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소설의 특징이 있다면 이것 아닐까? 한 여자를 사이에 둔 매력적인 두 남자의 사랑 쟁취기. 보통은 주인공 남자가 가장 매력적이지만 가끔, 아주 가끔 남주보다 멋진 서브 남주가 등장한다. 이럴 때엔 읽는 입장에서 아쉽다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번 책은 특히나 그런 생각이 더 했다. 남주는 왕이라는 자리 말고는 별로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는데 왜 남주와 이어져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가끔은 그런 공식을 깨고 서브 남자와 이어지면 안 되는 것이었을까?
1권에선 위험에 빠진 을지로와 청담이 가까스로 살아나 청으로 가게 된다. 이후 7년이 지나 조선으로 돌아오게 된 을지로와 청담. 을지로와 청담 그리고 한강진과 장한평은 청나라에서 접한 서양 문물을 접목한 카페 ‘가비인’을 연다. 이와 함께 ‘부루마불’이란 놀이판을 계획해 이 놀이에 흥선대원군을 끌어 들인다. 죽은 줄 알았던 청담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태원은 흔들리고 청담 역시 태원을 만나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이태원과 청담 그리고 을지로의 운명은 어느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일까? 이들의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매력적인 캐릭터 을지로는 여전히 희생을 한다. 제대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채, 청담을 바라본다. 하지만 청담은 을지로를 바라보지 않는다. 말로는 복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이태원을 만나고 나서는 흔들리게 된다. 사랑하는 두 사람은 서로를 만나 행복하겠지만 짝사랑하는 입장에선 그들을 바라보는 것 마저 고통스럽다. 왜 사랑은 이렇게 이기적인지. 흥선대원군과 고종. 실존 하는 인물이지만 그 느낌은 전혀 없다. 이름만 빌려서 썼을 뿐. 사진에서 본 고종과 이태원의 모습은 달라도 너무 다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판 퓨전 사극 로맨스는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일제 강점기 전 우리나라의 모습을 이렇게도 상상할 수 있구나 싶어 재미있게 읽었다. 다만 실존 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이었다면 더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뿐.
그리고 생각한다. 만약에 진짜 조선말에 여왕이 등장했다면.. 어떤 세상이 만들어졌을까? 왕의 자식이 아닌 능력 있고 세상을 보는 혜안을 가진 사람이라면 괜찮지 않았을까? 어느 때보다 지도자의 능력과 인품이 중요함을 안다. 지도자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느냐에 따라 다른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 세삼 생각한다. 다음에는 잘 뽑아야 한다는 생각. 사랑과 함께 펼쳐지는 정치적 음모. 이야기로는 재미있지만 실제로는 절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