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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도서]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제목 : 작별할 수 없는 통증에 대하여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고 고통에 대해 생각한다. 한강 작가의 금번 장편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힘들었지만, 처음으로 책을 읽고나서 '몸'이 아팠다. 우리 근현대사의 여러 질곡들을 담은 책들을 소설이든, 인터뷰든, 교양 역사책이든 장르와 상관없이 곧잘 읽어내곤 했는데, 이번 책은 읽고나서 며칠 몸이 아팠다. 이렇게 정신적인 고통이 신체적으로 현현되는 경험이란 내게도 너무나 생경한 것이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이런 것이 잘 쓰인 소설의 힘인가보다 생각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커플들의 힙한 여행지나, 가족단위 한달 살기로 주목받고 있고, 코로나로 외국 여행이 여의치 않은 요즘 맛집과 가볼만한 곳이 가득한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나도 남편과 수 년 전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아름다운 풍광과 섬을 가로지르는 중산간 지역의 드라이브 코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작가는 이런 아름다운 제주도에서 불과 한 세기도 지나지 않은 때 일어난 비극에 대한 기억을 불러낸다.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금번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줄거리를 그야말로 단순하게 이야기 한다면, 제주 4.3. 사건을 겪은 주인공 친구 집안의 이야기를 우연한 계기로 소설가인 주인공이 알아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약은 책의 내용을 십분지 일도 담지 못하는 의미없는 줄글이다.   

 소설 속에는 고통받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소설가이자 주인공인 경하는 학살에 관해 쓴(정확히 무엇인지는 나오지 않으나 작가의 '소년이 온다' 라는 작품으로 미루어 광주에 대한 소설이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소설로 인해 악몽에 시달린다. 제주도에서 목공소를 하고 있는 주인공의 친구 인선은 작업 중 두 손가락이 잘려서 봉합수술을 받고 봉합부분에 딱지가 앉지 않도록 3분에 한 번씩 환부를 바늘로 찔러야만 한다. 그리고 인선의 돌아가신 어머니... 눈오는 학교 운동장에서 그 일을 당한 부모의 시신을 찾기 위해 언니와 함께 추운줄도 모르고 밤늦도록 헤맸다는 어린 여자 아이이자, 더 슬퍼할 겨를도 없이 오빠의 행방을 찾아 죽는 날까지 희망을 놓지않은 할머니가 있다. 그리고 인선 어머니의 서사에는 그야말로 '그' 사건으로 인해 수없이 많은 고통을 받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얽혀있다.      

 

  제주 4.3. 사건이라면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한 문단 정도로는 기술되었으려나? 배웠는지 안 배웠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넘어갔던 내용이다. 머리가 더 커지고 나서는 근현대사를 다룬 책이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사건의 규모와 잔학성에 대해 알게되어 어떻게 인간이 인간에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분노'한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비슷한 내용이 한 권의 소설 속에서 여러 인물들의 독백과, 대화와, 작가의 서술로 전해지는데 이번에 내가 느낀 것은 그야말로 '통증'이었다. 작가는 이 소설이 '지극한 사랑의 소설'이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고 한다. 나는 '사랑'은 '공감'이고 '공감'했기 때문에 내가 '고통'스러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가의 바램대로 나에게 이 소설은 '지극한 사랑의 소설'이 되었다. 

  비단 이번 소설이 다룬 사건 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의 비극에도 나는 '분노'하는 사람이기 보다는 '통증'을 느끼는 사람이고 싶다. 사회를 더 나아가게 하고 변화시키는 데 '분노'도 필요하겠지만 잊을 수 없는 자신의 일부로 '공감'하고 '통증'을 통해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통증은 가장 일차적이면서도 선명한 기억이다. 그리고 기억을 통해 우리는 영원히 작별하지 않을 수 있다. 

 

 책을 읽고 나서, 한강 작가를 생각한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이런 책들은 사료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그것을 엮는 작가의 노력이 없이는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한 문단의 글을 쓰기 위해서 수백장의 고통의 기록을 뒤적였을 작가를 생각한다. 작가가 그러한 고통과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이런 소설을 쓰는 것도, '작별하지 않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나와 같은 독자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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