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가장 걱정했던 것은 학교 폭력이었다. 집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 그건 내 시야에서 아이가 멀어지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학교 안에서 친구를 만들고 그곳에서의 생활이 즐거움으로 가득하면 좋겠지만 현실이 어떤 모습이 될지 모르기에 나는 지레 겁먹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1년의 시간이 흘렀고 다행히 아이는 중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폭력이나 친구 혹은 선배들의 이야기는 늘 조금의 불안감을 동반한다. 그 아이들이 어떤 길로 인도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책을 읽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학교 아이들이 등장하는. 하지만 내용은 좀 답답하다. 왜 빠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왜 학교와 선생님 그리고 부모가 적극 개입하지 않았는지 솔직히 이해할 수 없다. 아이가 늦게 들어오고 돈을 가지고 나가는 것을 사춘기의 한 단면으로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읽는 동안 이 책이 불편했는지 모르겠다. 가끔 생각해 본다.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은지.. 내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친구를 혹은 선배를 잘못 만나 이렇게 되었다고 하소연하는 것. 이것도 좀 그렇다. 만약 그렇다면 조금 일찍 그 선을 끊어주는 것도 필요할 테니까. 힘들기 전에 알았다면, 더 깊숙이 빠지기 전에 알았다면 이렇게 까지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정수는 평범한 아이다. 그런 아이가 어느 날 부터인가 늦게 들어오고 돈을 자주 빼가기 시작한다. 정신은 멍해지고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한 아이. 그 아이 뒤에는 철규라는 아이가 있고 그 아이와 친해지면서 정수는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되는데...
지나치게 감정적이지 않고, 일상처럼 이야기하기 때문에 난 더 답답했다. 너무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것 같다고나 할까? 아이가 3년 동안 힘들어 했다. 그렇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고 아이를 도와 줬어야 하는 것 아닐까? 나에게 아이가 있어선지 이런 태도 자체가 너무 싫다.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은 그래서 너무 오래 질질 끌어온 관계들이 싫다. 정수라는 아이는 하나도 잘못한 것이 없고 오로지 철규라는 아이에게만 잘못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싫다. 미적절한 대응 때문에 또 많은 아이가 정수 대용(?)으로 철규의 밥이 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학교 폭력에 정답이 없는 걸 나도 어렴풋이 안다. 피해자는 죄인처럼 지내고 가해자는 당당하게 지내고 있다는 것도 화가 나는데 갑자기 급 희망적으로 끝나는 것 자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부모의 입장이 아니라 아이 입장에서 그 아이가 얼마나 아파했는지를 보여줬다면 아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진짜 이야기, 진짜 속마음은 다 뺀 상태에서 부모의 우유부단함만 본 것 같아서 이런 책 정말 별로다. 얼렁뚱땅 해피 엔딩으로 넘어가려는 이런 모양새라니...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나지 않고 찝찝함을 더했기에 답답하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