    했겠어요. 근데 공포 영화가 많이 나오나봐요...으으으..

    2013.02.28 22:38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재미있어요. 잔인하다기 보다는 그게 과연 현실에서 맞는가를 과학적으로 들려주거든요.
      공포영화는 아니구요... 미래 영화였답니다. ^^
      큰 아이가 이런 쪽으로 관심이 많아요. 과학쪽은 특히더...
      요즈음은 환경쪽도 공부하고 싶어하구요...
      덕분에 저도 같이 만났답니다.. 아주 재미있게... ^^
      공포가 좀 많이 나왔나요? ^^

      2013.03.01 22:29
  • 스타블로거 ne518


    바퀴벌레 종류가 그렇게 많군요
    지구를 쳐들어온 우주인을 바퀴벌레처럼 나타낸 영화도 있죠(만화도 있어요)
    바퀴벌레가 정말 그렇게 되면 무서울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에는 아주 큰 것도 있다던데...
    영화와 과학, 재미있겠습니다


    희선

    2013.03.01 01:58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그쵸? 저도 처음 알았어요. 이렇게 종류가 많구나...
      우주인이 바퀴벌레 같으면... 어떤 느낌일지 굉장히 무섭고 징그러울것 같아요.
      작은 것도 무섭고(?) 징그러운데...
      하지만 읽는건 좋아요. 재미있거든요. ^^

      2013.03.0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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