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다이어트의 여왕> <아주 보통의 연애> 백영옥 4년 만의 장편소설
예술가와 이민자들의 도시 뉴욕에서 벌어지는 엇갈린 사랑의 풍경
흡인력 있는 문체와 생동감 있는 서사로 2000년대 한국 젊은 여성들의 감수성을 대표해온 백영옥 작가가 4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애인의 애인에게>를 예담출판사에서 출간했다. 2003년 등단 이후 <스타일> <다이어트의 여왕> <아주 보통의 연애> 등의 작품을 통해 신세대 여성들의 삶의 풍속도를 섬세하게 포착해온 그가 이번에는 뉴욕 예술계를 무대로 엇갈린 연인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포토그래퍼로서의 성공을 꿈꾸는 야심만만한 청년 성주와 그를 사랑한 세 명의 여인의 내밀한 사연이 쓸쓸하고 투명한 문체로 펼쳐진다.
짝사랑하는 남자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그의 집에 숨어들었으나 오히려 남자의 아내에게 연민을 갖게 되는 여자 정인, 공격적인 구애로 다가오는 젊은 예술가 지망생의 날선 매력에 이끌려 함께 동거를 시작했으나 이내 그의 외도를 의심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마리, 그리고 불행한 결혼생활 속에 새롭게 다가온 사랑의 전조에 흔들리는 여자 수영. 그리고 세 명의 여인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공통분모이자 모든 갈등의 진원지인 남자 조성주. 백영옥 작가는 이들 네 명의 연인들이 경험하는 사랑과 성공, 그리고 쓸쓸한 그 뒷모습을 주목하면서 상처와 실패를 통해 성숙해가는 젊은 예술가들의 심리를 예민하게 그려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동시에 나를 사랑하는 일이 가능할까?
누구의 사랑도 이어지지 않는 쓸쓸한 저녁, 뜨다 만 스웨터를 마자 뜨개질하듯
내가 사랑한 사람의 애인에게 보내는 따뜻하고 가슴 아픈 격려의 메시지
<애인의 애인에게>는 크게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조성주를 짝사랑한 이정인의 사연을 프롤로그로 시작한 소설은 2부에서 장마리와 조성주가 펼치는 광포한 사랑과 씁쓸한 이별의 뒤안길을 포착하고 3부 조성주가 짝사랑한 김수영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한 남자를 사랑했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이들에겐 서로를 향한 질투나 원한의 감정이 없다. 조성주를 사랑하기 이전 이미 각자가 지니고 있던 삶의 생채기를 아주 우연히도 조성주라는 남자를 통해 치유할 수 있으리라 희망을 품었던 것뿐이다. 이정인은 이들의 복잡한 관계도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조성주가 사랑한 두 명의 여인 장마리와 김수영의 존재를 알고 있던 그녀는 조성주의 집에서 발견한 장마리가 뜨다 만 스웨터의 털실을 풀어 새로운 뜨개질을 시작한다. 그것은 조성주가 아닌 장마리와 김수영을 위한 뜨개질이며, 그녀들에게 보내는 격려와 재생의 기원이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삶을 소유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성공’이라는 현대적인 강박 아래 숨어 있는 사랑의 통증을 분석하는 소설
애초 이 소설의 발단은 이정인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짧은 단편이었다. 여행을 테마로 한 연작소설집 <도시와 나>에 실리기도 했던 단편 <애인의 애인에게 들은 말>로 백영옥 작가는 독자들로부터 이정인이 짝사랑했던 남자와 그의 애인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계속되는 질문과 호응 속에 작가 역시 ‘그들 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추적해보고 싶었고, 한 권의 장편소설 <애인의 애인에게>로 탄생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이 소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실연과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의 심리이며, 그 상실감 속에서 터져 나오는 진정한 사랑과 삶에의 절규이다. 조성주라는 인물은 단지 그녀들이 잠가두었던 마음의 문을 열게 해주는 촉매제일 뿐, 소설은 시종일관 상처받은 여인들의 자기 발견과 독백에 집중한다. 이민자들의 도시이면서, 가장 트렌디한 욕망의 집산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서 특히 자학과 의심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장마리의 이야기는 성공과 성취라는 자기계발적 강박 아래 숨어 있는 사랑의 통증과 그 징후를 선연하게 보여준다. 성공을 향한 일그러진 욕망이 빚어낸 어긋난 사랑의 논리와 그로 인해 점점 스스로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조성주 역시 자신을 불신하긴 마찬가지이다.
명성과 지위, 매력의 발산으로 포획된 사랑의 민낯은 어떤 표정으로 퇴색하고 스러져가게 될까? 어쩌면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고통까지 소유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간절히 사랑을 원하면서도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기에 오히려 타인의 삶을 소유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백영옥 작가는 자신의 실체를 마주하지 못하고 타인의 존재에 의지하려는 인물들의 세밀한 심리묘사를 통해서 현대인이 겪는 사랑의 고통을 낱낱이 분석하고 해체한다.
<애인의 애인에게>라는 제목에서 암시하듯 정인, 마리, 수영, 성주의 사랑은 마주 보지 못하고 서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전하는 안타까운 호소이다. 주인공들이 겪는 사랑의 슬픔과 아픔을 꾹꾹 눌러 써내려간 작가의 호소력 짙은 문장을 따라 읽노라면, 독자들의 마음도 거대한 사랑의 폭풍우가 지나간 듯 깊고 조용한 울림으로 남을 것이다.
지은이 : 백영옥
2006년 단편 <고양이 샨티>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 2008년 첫 장편소설 <스타일>로 제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아주 보통의 연애>, 장편소설 <다이어트의 여왕>,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 모임>을 출간했으며, 산문집으로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가 있다. 인터뷰집 <다른 남자>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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