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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의 집

[도서] 토우의 집

권여선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초등학교 입학 전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 살던 동네는 2곳이다. 한 곳은 방 두 개에 부엌이 있고, 화장실은 밖으로 가아야 하는 구조. 담장 앞에는 시멘트로 만들어진 쓰레기통이 있고, 담장에는 나팔꽃이 있었다. 시멘트로 길을 단장(?)하지 않았기에 비가 오면 흙탕물로 질척해지곤 했지만 눈이 오면 온 동네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드느라 정신없던 곳이기도 했다. 조금만 더 가면 산이 있어 봄에는 아카시아 꽃을 따먹기에 여념이 없던 곳.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한 동갑내기 친구가 있었던 곳. 엄마한테 혼나면 쓰레기통 옆에 쪼그리고 앉아 울었던 어린 시절의 내가 있던 곳이다.

 

이후 살림이 피면서 앞마당과 뒷마당이 있는 단독 주택으로 이사를 했는데 이사와 동시에 아빠 사업이 힘들어져 그 집하면 생각나는 건 엄마의 부업이다. 그 집에선 5년 남짓 살았나? 내 생애 가장 넓고 큼직한 집이었기에 지금도 가끔 꿈속에 등장하는 집. 하지만 그 집에선 좋은 기억이 별로 없었다. 사는 동안 내내 엄마는 아팠고, 나는 외갓집에 보내졌고, 엄마가 아팠기에 무관심 속에 버려졌었다. 또한 엄마와 내가 상극이라 둘 다 아픈 거라며 굿을 했고, 굿 판 속에 떨어야 했던 곳이다. 오랜 시간 아팠던 엄마는 뭔가를 잡고 싶은 마음이었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왜 나만 그곳에 있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예뻐했던 강아지를 두 번이나 잃었던 그 집. 별로 좋은 기억이 없어선지 이후 그 동네는 가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린 시절이 행복하고 풍요로웠다면 좋겠지만, 나는 많이 행복하지도, 많이 풍요롭지도 않았다. 하지만 가끔 생각나는 어린 시절이 소중한 것은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슬픈 기억이든 좋은 기억이든 그 시간으로 인해 단단해지고 탄탄해진 내가 된 거니까. 묘한 소설을 만났다. 슬프기도 하고 아프기도 한 소설. 해피 엔딩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반길 만한 소설은 아니지만 여운이 남는 소설이기도 하다.

 

동네에는 산이 하나 있다. 삼악산이라 불리는 산인데 남쪽 면으로 경사가 완만해 집들이 지어졌다. 평편한 곳에는 잘사는 사람들, 중턱에는 중간쯤(?) 사는 사람들, 산꼭대기에는 월세 사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물집에 어느 날 새댁 네가 이사를 온다. 우물집에는 아들 둘 금철과 은철이 있고, 새댁 네에는 딸 둘 영과 원이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 동네. 새댁 네는 사람들의 시샘의 대상이다. 배운(?) 사람인 듯 한 일필휘지 글씨. 잉크병과 펜대, 펜촉을 가지고 다니고 보통 아줌마들이 하루걸러 아이들을 패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았던 것. 은철과 영은 동갑내기 친구이자 동네 스파이. 그래서 동네 사람들의 이름을 알아내고 동네에 떠도는 소문을 수집(?)한다. 담이 있지만 이들은 한 가족인 양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 그게 흉인지도 모르고 남의 이야기를 했던 사람들. 하지만 어느 날 원이네 아버지가 양복 입은 사람들에 의해 끌려가고 비극이 시작된다. 또한 금철에 의해 은철이 다리가 다치면서 한 가족 같았던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이들은 고립되어 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가족의 비극이 마음이 아프다.

 

어른이 되는 과정이 이렇게 매섭고 아팠던가? 어른이 되는 대가가 이렇게 혹독해서야... 이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의 어린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그 때 그 동네에서 그런 일이 있었지... 하며 웃을 수 있는 기억이면 좋겠는데... 단지 웃을 수 있는 기억은 아닌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추억이 대세다. 추억하면 10대의 사춘기와 20대 초반을 생각하게 되지만 그보다 더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건 쉽지 않다. 기억의 왜곡이 있을 수 있으니까. 아픈 책이다. 떠난다고 해서 기억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떠나기에 새롭게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픈 어린 시절이지만 은철과 원은.. 서로가 있어 그나마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 둘의 아픔에 말없이 어깨를 토닥여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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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관심가던 책인데 결말은 해피엔딩 아니군요...

    2014.12.24 15:20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이 책 참 묘해요. 완전 슬프지도 않으면서 슬픈... 해피엔딩이 아니예요.

      2014.12.25 23:04
  • 파워블로그 블루

    좋은 기억만 간직하지 않은 곳인데도 이상하게 어릴적 살았던 곳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걸 보며 나이가 들수록 과거로의 회귀본능이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인가 TV 인간극장에서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현재는 기억하지 못해도 과거는 상세하게 기억하는 걸 보고는 그런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이 책,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었는데요. ^^

    2014.12.24 16:0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맞아요. 가끔 어릴 때 생각이 떠오르면 참 묘해요.
      기억으로만이 아니라 꿈에 나타나도...
      그래서 치매 걸린 할머니들이.. 과거는 잘 기억하는지도.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돌아가고 싶기도 한가봐요.
      책 제목은 참 좋은데... 이야기는 좀 슬프네요.

      2014.12.25 23:06
  • 파란하늘

    아픔이 성숙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게 되네요.
    꿈날자님, 메리 크리스마스^^
    행복한 성탄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2014.12.24 16:5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요즈음도 여전히 바쁘세요? ^^
      이 바쁜 와중에 이벤트도 여시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너무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

      2014.12.25 23:06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