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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람의 생로병사

[도서] 조선사람의 생로병사

신동원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이 책의 내용은 임신과 출산, 태아 성별 선택의 태산 문화, 생사관과 방중술의 양생 문화 등을 다루어 대중적 흥미를 북돋우고 있지만 그것이 주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관심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서술한 부분은 옛사람의 평균 수명과 전염병의 종류와 그 영향, 질병의 치료 방법과 위생상태, 법의학 분야 등이다. 즉 재난과 질병, 치병과 의료, 의학과 근대위생 등의 문화적 현상을 살핌으로써 우리의 과거 삶의 모습을 재구성하였다. 조선시대 여인들은 오늘날처럼 아기를 낳을 때 누워서 낳는 와산(臥産) 보다는 쪼그려 낳는 좌산(坐産)이 더 일반적이었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임신중 여아를 남아로 만드는 전녀위남법(轉女爲男法)이라든가 임신중 어떤 음식은 피해야 한다는 금기사항 등을 소개하면서 이 책은 대중적 흥미와 관심을 이끌 만한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방중술(房中術)의 비법에 관해 소개하면서도 그 요체는 성적 쾌락을 추구함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양생법(養生法)의 하나로 인식되었음을 알려준다. 또한 성행위 시의 기교와 관련된 구천일심(九淺一深)이라는 말도 성기의 삽입 깊이를 말함이 아니라 입맞춤을 통하여 여인의 기를 취하는 방식임을 말한다. 조선사람의 평균 수명은 24세 남짓이었다든지 조선시대에는 오늘날과 같은 청소년의 개념이 없었고 관례(冠禮)를 기준으로 하여 어린아이와 어른으로 구별하였다든지 하는 내용은 우리가 잊어버리고 사는 우리의 지난날의 모습이었다. 삶과 죽음을 하나로 보는 옛사람들의 생각과 ‘어차피 죽을 놈은 약을 써도 죽는다’는 식의 운명론적 생사관은 의술과 보건 위생이 근대화되기 이전의 우리 조상들이 왜 ‘사람은 태어날 때 제 명을 가지고 나온다’는 믿음에 의존해야만 했던가를 설명해 준다. 천연두, 콜레라, 문둥병 등의 전염병에 시달리고 영유아 사망에는 대책 없이 굴복하던 시대 - 이러한 우리 조상들의 삶의 환경에는 체념과 공포와 함께 모든 것이 하늘의 뜻이라는 순응적인 운명론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능력을 키우고 재난을 이겨내려는 노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인 것이었으나 불행을 딛고 일어나 새날을 준비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이기도 하였다. 저자의 지적대로 조선사회가 전근대적이었고 우리 사회가 근대적이라고 하는 차이는 운명론에 젖어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이기도 하다. 부족한 점이 엿보이나 이 책은 그 나름의 귀중한 의의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옛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밝혀 주고 전통과 풍습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접근을 통해 우리의 참모습을 돌이켜 보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이 지닌 보람이 있다. 흥미 위주의 내용과 평이한 서술을 통하여 일반인들이 손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한 점도 문화의 보편화와 대중화를 위하여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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