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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운즈

[도서] 엑시트 운즈

루트 모단 글,그림/김정태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이스라엘이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진 이미지란, 솔직히 과거에 십자군이 세운 나라들이 그러했듯이 바닷가로 쓸려 나가서 사라져야 할, 미 제국주의의 요새이거나, 불쌍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탄압하는, 일제시대 순사들에 비견할 만한 이스라엘 군들의 폭격 같은 정도가 아닐까. 이런 심상을 조금은 바꾸어 줄만한, 테러에 찌들은 피해자이면서도 비루한 일상을 이어 가는 이스라엘 시민들을 그린 만화는 어떨까 하고 반가운 마음에 주문.

 

   읽고 난 느낌은 좀 심심하다고나 할까. 남자가 아닌 줄 꽤 진행되고 나서 겨우 알게 된, 문자 그대로 털털하기 그지 없어 보이는 여주인공(처음에는 hetero sexual들의 얘기가 아닌 줄 알았다는-_-;;)에는 아무래도 끌리기 어려운 탓이었을까ㅎㅎ대책 없는 가족들 때문에 속앓이 하는 사람들하며, 개발에 대해 부질 없어 보이는 싸움을 하는 자영업자, 그리고 못말리는 스포츠팬들의 얘기, 그냥 수화기 건너 편에 나온, 남자 주인공의 여자 형제가 살고 있는 미국의 어느 주의 얘기, 아니 와글와글하고 복작거리는 서울의 어느 한구석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그야말로, "이름만 바꾸면 당신 얘기"기는 하지만, 그저 일상만을 그렸을 뿐 극적인 이야기 전개가 없었다고나 할까.

 

   작가가 책 뒤에 나온 인터뷰에서 2차 인티파타 이후 이스라엘 사람들이 테러의 원인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피했다고 하는 것은, 스탕달의 소설 <적과 흑>에서 라몰 후작 댁 '살롱'에 모인 사람들이 지루한 얘기밖에 주고 받지 못하였던 것을 연상시켰음아우어르바하가 <미메시스>에서 묘사했듯이 자코뱅의 테러에 질린 체제 귀족들은 외국의 도움으로 살아 남았더라도 프랑스 대혁명 전 로코코시대 살롱에서의 발랄함을 영영 찾을 수 없었듯이, 이러한 이스라엘 匹夫匹婦들의 일상조차 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권리를 억압한 것에 터잡아 만들어진 공간이기에, 즉 주인공들이 찾았던 공동묘지에서도 드러났듯이 유태인들을 배제한 국가를 만들고자한 그들의 생기 없는, 결국은 '역사의 진보'의 수레바퀴에서 폐기처분 되고야말 헛된 노력에 바탕을 둔 때문인지라, 그것이 이 책을 그리 재미 없게 한 것이라고 본다면 너무나 좌파적인 관점이 되겠지^^

 

   너무 많은 변사체들이 테러의 희생자들이어서 事故死를 당한 것이 도리어 이상하게 보이고, 테러에 희생당한 가족의 사진을 좀 더 잘 찍겠다며 떼쓰는 유족의 모습하며, (같은 종류의 시설에서 일하는 어느 의사나 마찬가지이겠으나) 그야말로 죽음을 일상으로 받아 들인 생활인들인 의사들의 모습이 그나마 조금 충격적이기는 했음(아, 이 말초적인 자극에 길들여진 구제불능의 '탐욕스런 독자' 같으니라고)

 

   중간에 아무 이유 없이 백지가 두어 번 나오고 페이지 수가 끊어져서 파본이 아닌가 염려했으나, chapter가 바뀌었을 뿐 내용이 이어진 것으로 보아 안심. 만화를 뒤늦게 시작한 작가여서 그런지 같은 유태계(!) 작가의 만화였던 <쥐>보다는 훨씬 더 떨어진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음. 아니 그건 <쥐>도 그렇고, 언젠가 joyce님 blog가 소개한 이스라엘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 같았으며 마틴 루터 킹 목사조차 이스라엘을 위해 기도하던 1967년 6일 전쟁 전에 나왔던 '고뇌하는 병사'를 그린 작품도 그랬듯이, 글이란, 문학이란 기본적으로 약자를 그린 것이어야 힘차고 빛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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