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희의 『날마다 만우절』은 11편의 단편소설을 담은 책이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외롭고 개인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외롭다고 힘들다고 홀로 무너지지 않는다.
끝없이 감정의 밑바닥을 파고들지 않는다.
사소한 것에서 웃음을 찾고 나이에 맞지 않은 행동과 말을 하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자신의 감정을 추스른다.
화가 나 혼자 소심한 욕을 내뱉고, 놀이터에 세워진 킥보드를 훔쳐 타고 다니다 다치고,
눈 속에 파묻힌 세발자전거를 타고, 어린 조카 손녀의 마녀 주문에 함께하는 등
그런 그들의 행동에서 삶의 빛과 희망을 보게 되고 웃음 짓게 된다.
이런 캐릭터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고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마지막 단편소설이 <날마다 만우절>이기에 이 단편을 만나기 위해 마지막까지 책을 읽을 수밖에 없지만, 이 책은 단편 하나하나가 다 맘에 들어서 매일 하나씩 아껴서 읽었다.
역시 기대에 부응하듯 마지막에 만난 <날마다 만우절>은 기분 좋게 대미를 장식하는 이야기다.
가족과 함께하는 어른들의 거짓말 퍼레이드를 읽다 보면
나도 그들 틈에 섞여 어떤 그럴싸한 거짓말을 해볼까 하는 상상을 저절로 하게 된다.
일 년에 한 번 이젠 아이들만의 장난 가득한 만우절이 아니라
모두를 웃게 하고 유쾌하게 만들 수 있는 날마다 만우절은 대환영이다.
작가 윤성희 작품으로 처음 만난『날마다 만우절』에 대한 주변인들의 극찬에 호기심이 일기도 했지만, 단편소설을 이해하기 힘든 나에겐 도전이기도 했다. 내가 읽었던 단편소설은 대부분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소외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내가 단편소설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겪어보지 못한 삶을 길지 않은 글을 통해 들여다보며 이해하는 게 쉽지 않다는 나름의 변명을 해본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책을 읽은 것 같아서 항상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은 이유는 너무 사랑스러운 캐릭터들 때문이다. 어렵게만 생각되던 단편의 틀을 깨준 이 책이 너무 소중해서 꼭 다시 읽어보겠다고 마음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