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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빛깔들의 밤

[도서] 모든 빛깔들의 밤

김인숙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상상으로라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다. 바로 내 아이가 나를 떠나게 되는 것. 올해는 가슴 아픈 일이 참 많았다. 왜 이렇게 사건 사고가 많았는지 밤새 안녕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런 한 해였기에 지금 내 곁에서 웃는 내 아이들이 감사할 따름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만난 김인숙 소설은 그래서 미치도록 마음이 아프다. 실제 겪지 않으면 알지 못할 마음속의 울분과 분노. 누구를 향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들은 지금 이 시간도 생각의 심연 아래서 떠오르지 못할 것 같다.

 

그날. 아내와 8개월 된 아이는 기차를 탔다. 희중도 일이 끝나면 기차를 타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뵈려고 했었다. 하지만 희중의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날 기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으니까. 기차 안에서 아내 조안은 아이를 살리고자 밖으로 던졌다. 하지만 조안은 살고 아이는 죽었다. 조안은 사고의 충격으로 심인성 기억상실증에 빠지고 자신이 아이를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는다. 희중은 그런 모습을 보며 극심한 비통함에 사로잡히지만 내색할 수 없다. 그리고 한 남자가 있다. 기차 사고가 났을 때 그 앞을 지나던 사람. 건달들과 시비가 붙어 도망치던 중 폭발음이 들리고 집으로 돌아온 백주에게 죽은 귀신들이 달라붙는다. 이후 시간이 흘러 한 아파트 417호와 517호 위 아래로 살게 된 희중 가족과 백주. 백주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너무 크다며 417호에 항의를 하고 희중은 자신 집에는 아이가 없다며 화를 낸다. 백주가 듣는 울음소리는 무엇이고, 희중은 어떤 비밀을 가졌기에 삶이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일까?

 

나는 모른다. 아니 알고 싶지 않다. 겪고 싶지도 않고, 체험 하고 싶지 않다. 이 세상에 나와 얼마 살다가지 못한 아이를 바라본다는 것. 그 고통이 얼마나 클지 그 고통으로 인해 감내해야 할 고독이 얼마나 짙은지 그 어떤 것도 알고 싶지 않다. 그 우울과 슬픔의 늪에 빠지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면서 온 몸이 아픈 듯 쑤시고 절여 왔다. 책을 읽을 때 대부분 주인공이 되어 그 사람의 내면을 이해하려고 하는 편인데 이 책에선 그게 쉽지 않았다. 주인공과 동일시하는 순간. 나에게 혹 그런 아픔이 올까봐. 미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현실이 되어 버린 주인공의 아픔이 무겁고 애달팠다.

 

가능하면 불행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불행이란 녀석은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그리고 로또 복권 마냥 누구를 겨냥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 로또 복권에 내가 당첨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 수밖에. 아이를 잃은 불행은 처음엔 잘 모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세상은 변하지 않았는데 내가 변했다는 사실 때문에 고통스럽다. 왜 그 고통이 나에게 왔어야만 했는지 생각하기 시작하면 세상이 미워질 것 같다. , , 왜 라는 의문. 나는 착하게 살았는데 왜 나에게 왔을까 하는 억울함과 분노. 그 분노가 어디로 향할지 모르기에 사람은 정신을 놓는 건지도... 바른 정신으로 살 수 없기에 정신을 놓는 것으로 탈출구를 찾는 건지도...

 

때론 그런 이야기를 한다. 내가 한 잘못들. 혹은 내 조상이 한 잘못들. 결국 다음 대에라도 그 잘못의 대가가 오는 것이라고. 그래서 착하게 살아야 하고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모르겠다. 조상들이나 다른 어른들의 잘못으로 내 아이가 혹은 내 대에서 불행이 찾아온다면... 그것도 인정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이들에게 찾아온 불행 때문에 어쩜 이들은 행복자체를 포기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하루 하루 행복하고 싶다. 아니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다. 미래를 위해 오늘 참아야만 했던 행복. 어쩜 참아야만 했던 행복이 다시 오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불행은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찾아오지만 행복 또한 그런 것 같다.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모든 것이 갖춰진 상태를 기다리며 행복을 미루는 일. 이건 어리석은 일이다. 누릴 수 있고 행복할 수 있을 때 많이 행복하면 좋겠다. 작은 행복으로 언젠가 찾아올지 모를 불행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아픈 소설이라 리뷰 쓰는 게 쉽지 않았다. 나 역시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니까. 아이에게 만큼은 불행이 아픔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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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읽는여자

    저도 리스트에 있는 책인데....내용은 쉽지 않겠네요 ㅠ

    2014.12.27 15:47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내용 쉽지 않아요. 특히나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리뷰 쓰는게 참 힘들어요.

      2014.12.28 11:39
  • 아름다운그녀

    전 영화도 자식 잃은 작품은 끝까지 못 보거든요. 맞아요. 깊이 공감합니다.
    올해의 세월호 사고는 평생 기억에서 안 지워질 듯...
    아픈 소설이네요. 그저 이 생, 선물처럼 주어진 이 인생을 소중하게 살아가고 싶답니다.

    2014.12.27 18:19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봐요.
      그래서 이런 내용도 그렇고 세월호 사건도 그렇고... 넘 아프더라구요.
      근데 산사람은 살아야 하니... 정신을 놓고 싶은 마음도 이해가 되더라구요.
      때문에 지금 주어진 내 삶.. 열심히 살고 싶더라구요.

      2014.12.28 11:40
  • 라떼

    자신은 죽어도 아이만은 살리고 싶은 엄마의 모성이 안타까운 죽음으로 이어졌군요.
    아이가 부모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어머니의 마음이 작용한 탓이 아닐까 싶어요.
    불행이나 행복이 불현듯 찾아온다는 말에 공감이 가는 면이 있긴 해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쉽게 쓰기 힘든 리뷰였나봐요.

    2014.12.27 20:0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맞아요. 자신은 죽더라도 아이는 살리고 싶었지만 그 판단에 의해 아이가 죽고
      엄마는 살았지요. 자신때문에 아이가 죽었다는 걸 잊고 싶어하고 잊으려 하지요.
      안 그러면 살 수가 없으니까요.
      저는 이런 내용... 솔직히 힘들어요. 아이를 잃은 부모의 입장을 그대로 흡수하게 될까봐... 그 우울이 오래갈까봐요.

      2014.12.28 11:41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