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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만난 자유, 셰익스피어

[도서] 감옥에서 만난 자유, 셰익스피어

로라 베이츠 저/박진재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인문을 읽어야 한다고 설파한다. 인문학자나 관련 분야 종사자들이 이야기하는 이야기라면 가볍게 듣고 넘어갈 수 있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말이라면 무게감이 달라지며 귀를 기울이게 된다. 잘 모르지만 어딘지 인문을 공부해야 할 것 같은 감정에 휩싸인다. 인문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지만. 주변을 돌아 볼 때 인문을 읽어 자신의 인생이 변화되고 과거와는 다른 삶을 살게되었다고 고백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어 의심도 든다.

 

인문 고전을 읽으라고 하면서 예로 드는 위인들이 하나같이 전부 옛 사람들이다. 이건, 조금 웃기지 않나? 인문 고전을 읽고 인생이 변한다고 하며 선보이는 위인이 과거 그 인문고전과 비슷한 연대의 사람이 소개되면 말이 안된다. 우리는 인문고전일지 몰라도 위인이 읽을 당시에는 대중서였을 수 있다. 과거에 책도 많지 않고 읽는 사람도 한정되어 있는 한계속에 인문을 읽은 사람 자체가 기본적으로 갖고 태어난 것들이 있고 당시 유행하는 책을 읽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현실은 무시하고 인문을 읽으라며 소개하는 사람이 최소한 100년 이전의 사람이라면 모순된다고 판단된다.

 

인문을 읽고 변화된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 평범한 사람이 인문을 읽고 범상한 인물이 되었다면 더더욱 인문을 읽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더이상 논박을 할 수 없다. 인문을 통해 자신이 변화되고 많은 사람을 변화시켰다면 귀를 기울이고 들을만한 가치가 있다. 바닥중에 바닥에 있는 사람이 그런 체험을 했다면 더더욱 듣고 싶다. 여기 그런 사람이 등장한다. 더이상 바닥이라고는 없는 사람의 변화된 인생 이야기가.

 

교도소에서 세익스피어를 만나게 되었다. 이 정도는 딱히 바닥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죄수는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평생 교도소에서 살아야 하고 항소도 할 수 없는 판결을 받았다. 싫든 좋든 평생을 교도소에서 살아야 한다. 그것도 10대에 교도소에 들어갔다. 희망이란 남의 이야기다. 악랄하다는 선입견을 확인시켜주려 했는지 교도소에서 탈출계획을 몇 번이나 세워 발각되기도 하고 교도관을 인질로 잡아 칼로 찌르기도 했다. 희망이 없는 사람에게 어쩌면 당연한 선택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없는 독방에 감금되는 신세가 된다. 잠시 벌을 받기 위한 며칠이 아니고 몇 년을 그렇게 살아간다. 독방에서 산다는 것은 가장 극악한 처벌방법이다. 수도자들에게 가장 극한의 수련 방법이 면벽수련이나 동굴에 들어가는 것이다. 중세시대에도 동굴에 들어가 음식만 받으며 오로지 할 것이 없으니 생각만 하는 고행의 방법이라 할 수 있는데 생각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하다보면 미치는 사람도 나오게된다.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는 것도 이럴진대 강압에 의해 독방에 들어가 좌우가 다섯발정도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에서 살아간다면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인간은 육체만큼 정신이 중요하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독방에 감금되어도 평소에 열심히 읽은 책들과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실컷 할 수 있을 것이다. 머리속으로 환상과 공상과 상상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육체는 이곳에 있지만 정신은 그 어디든 가면서 놀아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해 본적이 있는데 이런 생각 자체는 분명히 나는 조만간 다시 이 독방에서 나갈 것이기에 잠시동안 버티는 방법일뿐이다. 내가 여기서 나가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해 본 상상이다. 아마도 독방에 들어가면 하루는 고사하고 몇 시간도 버티지 못할 듯 하지만. '감옥에서 만난 자유, 세익스피어'의 주인공인 래리는 이런 독방에서 언제 나갈지 기약도 없고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하는 운명을 갖고 인생을 살고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매래도 없고 희망도 없고 하루 하루 살아가는 의미는 없다. 자살을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타당해 보인다. 실제로 자살도 고려했고 시도도 한다. 우연히 세익스피어 프로그램을 만난다. 교화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로 죄수들을 상대로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함께 읽고 토론한다. 과제를 주기도 한다. 독방에서 이 수업을 받게된다. 여러 죄수들이 독방에서 자원봉사로 온 로라 베이츠가 통로 복도에서 의자에 앉아 수업을 진행한다. 도대체, 상상이 가는가? 이런 사람을 위해 친절하게 책에는 사진이 있다.

가장 악랄하고 극악한 죄수들이 모여 있는 감옥이다. 오죽하면 독방에서 가둬두었겠는가? 이런 죄수들을 상대로 세익스피어 작품을 함께 공부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할까?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든 의문이다. 절대로 그들을 교화시킬 수 없다고 단언할 것이다. 하지만, 해 냈다. 아니, 했다. 교수의 훌륭한 가르침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죄수들 스스로 자신의 상황과 세익스피어 작품의 상황을 절묘하게 교차해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분석을 했다.

리처스 2세와 맥베스와 햄릿, 말광량이 길들이기 등등. 세익스피어 작품을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과 과거에 행한 범죄와 결부하여 일반인들보다 더욱 생생하게 감정이입을 했다. 세익스피어 작품을 전부 다 읽지는 않았지만 유명한 작품은 그래도 읽었는데 몇몇 부분에서는 동의하기 힘들거나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는데 그런 부분들이 책의 주인공인 래리는 자신이 실제 한 경험을 통해 더 잘 이해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해석하기 시작한다.

햄릿에서 귀신이 나오는 장면이 있다. 햄릿의 아버지인데 환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솔직히 이해가 쉽게 되지는 않고 문학작품의 비유라고 생각했는데 래리는 자신은 그런 환상을 겪는다고 한다. 독방에 갇혀 환상을 보고 대상과 이야기도 하고 밥도 먹는다고 한다. 극한에 몰려있을 때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이 보다 더 공감가는 해석을 듣지 못했다. 책의 저자인 로라 베이츠뿐만 아니라 나도. 그 외에도 세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의 인물들이 행하는 심리 상태에 대해 자신의 경험에 비춰 이야기하는 해석에 깊은 공감을 했다. 나도 세익스피어 작품을 읽을 때 내용 자체만으로 읽으면서 넘어갔는데 - 나는 공연할 배우가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이나 심리상태까지 파악하려고 하지는 않았으니 - 래리는 격한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내면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공감하고 해석했다.

그 뿐만 아니라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한 죄수들을 위한 세익스피어 안내서를 로라 베이츠 교수와 공동으로 집필했을 뿐만 아니라 작품을 새롭게 해석한 대본도 써서 공연을 세웠다.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경우는 로미오가 줄리엣 오빠를 죽이는 장면까지만 구성한 후에 연기를 한 죄수들이 한 명씩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로미오와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면서 공연이 끝이 난다. 꽤 기발하고 감동적인 연극에 더해 관람한 사람들에게 큰 교훈을 주는 연극이지 않을까 싶다.

래리는 점점 세익스피어의 작품으로 지적인 수준이 올라가뿐만 아니라 과거와는 다른 인물이 된다. 자살은 꿈도 꾸지 않고 교도소에서 대학졸업장을 따기 위한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죄수들에게 교육을 시켜 더 고등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 이런 주장과는 반대로 공부를 한 죄수들은 범죄를 하지 않는 사실이 나왔다. 세익스피어 프로그램 전에는 교도소 내 범죄가 600건이었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한 죄수들은 단 2건 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래리는 자신의 주장을 잡지에 기고할 정도다.

인문이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키고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지 이보다 더 좋은 사례가 있을까? 래리는 이미 교도소에서 문제인물로 찍혀 겨우 겨우 독방에서 나온지 얼마되지 않아 다시 독방으로 돌아가게 된다. 여기까지가 책의 내용이다. 그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나오지는 않는다. 이 내용이 소설이 아닌 실제 사례라 더욱 생생한 현실감으로 책이 읽혀진다. 내가 감옥에 독방에 갇혀 있다면 나도 래리처럼 될 수 있었을까? 그 전에 교도소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우선이지만.

책을 읽기전에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펼쳐 드는 책들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도 다 읽고나서도 재미있고 참 좋다는 감정이 끝까지 유지되는 책은 드물다. 게다가 큰 울림까지 주는 책은. '감옥에서 만난 자유, 세익스피어'는 그런 책이다. 세익스피어를 통해 내면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스스로 치유되며 자존감마저 높아졌다. 불행히도 여전히 독방에 갇혀 있는 래리가 최소한 독방에서 나와 세익스피어에 대해 더 공부해서 대학졸업장을 얻었으면 한다. 

 

 

 

함께 읽을 책(사진클릭)      

 


http://blog.naver.com/ljb1202/105510413
http://blog.naver.com/ljb1202/130171773
http://blog.naver.com/ljb1202/186826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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