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습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말하기가 아니라 문법을 통한 쓰기부터 배우는 것은 더욱 그렇다. 문법을 먼저 배우는 것은 정말로 지루하고 따분하고 지루해서 얼마 못가서 지치게 해 한다. 그래도 영어가 원래 습득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치부하고는, 이걸 배우지 않으면 인생의 낙오자가 된다고 생각해서 기를 쓰고 배운다. 자신만의 방법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서는, 역시 영어 고수들이 만들어 놓은 hard system에 적응하기 위해서 ‘반복의 반복’만이 최선의 방법이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반복에도 요령이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 오직 자신의 능력 부족을 탓할 뿐이다. 기존의 방법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soft ware로 반복해보려는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다. 수평선 너머 건너편에 뭐가 있는지를 상상하기에는 많은 노력과 인내와 용기, 그리고 아무도 그려 보지 못했던 상상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 Pwer Grammar는 기존의 이런 맹점을 극복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문법'이라는 추상적인 상위개념보다는 ‘어법’에 충실한 책이다. 동사에 초점을 두면서도 품사라는 기능보다는 ‘의미’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영어에서는 주어와 동사만 봐도 뒤에 어떤 여러 종류의 이야기가 나올지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예상 가능성은 주어와 동사의 ‘의미’를 볼 때 가능해진다(p14, 영어의 proactivity). 주어와 동사의 뜻에 집중하면 문장요소의 역할을 쉽고 정확하게 분별할 수 있다(p15). 동사에 rhyme을 두고 기능보다는 의미에 무게중심을 두는 design 방향에서는 당연히 동사가 주인공이다. 내용어편과 기능어편을 합해서 각 4장 씩 총 8개의 장 중에서, 이 책 내용어편은 2 개의 장 이상이 동사에 관한 것이다. 어찌보면, 내용어 편은 8할이 동사에 관한 것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동사로 시작해서 동사로 끝나고 있다. 동사에 대해서 아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평소에도 알고 있는 동사들이었지만 그 용법에 대해서는 대충의 의미와 한두 가지 정도의 용법밖에 알지 못하였는데, 그들에 대해서도 매우 detail하게 다룬다. 동사 하나하나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 있다. 영어 문장을 보면 동사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다. 영어하면, 자다가도 꿈에 동사가 나올 것 같다. 영어는 동사의 언어라는 것을 알게 해 주고 있다.
먼저 명사편(구체명사, 추상지칭, 활동, 상태, 정보명사)에는 온 세상의 모든 것들이 들어왔다. 수학적 관념으로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조차 일일이 세는 것과 못 세는 것을 반복하였다. 명사, 동사와 각각의 Issue의 theme은 이른 아침의 햇살처럼 매우 신선하다. 고딩 때 교과서나 EBS에서 명사를 물질, 추상, 보통명사 등등으로 세분하고 모든 동사를 1형식에서 5형식으로 자리매김하였지만 실제 문제풀이에서는 도움이 되지 못했던 분류는 이미 흘러간 20세기와 함께 과거의 기억속으로만 남게 되었다. 대신에 단어의 구체적 의미에 초점을 맞추어서, 물체 하나하나를 나열해서 꼼꼼히 직접 만져보고 느끼고 있다. 원칙과 예외를 두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행위와 그 행위와 관련된 개념들이 영어 속으로 들어왔다. 눈으로 보기 어려운 것들이 featuring하고 있다. 단지 연속적으로만 존재하던 것들에 detail하게 mes를 가하여 테두리를 만들어서 눈에 보이도록 하고 있다. 모든 단어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어 보인다.
몸동사, 머리동사, 그리고 감정, 의지, 연결동사라는 아주 생소한 용어를 통해서 동사의 의미를 파악하고 미래의 toV, Ving, that절, wh-절, 그리고 판단의 toV 등이 일정한 pattern으로 갖고 상호작용을 하면서 어우러지고 있다. 그만큼 앞으로 전개될 내용을 어렵지 않게 상상하게 한다. 예측 가능한 상상력은 원칙과 예외를 구분하지 않아서 mannerism에서 해방되게 하는 기쁨을 준다. 명사, 동사편을 지나서 형용사와 부사편, 그리고 다시 동사! 이렇게 Lecture 하나하나를 지나갈 때마다 고딩을 마치면서 자연스레 기억 속에 묻어 두었던 궁금증은 긁힌 기억을 따라 하나하나씩 해답을 찾아 간다. 일회성 동사, 'for V-ing'이 ‘toV'의 부사적용법의 목적과 호환 가능성 등 영어 공부를 하면서 가졌을 법한 의문점에 답을 해주고 있다. 많은 궁금이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영어는 더 이상 Question mark가 난무한 공부가 아닌 재밌고 편안한 공간으로 변한다. 영어 단어와 단어 사이에 미시적으로 촘촘하게 연결망을 쳐서 연상작용으로 생소한 단어에도 쉽지 않게 다가가게 해 준다. 나무를 보면서도 숲을 망각하지 않고 숲과 나무를 모두 빠르게 조망할 수 있게 한다. 문제 하나하나의 위치가 영어 전체에서 어느 위치에 해당하고 어떻게 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