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곧 전염병의 역사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천연두, 페스트, 콜레라, 등. 지금은 백신과 치료제가 있어 이런 전염병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코로나19 감염병으로 다시금 전염병의 위력 앞에 공포를 느낍니다. 전염병이 인류 역사를 어떻게 바뀌어 놓았는지 진지하게 알아보고 싶은 때에 매우 시의적절한 책이 나왔습니다.

김서형의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는 수렵 채집 시대에서 농경 시대로 이동하면서 인류는 필연적으로 전염병에 노출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함으로, 전염병이 어떻게 세계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는지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놓습니다. 실크로드를 따라 165년 로마 제국에 퍼진 역병(천연두로 추정됨)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합니다. 동로마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1세 때에도 치명적인 전염병(페스트로 추정됨)이 돌았습니다. 이로 인해 인구가 감소했을 뿐 아니라 실크로드와 바닷길을 통해 아프로-유라시아의 많은 도시 사이에 있었던 활발한 교역도 중단됩니다. 동로마제국의 군사력도 감소했습니다. 이로 인해 정복 전쟁은 끝났고, 동로마는 더 이상 강력한 제국이 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또 중세 유럽을 휩쓴 흑사병으로 반(反)유대주의가 두드러졌다고 합니다. 의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환자로부터 소위 ‘사회적 거리두기’ 밖에 없었고, 검역도 시행되었습니다. 당시 유럽에서는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흑사병으로 사망했습니다. 그래서 이때 ‘카르페 디엠’(carpe diem,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이란 말이 유행하게 되었다죠. 오늘날 코로나19로 인해 나라들 사이의 교류가 심각하게 단절되었고, 전 세계가 경제적 추락을 겪고 있습니다. 인종차별과 혐오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이 책, 인류 역사 속에 등장하는 전염병들을 거의 모두 언급합니다. 유럽인의 아메리카 이주로 인한 천연두와 매독의 전염, 아프리카 노예무역과 황열병, 산업혁명과 콜레라의 발병, 조선 시대의 염병(染病, 장티푸스), 아일랜드 이민과 미국의 장티푸스, 미국의 내전과 세균성 이질, 1차 세계대전과 1918년 인플루엔자(이 전염병 예방을 위한 첫 번째 조치가 마스크 착용이었다고 함), 아프리카 식민화와 말라리아(말라리아 치료제 키니네의 발견으로 강대국들은 아프리카의 식민화를 더욱 대담하게 추진함), 지금 우리에게도 익숙한 에이즈, 에볼라, 샤스, 조류인플루엔자, 등. 인류의 역사는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환경(세균과 바이러스를 포함)의 상호 작용으로 일어나는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전염병과 함께 세계사의 주요 사건들을 아주 쉽게 이해하게 해주는 이 책, 세계사의 흐름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흥미롭습니다. 읽어보세요. 실망하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