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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도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저/이재룡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서평

 

6월부터 Yes24 북클러버 활동을 시작했고, 모임의 첫 책으로 항상 읽고 싶었지만 계속 미뤄왔던 책,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택했다. 5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네 명의 남녀 주인공들, 토마시와 테레자, 프란츠와 사비나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사랑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들이 추구했던 사랑의 방식은 너무도 달랐고 그 사이에서 그들은 멀어졌다 다시 가까워졌다를 반복한다.

 

그들이 쫓는 무언가들은 '가벼움'과 '무거움'으로 상징되는데 토마시와 사비나는 '가벼움'에 항상 이끌렸고, 프란츠와 테레자는 '무거움'을 원했다. 하지만 토마시와 사비나의 바람대로 그들이 사랑하는 이들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졌을 때, 그들은 다시금 '무거움'을 그리워했고 다시 테레자의 품으로 돌아가거나, 프란츠를 그리워했다. 반대로 안정적이고 무거운 사랑을 원하던 테레자는 토마시의 잦은 바람에 결국 자신 또한 '가벼워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프란츠 역시 사비나가 떠남으로 잠시 힘들어 했지만, 곧 자신에게 주어진 뜻밖의 자유에 행복해했다. 그들은 보다보면 인생은 언제나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거움도, 가벼움도 어느 게 더 중요한지, 어느 게 더 나은 선택일지는 알 수 없다. 인생은 딱 한 번 사는 것이므로 그런 인생엔 리허설이라는 것이 없으니. 그래서 우린 항상 불확실성을 가지고 가벼움과 무거움의 갈림길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 7부 카레닌의 미소에서 정말 많이 눈물을 흘렸다. 최근 중학생때무터 함께 했던 강아지를 떠나보내서 더욱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 같다. 테레자의 카레닌을 향한 이해관계가 없는 사랑은 강아지, 고양이들의 반려인이라면 누구나 공감을 하지 않을까? 아픈 와중에서 테레자의 얼굴을 핥으며 마지막까지 미소를 보여준 카레닌, 그리고 아파 힘들어하는 카레닌을 안락사 시킬 수 밖에 없었지만 자꾸 카레닌이 아직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테레자의 모습은, 우리 가족이 강아지를 보내주던 상황과 너무도 닮아있어서 상황의 묘사들이 참 아프게 다가왔다. 아무것도 서로에게 바라지 않는, 서로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그런 사랑이 흔치 않고, 그래서 특별하고 소중함을 알기에, 카레닌의 부재는 너무도 슬펐다.

 

소설은 '키치'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제대로 읽을 수 있다고 한다. 키치는 책에 있는 설명에 따르면 '존재에 대한 확고부동한 동의' 이며 '인간 존재가 지닌 것 중 본질적으로 수락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배제'하는 '미학적 이상'이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가벼운 것들을 숨기고 무거운 것들에만 스포트라이트를 옮길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무거움 뒤에는 항상 숨겨진 가벼움이 있다는 것. 그리고 소설 속 '사비나'는 무거운 것들만 보려하는 '키치'를 처음부터 계속 부정하고 반대했다. 테레자가 그녀의 화실에 방문했을 때 그녀가 그린 그림들은 테레자의 눈에 그당시 유행했던 '사실주의' 기법을 잘 활용한 그림이었지만, 사비나는 말한다. " 이 그림은 망친 거야. 붉은 물감이 캔버스에 흘렀거든. 처음에는 화를 냈는데 점차 그 얼룩이 맘에 들더군. (......) 나는 이 틈을 확대해서 그 뒤에 볼 수 있는 것을 상상하는 놀이를 시작했어." 사비나에게 그 그림은 앞은 완벽한 사실주의 세계(무거움)였고 그 뒤는 이해할 수 없는 진리가 담겨있는 신비롭고 추상적인 무엇(가벼움)이었다. 아마 이 소설 곳곳에 이런 '키치'의 개념들이 숨겨져 있는 것 같은데 그건 재독을 통해 파악해보아야겠다.

 

밀란 쿤데라는 평범한 러브스토리에 '무거움' 과 '가벼움' 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그의 철학적 생각을 글에 녹여냈다. 그의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마음과 달리 책에 숨겨진 관점들을 완벽히 이해하기란 힘들었다. 절대 1독으로는 안 될 것을 알기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천천히 다시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다시 읽으면 읽을 수록 보이지 않고 이해되지 않았던 철학적 개념들이 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나 또한 같은 경험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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