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교실 혹은 완벽한 가정, 완벽한 국가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예전엔 완벽한 세상이 존재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했다. 지금 현재 내가 힘들어도 내가 노력하면 그런 세상에 입성(?)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하지만 나는 안다. 세상에 완벽한 곳은 없다. 완벽하다 말하는 바로 그곳이 어쩜 제일 허상에 가까운 세상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소년 사샤의 꿈은 소비에트 소년단에 입단하는 것이다. 소년단에 입단하기 하루 전 아빠가 비밀경찰에 끌려간다. 아빠는 누군가의 실수에 의해 끌려갔고, 위대한 지도자 스탈린 동지가 모든 것을 바로 잡아 줄 거라 믿었던 사샤. 하지만 다음 날 학교에서 뜻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한다. 바로 소년단 발대식에 쓸 깃발을 가지고 교실로 돌아가다 스탈린 동상의 코를 부러뜨리고 만 것.. 이 일로 학교는 바칼 뒤집어 지고 범인을 찾기 위해 의심스런 친구의 이름을 적기 시작하는데...
이 세상에 완벽한 분배가 가능할까? 완벽한 분배가 가능하다면 사회주의 국가에서 주장하는 것들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들의 능력은 모두 제각각이고 특성도 제각각이다. 누구는 1시간에 10만큼의 능력을 발휘하지만, 누군가는 1시간에 5만큼의 능력을 발휘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모두 똑같이 분배한다면 그게 정의로운 것일까?
어제의 이웃을 의심하고 고발하며 채운 완장이 과연 떳떳한 것이었을까? 어제는 아버지에 의해 학교의 영웅이었지만 아버지가 비밀경찰에 끌려간 뒤, 사샤는 아무에게도 신뢰받지 못하고 교실 뒷자리 아이로 전락하게 된다. 하늘처럼 믿었던 체제. 당연하다 생각했던 체제는 어느 날부터 사샤를 옥죄는 공포가 된다. 믿어 의심치 않았던 체제에 사샤는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기회를 잡기 위해 고발하는 인간들을 보며 권력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루비얀카 교도소에서는 누구나 자백을 하지. 우리는 사람들의 입을 열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 (134) 잘못하지 않아도 자백할 수밖에 없는 그곳 교도소. 아버지는 지금 그곳에 있다. 그리고 사샤에게 제의한다. 우리에게 신고할 거리를 잔뜩 가져오라고. 공공의 목적을 위해 개인은 기꺼이 희생해야 한다고... 이제 겨우 초등학생인 아이가 짊어져야 할 사상의 짐은 너무 무겁다.
이제 겨울 열 살이 아이에게 세상은 말한다. 가족, 친구를 밀고해 그래야 네가 살아. 하지만 사샤는 깨닫는다. 어떤 것이 좋아질 세상일지를... 만약 우리에게 이런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우린.. 과연 정의로울 수 있을까? 완벽한 세상이었다고 생각했던 체제가 사실은 추악함을 품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사샤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떤 체제든 완벽한 체제는 없는 것 같다. 다만 수정하고 보완하려는 인간의 노력이 필요할 뿐. 가벼운 내용이 아니고, 다소 무거운 주제일 수 있지만 아이와 함께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생각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