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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본스

[도서] 노 본스

애나 번스 저/홍한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곧 한글번역으로 출간이 될 오늘의 책, <노 본스>는 북아일랜드 분쟁 '트러블' 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북아일랜드 분쟁에 대한 이해 없이 책을 읽는다면 잘 읽히지 않아 금방 흥미를 잃을 지도 모른다. 책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북아일랜드 분쟁 '트러블'을 설명하자면 1968년 부터 1998년, 30년 동안 이어진 분쟁으로 아일랜드 공화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당시 일부 지역은 영국의 소속으로 남겨짐으로써 발생하였다. 이 때 대부분의 가톨릭교인들은 아일랜드 공화국의 완전한 독립을 주장했고 개신교 사람들은 북아일랜드가 영국에 계속 남기를 원함으로써 종교적인 차원의 분쟁으로 넓혀졌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의 한 도시 '아도인'이 배경이며 이 곳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톨릭계로 친아일랜드계이다.

 

이 책은 챕터마다 중심이 되는 인물들이 다르고 시점도 다양한 인물들로 넘나들어 마치 단편소설집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하지만 알고보면 가장 큰 중심축이 되는 가족은 바로 러빗 가족이다. 아빠 토미 러빗과 엄마 머라이어 러빗, 그리고 세 남매 - 첫 째 믹 러빗, 둘 째 리지 러빗, 그리고 마지막 막내 어밀리아 러빗.

 

1969년 '트러블'이 발생하기 전, 여느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친구들과 놀러다니며 걱정따윈 없던 6살 어밀리아가 북아일랜드 분쟁과 함께 자라며 피폐하게 변해가는 과정이 참혹하게 느껴져 읽기가 참 힘들었던 책이다. 잔인하고 기괴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계속 읽고 있자면 나까지 정신병에 걸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불쾌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전쟁'에 대하여 우리가 놓치고 있던 부분을 꼬집어준다.

 

'전쟁'이라고 하면 우린 사람들이 총에 쏘여 죽고 폭탄에 맞아 부상을 당하는 외적인 피해만 생각하는데 이 책은 사람을 죽이는 것 외에도 전쟁이 민간인들을 정신적으로 어떻게 망가트리는 지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30년이라는 긴 시간을 군대가 곳곳에 주둔하고 이유도 없이 서로를 죽이는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전쟁과 아무 상관이 없는 일반인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을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다는 이유로 너무 쉽게 간과하고 있다. 특히나 아이들은 어른들의 싸움에 아무것도 모른 채 희생을 당한다.

 

아도인은 매일이 폭력과 죽음이 난무하는 도시로 변했고, 그 안에서 전쟁과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은 폭력에 노출되어 매일을 살아간다. 안타까운 죽음들이 매일 생겨나지만, 그 죽음들이 기억될 수 도 없도록 다음날 그들은 또다른 수많은 죽음들을 맞이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성장한 세 남매, 믹, 리지, 그리고 어밀리아가 제대로 자랐을 리가 없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끔찍하리 만큼 망가져있다. 폭력적인 것은 둘째 치고, 변태적이고 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내 눈을 의심케 만든다. 그와중에 마음이 가는 건 막내 어밀리아이다. 사회에서도, 가족 내에서도 가장 최약체인 어밀리아가 (강간당하지 않기 위해 여성성을 없애려) 거식증에 걸리고, 믹과 믹의 부인 미나의 변태적인 폭력에 결국 조현병까지 얻게 되는 그 과정은 정말 마음이 아프다. 어느새 책을 들고 있는 내 표정은 한없이 찡그려져있고, 속이 거북해오는 문장들에 고개를 잠시 돌려 창 밖을 바라보고 크게 숨을 들이 마신다.

 

<노 본스>는 <밀크맨>을 쓴 애나 번스의 첫 번째 장편 소설로 <밀크맨> 보다 먼저 쓰여졌지만 한국에는 이제야 번역이 되어 소개되는 작품이다. 애나 번스는 자신이 자란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마을 아도인을 배경으로 이 <노 본스>를 썼고 이 책은 2001년 영국왕립문학회에서 수여하는 위니프리드홀트비 기념상을 받았으며, 2002년 오렌지 소설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출판사 창비 로부터 한국에 소개될 애나 번스의 두 번째 작품 <노 본스>, 기분이 좋아지는 책은 아니지만 '전쟁'에 대해 우리의 일이 아닌 양 가볍게, 혹은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는 우리들에게 '왜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되는 가', '전쟁은 어떻게 우리의 삶을 망가트리는가' 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글은 창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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