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네 번째 여름

[eBook] 네 번째 여름

류현재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 책을 어떻게 북클럽에 담았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여러 책을 동시에 읽기도 하는데 경쟁자는 무려 태백산맥 1권이었다.

그런데 선택은 쉬웠다.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태백산맥은 작위적으로 만든 문장이 무거운 이야기와 어울리지 않아 힘들었다.

이 책은 크게 두 개로 구조를 발라낼 수 있는데 과거와 현재다. 과거는 사건위주다. 극적이라 문장이 작위적이다. 아름답다. 미려하다. 꾸몄다. 그런데 어색하지 않다. 현재는 건조하다. 대화가 많다. 글쓴이가 부러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몰입감이 좋다는 평이 많은데 그대로다. 벌써 이만큼 읽었어라는 걸 느낀다. 

단점은 이야기가 단순한 듯 복잡하다. 세 가족, 하씨, 정씨, 구씨 집안 사이의 일인데 정리하지 않으면 헛갈린다.

처음에는 읽으면서 글쓴이가 지방으로 내려간 혹은 토박이 남자인 줄 알았다. 어업에 대한, 지역색에 대한 조사가 탄탄했다고 느꼈다. 그런데 귀향한 여성작가란다.

 

하얀 안개는 연통에서 뿜어져 나오는 도넛 모양의 검은 흔적을 걸레질하듯 지워버렸다.

 

그래서 문 앞에 주저앉아 녹아버린 뼈를 말로 토해낸다.

 

해심은 입에 쩍 들러붙는 달콤한 진액을 맛보려고 벌어진 무화과 꽁무니로 개미 떼처럼 파고드는 머리를 손으로 밀어냈다.

성관계를 아름답게 묘사해서 읽는데 감칠맛이 난다.

그리고 만선의 목구멍 속으로 깊숙이 말을 밀어 넣었다.

 

해심의 입술부터 가슴, 머리부터 발끝, 그 입에서 나오는 말들과 웃음까지도 짭쪼름하고 달짝지근했다.

역시나... 우마미.

진짜?

이런 표현은 작가가 진짜 경상도 사람이란 증거.

어디 구석진 방도 아니고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에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 것들이 서로를 먹고 마시고 삼키고 내뱉고, 네 몸 내 몸 구분할 수 없는 지경이 되도록 사랑을 했댄다. 바닷물 속에 사는 여자한테는 사람 냄새가 아니라 물귀신 냄새가 났는데 남자는 그게 또 좋았댄다.

 

자신을 밀어내지 않고 온전히 품어주는 바다가 고맙다. 발 디딜 곳 하나 마련하기 위해 악다구니를 써야 했던 육지에서의 시간들이 떠올라 몸이 울컥해진다. 잠결에 파고들었던 엄마 품 같아서, 그 품에 안겼던 마지막 순간이 떠올라서 숨이 가빠진다.

 

그들이 했던 말은 해심의 기억 속 가장 깊은 바다, 수초들이 우거지고 문어들이 숨는 작은 바위틈에 가라앉았다.

말을 의인화.

그 말은 돌 틈 사이, 모래 틈 사이에 붙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따개비처럼 해심의 기억 속에 뿌리내렸다. 하루하루 새까많게 번져 일대를 전부 따개비 밭으로 만드는 그것들처럼, 해심의 바닥을 조금씩 조금씩 점령해갔다.

마찬가지

숫자를 세고 있는 목소리가 떨릴수록, 핏줄을 타고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것 같은 간질간질한 행복감이 밀려왔다.

 

해심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황홀감을 느꼈다. 커다란 용이 트림을 하듯 바닷물이 굽이치고, 그 위에 비단옷을 입듯 연초록 플라크톤들이 반짝거렸다.

 

묵으로 그린 매화처럼 검은 새들이 하늘과 바다 사이에 점점이 피다 어부 그물에 걸려 올라올 때까지, 그 죽은 새가 다시 갯장어의 먹이가 되고 갯장어를 피해 수면으로 도망친 전어를 갈매기들이 잡아채 하늘로 날아오를 떄까지, 해심은 만선이 쓴 시를 읽고 또 읽었다.

 

앵강만에 장작불로 푹 곤 장어탕처럼 진득하고 뿌연 안개가 낀 날, 해심이 하용범과 배를 탔다.

 

만선도 해심만큼이나 늙었고 기억은 데구리배가 쓸고 나간 바다처럼 텅비어 있었다. 그 빈 바다에 작은 물고기부터 하나하나 채워 넣었다. 병어와 갈치, 갑오징어와 서대를 헤어치게 하는 것 어렵지 않았다.

 

바다가 얼굴색을 바꾸고, 구름과 안개 베일을 두르면 그 누구의 접근도 허락하지 않는 바다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그사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사람은 알 수 없다. 그저 시간이 지나 바다가 밀어낸 죽음의 형상으로 그 모습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소설은 그 풍경을 글로 옮긴 것이다.

글 그대로 감정을 풍경으로, 풍경을 감정으로 치환했다.


한편,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려고 쓴 글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사건도 많고 이야기도 재미있게 잘 짯다.

여자 배우로 누가 좋을까?

주인공이 선을 보러다닐 나이니까 삼십대? 검사? 기자출신 엄마와  싸우는 쎈 성격? 그렇다면 한지민, 윤진서.

조연으로 주인공 엄마는 적어도 오십대 중반, 육십대니까 박정수, 덕자는 김혜옥... 

남자 배우로

루저는 김희원, 정재영

조사관은 성동일

아버지는 안성기 말고 누구 없나...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