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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각오로 살아 보라는 너에게

 

  고1, 한창 예민하고 남의 시선에 많은 의미를 두었던 때였다.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군 날 한 번도 자신의 집에 초대하지 않았다. 또 다른 친구 한명은 그 반대였다. 역시 친한 친구였는데, 사실 그의 집을 가보고 너무 허름해 놀랐다. 물론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여태껏 그런 집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친구 역시 형편이 어렵긴 마찬가지였는데 자신이 사는 집을 보여주기 부끄러워한 반면 후자에 언급한 친구는 내게 그런 모습을 전혀 거리낌 없이 보여주었다. 난 느꼈다. 두 번째 친구가 좀 더 자존감이 높은 아이구나라고...오늘 저자도 자신의 아픔을 민낯으로 드러냈다. 이런 솔직함은 누군가 읽는 이에게 위로가 된다. 저자의 말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을 견디고 버티게 해주는 것이 반드시 희망과 행복 같은 긍정의 메시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통해 스스로, 또는 타인에게 안식과 치유를 줄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한다.

 

  지금은 저자가 싫어하는 계절, 여름이다. 나도 4계절 중 여름이 제일 싫다. 특히 올해는 유례없는 긴 장마로 진절머리가 난다. 어김없이 찾아온 여름을 맞이하며 저자는, 언젠가 노트북으로 유서를 쓸 때만 해도 자신에게 여름은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는데 어찌됐건 또 다시 이것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녀가 출판사와 쓴 서면인터뷰를 읽어본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쓰면서도 최근까지 자살 시도를 했고 그것은 실패했으며 여전히 만성적인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헤매고 있다고 고백했다. 하루를 버틴다는 것 또한 저자에겐 그 누구보다 쉬운 일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란성쌍둥이로 태어난 남동생과 처음부터 차별을 받으며 컸고 아버지, 어머니의 폭언, 기를 쓰며 노력했던 미술 입시와 학원에서의 차별 등 33살이 된 오늘까지의 일기를, 서울의 한 셰어 하우스에 입주하며 담았다. 주로 최근 2년간의 이야기였지만 종이의 바탕색이 다른 쪽은 훨씬 더 어렸을 적 과거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런 교차 방식이 마치 소설과 같아 글쓰기를 배워본 적 없다던 저자의 실력에 감탄하게 된다. 온라인 플랫폼 브런치에 연재한 초고라 이미 입증된 것이기도 하지만. 부러웠다. 자신의 이야기를 읽는 이로 하여금 이렇게 빠져들게 할 수 있다니. 책읽기의 흥미를 차치하고라도 도발적이라고까지 느껴지는 책 제목과 함께, 죽지 못해 억지로 버티고 있는 누군가에게 분명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은, 유대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책이라고 단언한다. 삶의 벼랑에 내몰린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서점에 즐비하게 늘어져있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을 보면 분명, 한숨을 쉬며 때론 집어던지고 싶은 충동이 들지도 모르겠다. ‘날 알아? 내가 되어 봤어?’ 라고 속으로 외치면서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경제적 궁핍, 겉과 속이 다른 메이트들, 일상을 이어갈 수 없게 만드는 사회 공포증, 여성으로서 너무 힘든 신체적 현상인 자궁내막증 등. 충격적이고도 아프고 안타까운 여러 상황들을 담담하게 언급한다. 여전히 버틸 뿐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삶의 애착이 절실히 느껴져 더욱 마음이 쓰였다. 나와 같은 독자라면 읽는 내내 한숨과 공감이 교차되었을 것이다. 저자의 필명처럼 많이 편안해졌으면 좋겠다. 또한 독자의 편안함을 기원하는 저자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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