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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 (샤를 보들레르 x 앙리 마티스 콜라보 에디션)

[도서] 악의 꽃 (샤를 보들레르 x 앙리 마티스 콜라보 에디션)

샤를 보들레르 저/앙리 마티스 그림/이효숙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이 시집은 『악의 꽃』에서 '앙리 마티스'가 발췌한 33편의 시와 그의 그림이 어우러져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한 판본이다.  따라서 보들레르가 의도하여 편찬했던 시의 순서와 시집의 전체적인 연결성에서 이탈한다. 그것은 자연과 초자연, 에로티시즘과 정신주의, 신성과 악마주의와 같은 대조 속에서 길어올리려 했던 시인의 사고가 온전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반면에 보들레르를 오해케하는 퇴폐성과 악마성을 도드라지게 표현하고 있는 작품들이 배제되고 아름다움과 고요함, 그리고 안락한 관능의 작품들로 선택되어 마티스만의 읽기, 그만의 색다른 감각을 느낄 수 있다. 

 


【詩, 「축복(Benediction)」에 있는 마티스의 그림】

 

매 작품에 조응하여 마티스가 그린 인물 드로잉은 당해 시(詩)가 품고 있는 시적 화자나 시가 표현하려는 대상에 대한 연인들의 다양한 모습과 표정, 특징들을 통해 작품에 대한 새로운 감응을 불러 일으킨다. 물론 이 감응이란 내겐  '절대 미'에 대한 갈망과 찬미에의 공감이라 할 수 있다.  시집을 여는 첫 작품 「축복(Benediction)」 은 추악하고 절망스러운 세계를 꿰뚫고 불가능함에도 그 속에서 빛 가득한 구원의 세계를 향해 몸부림치려는 시인 보들레르의 의지를 엿보게 된다. 이 시는 읽을수록 그 웅대하고 자신에 찬 고통에의 지향 속에서 정화된 신성한 의지의 힘으로 가슴이 부풀어오르는 인간적 동질감에 매료되게 한다.  배신과 조롱과 혹독한 모욕에도 신들의 양식과 신주를 발견하고 자기만의 의지의 길을 걷겠다는 시인의 힘에서 대중을 향한 격려를 보게되는 것은 해석의 과장이 될까?  

 


【詩, 「레테 강(Le Lethe)」에 있는 마티스의 그림】

 

"강력한 망각이 네 입에 거하고, 

레테 강이 네 입맞춤 안에서 흐른다.

 

나는 이제 열락이 된 내 운명에,

(......)

열정이 극심한 고통을 들쑤시는

유순한 순교자, 무고하게 선고받은 자,"

 

- 詩, 「레테 강(Le Lethe)」 중 4,5연 부분발췌

 

1857년  『악의 꽃』이 출간되자 공중도덕과 미풍양속에 저해된다는 재판부의 삭제명령에 의해 6편의 시가 삭제되었다.  시(詩) 「레테 강(Le Lethe)」은 이 중 한 편이다. 여기서 '레테 강'은 지옥의 망각의 강(江)이다. 이 시를 특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는데, 지옥같은 여인을 찾는 시인의 마음, 지극한 고통을 마비시키고자 하는 그 탐닉의 정신에서 더없이 고결한 악의 지배를 위한 분투를 발견하게 되는 까닭이다. 아마 시인 보들레르 정신의 정수(精髓)로 내게 이해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레테 강이 입맞춤안에서 흐르는 것은 여인의 침이다. 모든 것을 잊게하는 망각의 힘을 부여해주는 그것, 고통을 잊음으로써 다시금 이상의 세계를 향한 도전을 꿈꾸게 된다. 오~ 지옥의 강, 여인이여!

 


【詩, 「베르트의 눈(Les yeux de Berthe)」에 있는 마티스의 그림】

 

수록된 시 모두를 열거함으로써 시를 읽는 이들의 고유한 감상을 훼손하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할 듯하다. 다만  "아름다운 눈이여, 너의 매력적인 암흑을 내게 부어라!"라고 외치는 시인의 사랑에 관한 얘기를 외면키가 어렵다.  '베르트'에 대한 세간의 설명은 보들레르가 벨기에에서 알게된 소녀로, 양녀라는 설로서, 베르트의 초상화 아래 '내 딸'이라고 쓴 보들레르의 자필을 증거로 대기도 한다. 한편 보들레르 말년의 연인이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사실 연인이든 딸이든 시가 말하려는 내용과는 무관하다.  이 시는 시인의 상상력이 향하는 여인의 눈에 대한 여성의 원형적 미의 발견에 있다. 빛과 어둠, 별과 밤의 대조가 결합하고 마침내 정신과 육체, 믿음과 사랑의 대조가 결합하는 조화의 추구이다.

 

대조, 갈등, 고통 속에 시인의 사고가 있음이다.  그는 타락한 현실 세계 속에서 원초적 통일성을 포착하려는 시도를 극한까지 몰고갈 줄 알았던 듯하다. 마침내 악의 의식과 절망의 고통에서 '최상의 미'를 건져올린다. 그리곤 영혼의 절정의 순간으로 승화시켜 삶의 가능한 의미를 보여준다. 마티스는 무엇을 보았을까? 두 예술가의 교감은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며 읽게되는 이 시집 고유의 맛을 너무 성급히 발설하는 가벼움이 민망하다.  보들레르에게는  '예술은 인간의 숙명적 한계를 벗어나 영원함에 이르려는 인간의 끈질긴 욕구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불행의 환경을 대지 삼아 사는 오늘의 인간에게 잃어버린 힘과 균형을 되찾게 해주리라는 처절한 노력의 산물에 조금은 깊은 숙독의 시간이 필요하리라.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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