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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라마조프 형제들 1

[도서] 까라마조프 형제들 1

도스또옙스끼 저/홍대화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인생에 한 번을 읽어야 할 고전들이 많지만 쉽게 고전을 펼치지 못하는 주저함이 있었다. 독서모임을 통해서 만나는 고전이 외에는 사실 큰 결심을 해야 할 정도로 보이지 않는 마음의 장벽이 생긴 건 아마도 20대 읽었던 몇몇 작품들을 읽고 나서 쉽게 공감할 수 없었던 경험이었다. 그런 이유로 고전을 일부러 찾아 읽지 않았던 내가 독서모임을 통해 고전들을 읽고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 속에 내가 경험하지 못한 느낌들을 공유하게 되면서 조금은 고전에 다시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코로나로 오프라인 독서모임을 못하게 되니 고전에 다시 장벽이 생긴 것 같아 나름 하나의 숙제처럼 여겨졌던 고전 읽기 중 도스또옙스끼의 <까라마조프 형제들 1>을 이번에 도전해 보았다.

 

이 이야기의 출발점인 표도르 빠블로비치 까라마조프는 형편없고 방탕아이지만 재산을 불리는 일에서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 빈손이었던 그는 좋은 가문의 아젤라이다 이바노브나 미우소바와 결혼을 통해 기반을 잡게 되지만 그의 방탕한 생활에 견디지 못한 그녀는 아들이 세 살 경일 때 집을 나간다. 표도르는 아들 드미뜨리를 돌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예 그의 존재조차 잊은 듯했고 드리트리는 하인 그레고리와 그의 부인 마르파의 보살핌을 1년간 받는다. 집을 나간 아젤라이다가 죽고 그녀의 사촌 뾰뜨르 알렉산드로비치가 드미뜨리의 후견인이 되어 그를 데려간다. 표도르는 소피야 이바노브나와 두 번째 결혼으로 이반과 알렉세이가 태어난다. 표도르의 방탕한 생활로 이바노브나는 히스테릭한 발작을 일으키는 신경성 부인병에 걸려 결혼 8년 만에 사망한다. 이 두 아들도 드미뜨리처럼 어머니가 죽고 나서 아버지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으나 어머니의 양육자였던 장군 부인이 이 두 아이를 데려가며 아버지의 집에서 떠나게 된다. 형 이반은 학업에 뛰어나 능력을 가졌고, 동생 알렉세이는 박애주의자로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비판하지 않았고 모든 것을 포용하기에 주변 사람들 모두 그를 사랑하며 돌봐주었다.

세월이 흘러 큰아들 드미뜨리와 표도르 사이에 아젤라이다가 남긴 유산과 재산분할 문제로 다툼이 일게 되면서 이 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 까라마조프 형제들이 다 모이게 된다. 해결되지 않고 점점 더 큰 분란이 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곳의 수도원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장상 조시마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 장상 조시마의 인품과 신앙심에 반해 수도사가 되려 준비 중이던 알렉세이는 이런 가족의 불화에 혼란스럽기만 하고 이와 달리 형 이반은 신에 대한 믿음에 아주 비관적인 사람이었고 형와 아버지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방광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이들 부자지간의 문제는 돈만이 아닌 여자관계에서 서로에 대한 더 깊은 증오심을 품고 있는 듯했다. 그루셴까라는 여인을 두고 아버지와 드미트리가 서로 자신의 여자로 만들겠다는 욕망을 품고 있었고 드리트리의 약혼녀인 까쩨리나 이바노프를 이반이 사랑하면서 이들의 관계는 복잡하며 미묘하게 흘러간다. 한 여인을 두고 벌이는 부자지간의 폭력적인 상황과 까라마조프가의 남자들에 의해 벌어지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는 알렉세이의 고군분투는 무색할 정도로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간다.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해 보려는 알렉세이의 고군분투가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표도르와 드리트리는 일족측발의 상황이 지속되고 까제리나에게 거절당한 이반은 먼 곳으로 떠나면서 1부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책 속의 문장들>

. 또 한가지 물어볼까요? 정말로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그중 누가 살 가치가 있고, 누가 살 가치가 덜한지 결정할 권리가 있는 걸까요?”

여기에 왜 가치 판단을 개입시키지? 그 문제는 가치에 근거한다기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다른 이유에 따라 흔히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결정되던데? 하지만 권리에 관해서라면, 희망할 권리를 지니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니?”

다른 사람의 죽음에도 해당되는 건 아니겠지요?”

설사 다른 사람의 죽음이라 해도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고 있고 달리 살 수도 없는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너는 내가 아까 '두 마리 뱀이 서로 잡아먹으려 할 거다'라고 한 말 때문에 그러는 거지? 그렇다면 나도 한가지 묻자. 너는 나도 드미뜨리처럼 그 미친 노인의 피를 흘릴 수 있는, 그러니까 죽일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는 거냐. ?” (p.269~279)

 

왜냐하면 저들 두 사람의 만남은 그 첫 순간부터 저분의 심장에 오욕으로 남았으니까 그게 바로 저분의 속마음이지! 나는 저분이 형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내내 그 얘기를 듣는 일만 해왔던 거야. 저는 이제 가겠습니다. 하지만 까쩨리나 이바노브나 당신은 정말로 형만을 사랑한다는 걸 알 아두세요 형이 주는 모욕이 크면 클수록 당신은 더욱더 형을 사랑 할 겁니다. 바로 이것이 당신의 격정입니다. 당신은 당신을 모욕하 는 형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만일 형이 개과천선한다면 당신은 당장에 형을 내던지고 사랑도 완전히 식어버 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의 대단한 신실함을 끊임없이 관조하고 형의 배신을 비난하기 위해 형은 당신에게 필요한 존재예요. 이 모든 건 당신의 오만함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p.356)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는 달리 매끄러운 번역과 주석의 도움으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기독교라는 종교적인 견해로 이야기되는 부분에선 간혹 이해가 쉽지 않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책을 덮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으로 만족스러웠다. 책의 두께만큼이나 등장인물들이 많아 처음부터 인물들의 관계도를 필기해가며 읽었다. 러시아 사람들의 이름이 가진 특징으로 인해 한 인물에 대한 여러 가지 호칭을 필기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름 때문에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 이 책의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한 편의 연극을 본 것 같다. 소설을 읽는 느낌보다 등장인물들의 과장된 말과 행동 그리고 감정표현이 극적으로 느껴져 공연장 안의 관객이 되어 그들의 연기를 지켜보는 듯했다. 표도르의 방탕한 생활과 광대 역할을 자처하며 벌이는 과장된 언행들, 아버지를 향한 드미트리의 분노, 이반의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생각, 너무나 깨끗한 알렉세이가 보여주는 각기 다른 성향과 특성으로 기름에 물을 부어 썩이지 않는 것처럼 이질감 가득한 가족이었다. 주변 인물들 또한 평범한 인물들이기보다는 상처받고, 독기를 품고, 각자의 욕망에 충실했기에 그들이 내뿜는 열기 또한 극적이었다. 고전을 읽으며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기에 더욱 신선하게 다가온 책이다. 표도르를 보면서 인간의 본능에 충실했던 <그리스인 조르바>가 떠올랐는데 조르바는 표도르에 비하면 정말 신사적이고 인간적인 사람이었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남은 2, 3권에서 펼쳐질 이 까라마조프가의 이야기가 어떨지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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