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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책
언덕 중간의 집

[도서] 언덕 중간의 집

가쿠타 미쓰요 저/이정민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인생을 살면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것을 고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게 있다. 바로 1~3살의 아이를 키우는 것. 지인들이 늦둥이를 낳았다고 하면 축하한다는 말을 하지만, 나에겐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기도 하다. 결혼을 하면 막연하게 아이를 낳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 지금도 나는 기억한다.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서 집으로 왔을 때, 남편은 출근하고 나 혼자 우는 아이를 돌보던 그때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난감해 하며 울고 싶었던 그때를. 아이가 사랑스러운 건 잠자고 있을 때뿐.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변하는 아이에 대한 내 마음 때문에 미치도록 서글펐던 그때를. 만약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들었다면... 그걸 알았다면 내가 아이를 낳고 키웠을지... 솔직히 장담할 수 없다.

 

이 책의 주인공 리사코는 세 살 딸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다. 우연히 형사 재판의 보충 재판원으로 선정된다. 이 사건의 요지는 친모가 젖먹이 딸을 욕조에 빠뜨려 살해한 것인데 재판이 진행될수록 리사코는 자신과 비슷한 환경에 놓여있던 그녀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지난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남편이나 시어머니 그리고 친정엄마는 왜 나에게 그런 말과 행동을 했던 건지, 어쩌면 리사코도 사건의 여성처럼 딸아이를 살해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는지... 아이를 키우는 리사코에게 누구도 따스한 말을 건네지 않았고 그런 상황에서 분노와 짜증이 쌓여갔던 지난 시간들... 누구의 아이와 비교하며 끊임없이 리사코를 자극하는 사람들... 리사코는 그래서 사건의 여자를 더욱 이해하게 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같은 경험을 한 리사코에게 공감을 했다. 나는 아들 둘을 낳고 키웠지만 둘 다 모유수유를 할 수 없었다. 이상하게도 완모를 할 수 없었던 내 몸(?) 때문에... 전문가가 와서 진단을 하고나서야 잔소리를 끝냈던 시어머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표현했던 시댁 어른들. 모유수유를 하지 못했던 내 죄책감. 하지만 다행인지 아이들은 건강하게 그리고 따스한 아이들로 잘 자라주고 있다. 그것 뿐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서도 일일이 간섭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집으로 올라오시는 통에 늘 긴장상태였던 그때.. 어쩜 그래서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 일수도... 그때는 시도 때도 없이 많이 울었었던 것 같다. 평소 눈물이라면 찾아 볼 수 없었던 내가... 뭐든 내 탓이라고 말하는 시댁어른들 때문에 죽고 싶었으니까. 지금이야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다시는, 정말이지 다시는 아이를 키우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아이들이 주는 행복과는 상관없이.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에. 엄마 아니 어머니의 위대함을 워낙 많이 들었다. 어머니 하면 눈물 먼저 나오는 게 사람들이지만.. 그런 위대한 어머니가 되기 위해 엄마들은 또 얼마나 많은 희생과 눈물을 숨겼을지... 정말 엄마라는 존재는 무엇인지.. 생각이 많아진다. 내 부모님과는 다른 부모이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조금은 알게 된다. 내 부모님과 같은 부모가 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얼마나 아픈 일인지.. 이젠 조금 알 수 있으니까. 내 아이들은 아직 모를 것이다.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을. 나중에 어른이 되고 아이를 낳으면 그 마음을 알게 될까?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지? 이젠 그 말의 의미를 알 것 같다. 아이는 내 이기심으로 키우면 안 된다는 사실. 그 아이가 올바른 인성을 가진 멋진 어른으로 자라기 위해선 다양한 사람들의 따스한 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실한 건. 아이를 죽여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그녀의 마음을 알았어야 하지 않을까? 누구나 다 그렇게 키운다고, 왜 너만 유난하냐고 그런 말로 상처 입히지 말았어야 한다. 시어머니와 비교하며,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며, 아이의 엄마를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점점 아이를 낳는 부부들이 줄고 있다. 아이를 낳으라고 다양한 정책을 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낳은 아이를 올바르게 키우는 것. 이것도 중요함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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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언강이숨트는새벽

    힘은 들었지만 전 아이가 크는 모습을 다시 한번 경험하라면 ㅎㅎ
    좋을것도 같아요. 그때의 아이는.. 지금보다 더 더 이쁘고 행복했던것 같아요 .
    너무 빨리 커요 . 아이들은 .. ㅎㅎㅎ
    그렇지만 도움없이는 힘들죠 . 클때는 언제크나..하면서 키웠는데 ㅡ
    잘 읽고갑니다 .^^

    2016.12.19 17:12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저는... 경허하고 싶지는 않아요. ㅋㅋㅋ 아이들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아들 둘을 키우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몰라요.
      제가 눈물이 없는 편인데... 아이들 키울때는 많이 울었어요.
      서운한 것도 많고 아픈 것도 많고.. 무엇보다 내 마음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어서요.ㅠㅠ
      근데 지금보니 아이들이 빨리 크긴 하더라구요.
      요즈음은 든든해서 좋네요. ^^

      2016.12.21 13:02
  • 파란하늘

    시댁 어르신들 중에서 이해가 부족하신 분들도 계시지요. 그래도 지금 옛말 하고 사시니 다행입니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엄마나 며느리는 다 비슷한가 봅니다.
    건강은 좀 괜찮으신가요?

    2016.12.19 21:17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저도 같은 생각했어요 일본이나 한국이나... 다 비슷한가보다..
      모유에 대해 집착하는 것도 그렇고...

      건강.. 감기가 다시 도져서.. 그게 기관지염과 기관지 확장증으로 와서
      병원에 다녀왔어요 푹쉬라고 하는데 쉬는 것도 쉽지 않더라구요
      파란 하늘님도 아프지 않게 늘 조심하세요

      2016.12.21 13:03
  • 스타블로거 ne518


    갓난아기는 우는 걸로만 자기 마음을 나타내니 엄마라고 해도 첫아이 때는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그럴 때 누군가 조금이라도 따듯한 말을 해준다면 좋을 텐데, 예전에는 다 잘만 키웠다고 말하기도 하죠 그래도 그때는 어른들이 가끔 돌봐주지 않았을까 싶어요 한집에서 살기도 했으니... 일본도 아주 다르지 않겠습니다 아기가 예뻐도 자꾸 울기만 하면 마음이 안 좋기도 하겠죠 어쩌다 보니 죽이게 된 사람도 있을 거예요 아기 때는 다른 사람이 도와주면 좋을 텐데 싶네요 엄마한테만 다 맡겨두지 않고...


    희선

    2016.12.20 00:19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아이가우는 걸 못 견디는 사람도 있지요. 저도 그런 편이라서 울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둘째 태어나고 난 뒤에는 같이 울었네요.
      큰 아이는 옆에서 장난치고 간난 둘째 아이는 울고 불고 난리고
      시댁 식구들은 울음소리 밖으로 나온다고 난리고..
      지금은 그냥 추억이지만 그때는 그게 너무 싫고 무서웠어요.
      다시는 키우고 싶지 않구요. ㅠㅠ

      2016.12.21 13:05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