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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

[도서] 모나코

김기창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그런 생각을 했다. 건강하고 돈이 있다면 늙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하지만 건강하고 돈이 있다고 해서 젊잖게 늙어가는 건 아니다. 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이 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나이가 들면 몸에서 냄새가 나고, 은연중에 젊은 친구들에게 대접 받기를 원한다. 내 젊은 시절은 이랬으니 너희가 나를 대접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 나이가 들면 지혜롭고 세상을 보는 슬기로움이 존재할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노인들이 더 많다. 자신의 생각만 옳고 자신의 뜻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 젊은이를 보면 혀를 끌끌 찬다. 그리고 습관처럼 말한다. 늙으면 죽어야지.. 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 또한 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하고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듣는 노인들. 60세 이상은 노인 축에도 끼지 못한 다는 요즈음 어떻게 늙고 어떻게 죽어가는 게 행복한 것인지 생각이 많아진다.

 

좋은 집에 돈도 많고 취향도 고급스러운 할아버지. 이 할아버지는 남들 눈에 모든 것을 다 가진 풍요로운 노인이다. 고급스런 삶을 살고 있지만 정작 이 할아버지는 죽는 날만을 기다린다. 이 노인 곁에는 가사도우미 이 있고 이웃에 사는 젊은 미혼모 을 좋아한다. 진을 좋아하는 노인은 이런 감정에 당황하지만 그런대로 그 감정을 즐기기도 한다. 미혼모 역시 이런 노인의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노인의 관심이 싫지 않다. 그럼에도 노인은 동네에서 고약하고 인색한 노인으로 치부된다. 간혹 찾아오는 둘째 아들은 노인과 진의 관계를 의심하며 심부름센터 직원을 고용해 이들을 지켜보는데..

 

돈이 있다면 조금은 자유를 누리며 노년의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아내와 친구가 모두 죽고 혼자 남은 노인에게 남은 건 돈 뿐이다. 보고 들은 것이 많고, 배운 것도 많지만 주변사람들은 그를 고약한 노인으로 생각한다. 아무것도 새로울 것 없고, 신기할 것도 없는 그는 죽는 날만 기다린다. 그러다 만난 미혼모 진. 그녀를 향한 욕망이 존재함에 당황하고 놀라지만 그게 결코 외설적이지 않다. 마지막 불꽃이랄까? 그렇게 스스로 불태우는 촛불처럼 열정을 보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노인은 아무도 없는 집에서 죽어간다.

 

죽음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두렵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외롭게 죽어간다는 것. 그건 잘 모르겠다. 내가 그렇지 말라는 법은 없고, 누구도 외로운 죽음에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이 책의 주인공인 노인은 여느 노인과는 다르다. 후덕하거나 느긋하거나 편안한 스타일의 노인이 아니다. 돈 많고 취향이 고급이며 요리를 잘하고 아는 것도 많다. 냉정하고 차가운 농담도 아무렇지 않게 내 뱉으며 누구에게도 상처 받을 것 같지 않은 강인한 멘탈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어 버린 것은 스스로 벽을 만들기 위한 제스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돈은 있지만 주변에 사람은 없는 노인. 한없이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그렇기에 외로움이 두드러진다

 

마흔이 넘어가면서 나는 늘 생각한다. 나는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나는 어떻게 나이 먹어갈 것인가? 일정한 틀 안의 나로 늙어가고 싶지 않기에 책을 읽고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토론도 하지만, 이런다고 내가 지혜로운 노인이 될 수 있을까? 점점 늙어가는 게, 나이 드는 게 무섭다. 나이에 맞지 않게 가볍고, 진중하지 못한 사람이 될까봐. 그 나이에 맞는 지혜로움이 없을까봐.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다양한 모습의 노인들을 만난다. 인자하고 따스한 어르신도 있지만 화부터 내는 인색한 노인도 많음을 나는 안다. 점점 더 노인의 인구가 늘어날 것이다. 그와 비례해 고독사하는 노인 역시 늘어나지 않을까

 

내 마지막을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무시해서도 안 되는 것 같다. 눈을 감는 그날 까지 생각이 깨여 있고, 사고가 자유로운 내가 되고 싶지만 그게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인 줄 알았는데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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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ne518


    저는 나이를 먹어도 마음이 지금과 다르지 않을 것 같기도 해요 지금 마음은 이런데 그때가 되면 달라질지... 무슨 일이든 유연하게 받아들이면 좀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신만 옳다 생각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마음 써야겠네요 책이라도 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좀 낫겠죠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책으로는 이런저런 생각을 만날 수 있잖아요 그게 다는 아니지만... 돈은 많지만 곁에 사람 없는 사람 하니, 《지푸라기 여자》에 나온 돈 많은 사람이 생각나기도 하네요 사람 사귀는 건 쉽지 않지만, 한두 사람이라도 잘 사귀면 좋겠죠


    희선

    2016.04.30 01:11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마음이 지금과 다르지는 않을 것 같아요. 다만 그렇기 때문에 실수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젊은 사람들이 보기엔 주책 같아 보일 수도 있구요.
      그냥... 어떻게 하면 좋은(?)노인이 될까 생각하게 됩니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 돈 이상의 그 무엇이 있어야 하는 것 같구요

      2016.05.01 13:12
  • 등대

    아름다운 노인이 되어야겠지요
    꿈님, 40대면 아직 젊으신거에요, 청춘이나 마찬가지에요
    그리고 마음이 아름다우시니 노년도 반드시 아름다우실거에요
    자만심을 가지세요

    2016.04.30 14:25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100세 인생을 생각하면 그렇겠지요? ^^
      그렇기 때문에 아름답게 나이 먹고 싶어요.
      그게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고 싶구요. ^^

      2016.05.01 13:13
  • 파워블로그 언강이숨트는새벽

    저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네요. 중간 리뷰만 올렸던지라..^^
    제 생각엔 그 고독도 그가 선택한 적극적 노년이잖아요. 나쁘지 않더라고요.
    다만 , 죽은아내와 상상 통화하는 데에선 ..좀 쓸쓸하긴 했어요. (속으론 여복많은 노인네 이럼서요!) 푸흐흣...

    2016.05.01 10:15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그쵸? 이 책 좋지요?
      그냥...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나는 어떻게 나이 먹게 될지... 생각할 수 잇는 그런.. ^^

      2016.05.01 13:13
    • 파워블로그 언강이숨트는새벽

      예~ 좀 늦게 찾아 읽은게 아까울 만큼 좋았어요 .^^ 덕분에 한번더 음미하게되었어요 . ^^

      2016.05.02 19:33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같은 느낌을 갖는 책을 만나면 참 좋아요. ^^
      헤헤 감사합니다

      2016.05.03 09:52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