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2014) 추석에 뜨는 달은 슈퍼문이라고 한다. 그 달은 평소보다 30% 이상 밝은 달이라고 한다. 그만큼 여느 추석보다 달과의 거리가 가깝다고 한다. 이처럼 달과의 거리가 가까운 경우에는 달과 지구 사이에 미치는 중력의 힘의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지구의 자연현상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따라서 보름달에 대한 이미지는 서양과 동양이 달랐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보름달에 대한 의미를 비정상, 불길함, 공포 등의 이미지와 연관시켜 상서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것은 서양은 달의 밝은 부분이 '늑대 인간'을 형상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보름달은 신비하면서도 친근한 존재로 생각했다. 달의 어두운 부분을 방아찧는 토끼를 형상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양에서는 달에는 토끼가 산다고까지 생각하기도 했다.
보름달을 달은 주기적으로 모습을 바꿔 가며 우리와 대면한다. 그런 달은 자연에서 존재하는 그 자체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태양은 밝은 이들의 얘기를 듣지만 달은 가슴이 아련한 이들의 얘기를 많이 들어 주기 때문이다. 밝은 이들은 현재의 산태를 즐기면 되므로 상대방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만 아련한 이들은 자신의 하소연을 들어 줄 상대가 필요하고, 그 상대로 달이 제격이다. 달은 그가 어떤 애기를 하더라도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고 귀를 쫑긋 세워서 들어주는 아주 친절하다. 그래서 밤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들이나 하루 종일 시달리는 사회적 약자들의 친한 친구이기도 한다. 달은 나에게도 친절하게 귀를 열어 주었다.
달에 대한 추억이 많다. 시골에서는 전기불이 서울처럼 흔하지 않아서 해가 지면 금방 캄캄해진다. 캄캄한 밤에는 달님이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 존재인지 모른다. 달님은 어둠만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밤길의 친구가 되고 낮에 있었던 일을 하소연 하거나 앞으로의 일에 소원을 비는 신성한 존재이기도 하다. 엄마는 초저녁 달을 보며 노래를 불러 줬고 아빠는 새벽달을 보면서 신령민전의 아들을 빌었다.
초승달, 반달, 보름달, 그믐달!!! 우리가 달에게 붙여 준 달의 이름이다. 얼핏보면, 달의 모양은 이게 전부인 것 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달의 모양, 색깔은 보는 사람의 자연상태에 따라 수 십가지 형상을 띠고 있다. 아마 달의 모습은 이 세상의 사람 수만큼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달은 보는 사람에 따라 불규칙적으로 모양새를 달리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은 것이 없다. 나에게도 달은 늦은 밤에 들판에서, 객지에서 고향집을 찾아 갈 때면 언제나 그 길에서 친구가 되어 주었던 존재이다. 그 시간에 달은 나의 모든 기쁨과 후회와 하소연을 들어 주었다.
어느덧 온갖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가 고개를 숙이고 저멀리 가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그 동안 잊고 있던 시원한 바람이 볼을 스치고 지나간다. 이 맘때에는 그 누구보다도 달님이 정겨운 계절이다. 달은 일년 내내 우리의 밤하늘을 지키고 있지만, 가을 바람이 부는 날에는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낮의 햇님이 뜨겁고 고되게만 느껴지는 이들에게는 귀로에 떠오르는 달은 정겨운 존재이다. 하루 동안에 일어난 모든 일을 말할 수 있고 내일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을 기대어 볼 수 있는 마지막 희망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이것은 아마 달은 우리보다 높이 떠 있어서, 우리가 모르는 이들을 볼 수 있고 모든 이들에게 어둠 속의 한 줄기 빛을 주기 때문 일 것이다. 또한 그 빛은 온화하기 그지 없고 친근하여 나의 푸념을 들어 주고 나의 소망을 들어 줄 것만 같다.
이 책은 여러 개의 짧은 소설들이 달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각각에 등장하는 화자는 각기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