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블로그

리뷰 융합, 의미의 도덕을 추구하는 글쓰기

  “융합은 아는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와 다른 입장에 대한 탐구력이다.” -155쪽   이 사회에 차고 넘치는 말들이 정작 소통을 방해하고 사회갈등의 주 원인이 되는 까닭에 대한 규명이며, 이를 넘어서기 위한 앎에 대한 지향을 역설하는 신랄한 비평 에세이다. 그것을 저자는 ‘융합’이라 표현하며, “지식의 필요성과 쓸모와 가치에 관한 질문과 논쟁하는 일(51쪽)”, “인간 스스로 자신을 아는 과정(110쪽)”이며, “의미의 도덕을 추구하는 마음가짐(16쪽)”이라 정의한다.   우리는 어떤 언...

2022.08.18 공감 횟수 3 댓글 수 0

리뷰 삶은 언제나 죽음 위에 세워 진 것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흔이 넘은 아버지를 어느 시점부터 인식하게 되었다. 대부분 거실에 깔아놓은 침구에 누워계시려 한다. 시간의 무서움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존재들로부터 생의 활기를 빼앗아가고 봉인된 죽음의 안식(安息)을 받아들이라고 재촉하는 것만 같다. 부쩍 죽음이라는 실존적 필연성이 가까이 다가옴을 느끼는 시절이다.   내 삶의 자취와 남은 생에 대한 의미를, 그리고 죽음의 수용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 것인지를, 즉 삶과 죽음을 오가는 사념에 빠지게 된다. 『시간을 물고 달아난 도둑고양이』 ...

2022.06.28 공감 횟수 4 댓글 수 2

리뷰 고결한 영혼의 언어들, 찬란한 삶의 투쟁

“죽음의 어두움을 이미 경험한 푸름  (...)  나는 페이지마다 하늘의 푸르름이 스며든 책만을 좋아합니다.  이 하늘의 푸르름을 나는 글을 쓰며 당신에게 돌려드리고 있답니다.” - 21쪽   사랑하는 사람을 저승에 내어 준 사람, “가장 소중했던 것들이 허무의 입에 삼켜지고 대리석처럼 단단한 이에 찢어 발겨지는 것을 바라보는 걸 방해받고 싶지 않아”, 사랑하는 이와 단 일초라도 멀어지는 그 어떤 행위도 원치 않았던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거대한 어둠과의 사투...

2022.04.26 공감 횟수 7 댓글 수 0

리뷰 좋아하는 일이 될 때

한 손에 완전히 들어오는 이 아담한 책은 위고, 에머슨, 카뮈, 보부아르, 달리, 카네기, 버핏, 잡스 등,  문인, 화가, 기업인, 철학자들의  '성공(success)', 혹은 성취(achievement)에 대한 촌철살인의  101 꼭지 명구들을 모아놓은 일종의 문장 콜렉션이다.   【collection 77 - "일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삶을 정당화하기 위해 일하는 것이다"】   "삶을 정당화하기 위해 일하는 것"이라는 화가 '마크 샤갈'의 위 ...

2022.01.25 공감 횟수 8 댓글 수 4

리뷰 시적 상상력으로 휘감긴 경이로운 식물의 지혜들

성장하면서 어느 순간 이 세계가 거대하게 짓누르는 힘을 어렴풋하게 느끼기 시작하며, 그 힘은 마치 어떤 불가항력의 숙명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속박!, 이 갇힌 듯 답답함과 곤혹스런 압박감에 시달릴 때, 시인의 시선은 인간보다 더한 장애를 지닌,  "자신을 흙에 묶어 놓은 자연의 법칙이라는 막대한 난관을 헤쳐나가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꽃, 풀, 나무 등 식물의 위대하고 집요한 저항의 경이로움으로 향합니다.   "식물은 무엇에 저항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2021.11.14 공감 횟수 12 댓글 수 4

리뷰 안정과 존중의 수평적 권위를 향해

"권위의 크기는 인정의 총량과도 같다. 그렇게 축적된 인정을 사유화 할 때 권력이 발생한다."  - 정경담, 〈권위에서 탈출 하는 길〉, 107쪽   '권위(authority)'의 정당성에 균열이 간 시대에 우리는 살고있다. 인간의 오랜 역사 내내 인정되고 존중되던 정당하다고 인정되던 권위를 지탱하던 많은 기준들이 더 이상 그 효력을 잃었거나 고유의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세상의 가치는 끊임없이 변해간다. 아버지가 지니던 가부장으로서의 권위는 이젠 격렬한 거부감과 혐오의 언어가 되었으며, ...

2021.09.25 공감 횟수 5 댓글 수 5

리뷰 거장의 판화로 만나는 루쉰 걸작선

루쉰(魯迅)의 소설들은 중국인에 대한, 아니 인간에 대한 냉정한 탐구에 있어서 독보적이라해도 무방하리라. 오늘에도 여전히 그의 작품 『아Q정전』속 '아Q'란 인물의 '정신승리법'은 객관적 패배에도 불구하고 자기기만적인 승리감에 도취하는 어리석음을 표현하는 관용어구처럼 회자된다.   또한 『광인일기』의 박해 망상증 환자의 생각의 흐름을 쫓으며 당대 중국사회를 지배하던 봉건적 가족체계는 물론 인의도덕(仁義道德)을 내세우며 선량한 약자들을 괴롭히는 기득권자의 위선을 날카롭게 힐난한 작품으로 매양 ...

2021.09.10 공감 횟수 10 댓글 수 3

리뷰 시원적 감각을 자극하는 역사문화 여정

  - 프롤로그, 7쪽에서   숲 내음, 커피 향, 꽃 향기를 음미할 때면 사람들은 으레 눈을 지그시 내려 감는다. 시각을 차단하고 온전히 대상의 냄새에 집중할 때 어떤 시원적 안정감과 켜켜이 쌓여 은둔해있던 기억과 감각이 의식의 수면위로 부상한다.  어쩌면 이 책을 쓸 때 저자는 뇌 깊숙이 무의식에 연결되어있는 이같은 후각의 신비로운 기능에 펜을 맡겼을 것만 같다. 냄새에 고스란히 녹아있고 세계 "여러 지역의 고유한 환경과 역사(8쪽)"에 대한 느낌을 그렇게 "(1)낮은 지대의 뒷골목에 핍진하게 ...

2021.08.30 공감 횟수 10 댓글 수 6

리뷰 명민하고 사랑가득 한 책

시인의 글과 첫 인연은 2008년  장편소설 『나는 춤이다』에서 시작된다. 아마 작은 나비 스터커가 붙어있는 작가의 사인에서 알지 못하는 누군가인 독자에게조차 보내려했던 성심을 느꼈던 것 같다. (물론 이 나비는 소설 속 주인공인 무용가 최승희의 비유임을 안다.) 이 기억은  얼마 전 출간된 시집 『내 따스한 유령들』에서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음을, 그 시선의 파동입자가 내 마음 속에 들어 앉음으로서 되살아난 것이다. 그래서 찾아 든...

2021.08.27 공감 횟수 11 댓글 수 2

리뷰 무지한 사실주의

우리는 상대가 정보를 오용하는 방식이나 부당한 비판을 가하는 방식을 두고 매양 옥신각신한다.  누군가는 절대적으로 진리만 말하고 또 누군가는 모두 진리 아닌 말만 하는 것일까? 아니 너무 이분법적이다. 진리의 비중이 조금씩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일까?    책의 저자는  현 정권에 대해  "얇고 단편적인 신념을 맹목적으로 끌고가는 것을 진실로 착각(35쪽)"하고 있다고 이 같은 동일한 맥락의 표현으로 편협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2021.05.03 공감 횟수 8 댓글 수 0

리뷰 정치기계화된 공무원에 대한 경쾌한 소묘

이  소품 제목에 붙은  '생리학'(生理學)'을 간략하게 정의한다면 아마 '서식환경에 따른 유기체(혹은 생물체)의 기능을 분석, 연구하는 학문'정도 일 것 같다.  다소 빈곤하지만 여기에 기초한다면 공무원이라는 생물체와 이 생물체가 주로 활동하는 관료사회가 서식환경이 될 것이고, 이곳에서 여하한 기능이 수행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 이 저작의 의도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공무원은 어디서 끝나고, 어디서 시작하는가?"라며  "도지사는 국가 지도자의 위...

2021.01.01 공감 횟수 8 댓글 수 4

리뷰 자기를 고찰하는 기쁨

이 세계가 요구하는 것들에 맞추기 위해 여념 없는 삶, 끝없이 쫓기듯 살아내야 하는 삶에 익숙해진, 그래서 내 신체와 정신은 세계와 불화하기에 사라지지 않는 고통에 짓눌려 있음을 안다. 수시로 밀려오는 삶의 고단함은 해소되지 않고 그대로 켜켜이 쌓여 지금 정말 내 실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기나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이 책의 제목처럼 '하루 10분'만큼이나마 '나'라는 존재만을 위한 시간, 이 세계를 살아내는 나를 위한 진정한 보상의 순간이 있었는가를 헤아리게 된다."재미있는 역설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2020.12.04 공감 횟수 8 댓글 수 0

리뷰 삶의 모순과 절망 속에서 길어내는 의지와 열정

"인간의 실존은 굴욕적이다."   - 마르틴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에서"부조리는 인간의 호소와 세계의 비합리적 침묵간의 대면에서 태어난다. (...) 비합리성, 인간의 향수, 그리고 이 둘의 대면에서..."   - 책 47쪽에서산다는 것은 진정 쉽지 않다. 그럼에도 살아가고 있다. 어떤 순간, 산다는 것의 이 습관같은 삶에 진저리 처질 때가 있다. 일상의 하찮음, 삶의 의미 부재, 고통의 무용함 등이 육신을 훑고 지나 갈 때면 마치 낯선 곳에 멍하니 서 있는 듯한 자신에 흠칫...

2020.10.08 공감 횟수 14 댓글 수 0

리뷰 자성과 협의의 언어를 기대하며

혐오, 갈등, 분열, ... 자기 이익에 반하는 것들에 대해 무차별적이고 무분별할 만큼 배설되는 적대 감정을 접하는 데 이미 그 피로가 한계에 이른 것 같다.  또한 '불공정, 불평등', 이 두 단어의 부정적 의미가 휘발되어 마치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될 정도로 퍼부어지고 있으며, 민주주의 가치들인 자유, 정의, 평등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은 네 탓이라고 서로 비방하고 원망을 쏟아내고 있다. 상대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려는 지금 한국사회에 번지는 혐오와 질시의 강박적 현상은 어디에 근원하는 것인가?모두 '나의 생각과 내 말...

2020.09.18 공감 횟수 12 댓글 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