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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가구가 필요하세요?

[도서] 어떤 가구가 필요하세요?

이수연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어떤 가구가 필요하세요?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기 전에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내가 먼저 읽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 읽은 이수연 작가님의 그림책 <책콩 어떤 가구가 필요하세요?> 은 보다가 마음이 시큰해졌다. 어른아이같은 내 마음을 다독여주는 느낌이었다. 수채화같은 일러스트가 마음에 들었다. 이름도 없는 주인공, 느릿느릿한 곰도 마치 나와 같았다. 눈치 빠른 여우들 사이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갈색곰이 안쓰러웠다. 곰은 많은 이들에게 가구를 팔았고 영업사원으로서 영광스러운 우수 사원이 되어 상도 받았지만 정작 마음이 허전했다. 앞서 가구를 샀던 이들과 같은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정서적 허기와 결핍이 느껴졌다. 새로 산 그릇을 진열할 장식장이 필요했던 멧돼지 아주머니, 글이 안 써진다며 더 큰 책상으로 바꿨던 소설가 펭귄 아저씨, 편하게 앉아 연주할 수 있는 소파를 샀던 캥거루 아저씨, 젊은 시절 입었던 양복들을 보관할 옷장을 맞췄던 사자 할아버지 등 모두 필요한 가구를 샀지만 정작 만족하지 못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온 집안이 이미 골동품으로 가득찼던 멧돼지 아주머니의 집은 진열장도 겨우 들어갈 정도였고, 책상을 바꿨던 펭귄 아저씨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도 잊었으며 자신의 연주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 신이 나지 않았던 캥거루 아저씨는 이내 아코디언 연주를 멈추고 텔레비전을 켠다. 과거 트로피와 상장을 받으며 열심히 일했던 사자 할아버지는 방 한구석에 있는 가족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책 표지엔 사람들로 가득찬 만원버스에 주인공 곰아저씨만 갈색으로 물들어있다. 나머지는 흑백으로 처리했는데 마치 조명핀을 받은 무대 위 주인공처럼 눈에 띄면서도 지쳐보인다. 숨가쁘게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에게 필요한 가구를 팔기 바쁘지만 ‘나’ 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정작 몰랐던 모습이 꼭 나를 보는 것 같다. 곰아저씨는 커다란 식탁을 만들기로 한다. 그동안 가구를 팔았던 사람들을 초대해 식탁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가구가 아닐지도 모른다. 나도 뭔가를 갖고 싶을 때 소비를 하지만 사고 나면 그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무언가를 채우고 싶은 욕구였을지 모른다. 이 책에도 저마다 필요한 가구를 구입했지만 진짜 원하는 것이 뭔지 당장은 모르는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가구를 파는 곰아저씨를 통해 한자리에 모인 그들은 드디어 채우는 것보다 나누는 것으로 행복을 느낀다. 짧은 이야기지만 묵직한 울림을 주는 그림책이라 긴 여운이 남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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