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산책가의 노래

[도서] 산책가의 노래

이고은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산책가의 노래

 

 여름이 왔다. ‘짙은 초록색으로 덮인 숲은 습기를 가득 머금어서 얼마 걷지 않았는데 땀으로 축축해지기 시작한다’p.224 는 문장이 오늘 내가 느낀 기분과 딱 맞아떨어진다. 지난주에 아이와 둘이 안양천과 푸른수목원을 다녀왔다. ‘넓게 펼쳐진 연잎’p.8이 햇빛을 가려주는 양산같다. 개구리들은 진짜 연잎 아래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파란 물 속에 빨간 물고기 잉어 한 마리가 ‘느릿느릿 풍경 속에 한 획을 긋고’p.216 있었다. 물감이 섞일 것만 같은 느낌이다. “엄마! 저기 꿀벌!” 아이가 꽃들 속에 파묻힌 꿀벌을 보며 손으로 가리킨다. ‘꽃송이마다 벌이 앉았다가 뜨거운 열기를 참지 못하고 금세 날아오른다’p.220

 

 산책하면서 마주친 작고 소중한 것들을 쓰고 그리며 하루의 행복을 찾는다는 작가 이고은님의 에세이는 마치 노랫말같기도 하고 시를 읊는 것 같기도 하다. 짤막한 글이지만 물 머금은 수채화와 함께 보니 내가 보던 풍경이 오버랩되어 기분이 나아진다. 한동안 걸어다니며 출퇴근길에 보았던 안양천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은 7월을 향해가지만 사계절을 지나는 동안 자연의 모습은 어김없이 때에 맞춰 자신의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드러낸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핀 것 같은 민들레 홀씨를 보면 아이는 꼭 자기가 불겠다며 얼굴을 들이민다. 책에 쓰인 <민들레>도 수줍던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바람이 불 때마다 멀리멀리 떠나가 버릴 듯이 흔들리다가 나도 모르게 그대에게 날아가 노오란 꽃을 피워 놓고서 서둘러 바람을 타고 다시 날아와 버렸네’ p.44 반면<우리 이제는 만나지 말자>에선 인적 없는 산책로에서 만난 커다란 뱀 한 마리를 상기하며 ‘너를 미워할 이유도 피할 이유도 없지만 우리 이제는 만나지 말자’p.106 라는 문장에서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젠 아무 감정도 없지만 만나고 싶지는 않은 그 누군가가.

 

 이고은 작가의 에세이는 산책이라는 행위를 통해 보이는 것들을 소중히 글로 담았다. 다리가 들썩인다. 어서 걷고싶어졌다. 나도 저자처럼 소중한 무언가를 만날 수 있을까. 놓치지 않고, 스쳐지나가지 않고 내 눈에 담고 싶다. 평범한 일상도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사색이 필요하다. 일단 오늘은 바람결에 흩날리는 빗방울부터 관찰해야지.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