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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과거

[도서] 빛의 과거

은희경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기억은 지극히 개인적이며 가장 이기적인 사고 중의 하나이다. 같은 상황과 사건을 두고도 서로의 기억은 완벽히 일치할 수 없고 자신의 감정으로 사건을 판단하고 저장하기에 지극히 개인적일 수밖에 없는 과거에 대한 기억에 대한 이야기인 은희경의 빛의 과거를 만났다.

 

주인공 김유경은 어느 카페 개업식에서 우연히 대학 동창 김희진을 만나게 되어 가끔 연락하고 만나는 사이로 지낸다. 김희진은 1970년대 여자대학교의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던 인물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설 지금은 없는 공주들을 위하여을 발표하고 작가의 길로 들어섰었고 그 작품을 김유경이 읽어보며 그 시절 기억에 대해 많은 간격이 존재함을 느낀다. 소설은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던 인물들을 공주로 표현되었고 화자인 는 그런 공주들 속에 가진 것 없이 사람들에게 소외되는 피해자의 모습으로 그려졌고 다른 인물들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공주들로 그리고 김유경은 세 번째 공주이며 얌전한 척하면서 자신이 필요한 것은 손안에 다 넣는 약은 인물로 묘사되어 있었다. 처음 미팅을 나가 김희진의 파트너였던 이동휘를 훗날 학보사에 들어간 김유경이 타학교 학생의 모니터링 협조 요청을 하며 만나게 된 것을 두고 김희진은 남자를 빼앗겼다고 생각했다. 정작 김유경은 다른 사람과의 만남으로 첫사랑을 키워나갔고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의 아픔에 괴로워할 당시 나름 김희진의 방해가 있었음을 소설을 통해 알게 된다. 김희진의 기억 속의 함께 생활했던 인물들의 묘사는 모두 다 부정적으로 비치지만 김유경의 인물들 묘사는 개개인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를 담았다기보다는 행동이나 말을 중심적으로 객관적으로 묘사가 된다. 이 둘의 기억의 합의점을 찾거나 김유경이 김희진에게 소설 속 인물들에 대해 질문을 하지 않기에 서로의 기억은 그냥 그렇게 각자의 기억 속에 머무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김유경이 묘사하는 김희진은 자기중심적이며 계산적인 인물이고 자신은 말더듬이 증상이 있어 이를 최대한 감추기 위해 소심한 선택을 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 둘의 기억의 차이를 읽다 보니 어느 순간 화자인 김유경의 기억은 그럼 정확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둘의 입장차가 너무 크고 성격도 다른 이 둘은 과연 누가 그 시절 소심한 피해자인지 헷갈리게 된다. 당연히 화자 김유경의 기억을 중심으로 둬야겠지만 김희진이 바라본 김유경의 모습 또한 백 퍼센트 선입견에서 바라봤다고 할 수도 없다. 김희진이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들을 하고 대학생 시절 불미스럽고 안타까운 사건을 일러바치는 인물로 추측되는데 왜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사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하지 않는 의유부단한 김유경이 답답하기도 하다.

 

작가가 1970년대의 정치적 · 사회적 분위기, 지식인이지만 성()이라는 틀에 갇혀버린 여성, 계층 간의 격차 등을 여성의 시선으로 잘 담아냈다고 평가해본다. 김영하 북클럽의 12월의 과제가 사놓고 안 읽은 책을 읽기였는데 20221월 북클럽에서 은희경의 새의 선물이 선정되었기에 그 책을 읽기 전 은희경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기 위해 이 빛의 과거를 선택했다. 사실 한국 여성 작가들의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할 수가 없어서 2022년엔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고 싶은 분야이기도 하다. 내 기억 속의 인물들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을 더 많이 담아내는 그런 좋은 생각을 많이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빛의 과거를 읽으며 그 빛이 항상 찬란할 수 없더라도 조그만 희망의 빛이라도 비춰주는 그런 기억을 많이 남겨두고 싶다.

 

책 속의 문장들

약점이 있는 사람은 세상을 감지하는 더듬이 하나를 더 가진다. 약점은 연약한 부분이라 당연히 상처 입기 쉽다. 상 처받는 부위가 예민해지고 거기에서 방어를 위한 촉수가 뻗어 나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약점이 어떻게 취급당하는가를 통해 세상을 읽는 영역이 있다약점이 세상을 정찰하기 위한 레이더가 되는 셈이다. (p.22)

 

그때 나는 어느 정도의 거리만 있었을 뿐 우리가 같은 공 간과 시간대를 공유하며 나란히 서서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본 나와 내가 본 그녀가 마치 자석의 두 극처럼 서로를 밀어내고 있었으므로 실제의 간격은 훨씬 더 벌어져 있었다. (p.122)

 

나는 그 시간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난 것일까. 오로지 내게 주어진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 것과 성적을 올리는 것, 두 가지에만 의미를 두던 고등학교 시절 훈육의 틀과 그리고 내가 동의할 수 없었던 세상의 모범생이라는 모순된 자리. 거기에서 시스템의 눈치를 보며 적응한 척했던 것이 단지 임시방편이었을까. 혹시 그대로 내 삶의 태도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p.245)

 

어차피 우리는 같은 시간 안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이었고 우리에게 유성우의 밤은 같은 풍경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 책에서 말하듯 과거의 진실이 현재를 움직일 수도 있다. 과거의 내가 나 자신이 알고 있던 그 사람이 아니라면 현재의 나도 다른 사람일 수밖에 없다.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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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ne518


    2020년에 봐서 거의 잊어버렸지만, 스무살 대학생이 됐을 때 이야기였던 것 같네요 두 사람 기억이 조금 다르다니 누구 기억이 맞을지, 본래 기억은 자기한테 좋게 한다고 하더군요 두 사람이 대학생 때 만나고 일도 잠시 같이 한 적 있어서 오래된 친구가 되기도 했네요 기억은 달라도 김희진도 그때를 다시 떠올려봤을 것 같습니다


    희선

    2022.01.01 01:2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삶의미소

      가장 오래된 친구이지만 가장 친한 친구는 아니다가 이 둘의 관계이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사람은 어쩌면 그런 욕망을 이루지 못했을 때 타인에 대한 원망으로 결론을 내리는데 이것을 아주 잘 보여주는 인물이 김희진으로 그려지긴 하죠. 과거에 대한 기억이 너무나 극과 극을 달리는 것을 보여주고 또한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는데 다 김희진과 연관이 되어있으니 읽는 내내 참 못됐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그 기억이 사실이 아닐 수 있으니 함부로 판단해서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2022.01.01 12:30
  • 스타블로거 서천

    이 작품을 안 읽어서 잘 모르겠지만, 기억으로 범위를 좁혀 얘기해보자면, 소설은 어디까지나 허구이므로 김희진이 소설 속에서 쓴 내용이 김유경의 기억과 다르다고 해서 김희진이 잘못 기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이 점도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소설가는 작품의 의도를 드러내기 위해 자신의 기억을 일부러 왜곡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만일 소설이 아닌 논픽션이었다면 기억의 다름에 대해 지적할 수 있겠지만요. 어쨌거나 저도 기억처럼 부정확한 것도 없을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 있습니다. 기억은 달라도 그 기억의 다름으로 인해 관계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기억이 달라도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안타깝다고 할 수밖에 없겠네요.

    2022.01.01 23:1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삶의미소

      김유경이 가진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김희진은 사실 비호감 그자체인데 김희진의 소설 속의 김유경 또한 비호감이라 두 사람이 현재에 같이 만나 시간을 보낸다는 것부터 사실 좀 제 기준으로 이해가 안되긴 하더라구요. 김희진은 현재 김유경보다 자신이 나은 위치에 있다는 우월감에 김유경을 만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는데 김유경은 왜 이런 만남을 이어오는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너무 다른 두 사람의 기억을 조합해보면서 몰랐던 진실이 밝혀지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서천님 감사합니다 ^^

      2022.01.02 10:59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언젠가 이웃님 리뷰로 만난 책인데 삶의미소님 리뷰로 만나네요. 김영하 북클럽 과제를 통해 '사놓고 안 읽은 책 읽기'로 이 책을 읽게 되셨네요. 저도 올해는 사놓고 안 읽은 책을 좀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좋아하는 작가 외에는 소설을 많이 읽지 않는 사람인지라 은희경 작가의 소설은 읽은 적이 없지만 꾸준히 좋은 소설을 쓰고 계시는 작가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1970년대 시대적 상황을 대학교 여자기숙사에서 만난 여성 주인공들의 시선으로 잘 풀어낸 소설 같습니다. 새해 첫 날 삶의미소님 리뷰로 마무리 합니다.^^

    2022.01.01 23:37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삶의미소

      저도 사실 한국 여성 작가들의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할 수 없어서 올해는 신경써서 읽어보고 싶은 분야이기도 합니다. 은희경의 작품을 이렇게 만나보니 다음 읽을 책도 살짝 기대가 되고 말이죠 ^^

      2022.01.02 11:01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