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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향상회

[도서] 아향상회

영사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과연 문학을 읽는 사람이 여전히 남아 있을까?'

  이 말 <아향상회> (이동파 문학사 펴냄)의 저자 <영사>님이 이 책을 펴내면서 마음에 품었던 걱정이었다고 글을 적어 보내주신 내용입니다.

  그는 평소 글을 끄적이기 좋아해서 국문학과나 미학과 혹은 철학과에 입학하길 원했으나 집안 어른의 반대로 그가 전혀 관심 없던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해야만 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다. 그는 '빛을 쫓아온 스무 살의 빛바랜 스무 살 시절 이야기입니다.'라고 정리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이 머무는 곳은 작가 본인의 이야기라는 것이었습니다. 건강원에 흑염소나 마늘을 대주러 갈 때마다 라디오에서 그의 노래가 나오면, 이따금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던 걸 지켜봤기 때문이라는 서문이나 백부의 죽음과 함께 고향으로 낙향한 후 '언쩐지 올해 마늘이 흉작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더랬다.'라는 책의 끝부분이 겹쳐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네요. 책 표지의 아서 도브의 '염소'는 어떤 의미일까?

 

  이행과, 동행, 파행을 거쳐 발문으로 정리하는 이야기의 전개도 흥미롭습니다. 원하던 진학은 아니었지만 서울로 상경한 그 시절의 신입생은 발길이 지나가는 곳 모두가 새로웠다. 자신과 같이 튀어나온 앞니를 가진 여학생과의 만남은 그 시절 지나치는 당연한 과정이었다. 문학과 관련한 과목을 수강하지만 전혀 와 닿지 않는 강의, 대부분 강의에 불참하게 된 이유로 만나게 된 교수의 소개로 김 선생님이라 불리는 작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 곳에서 만난 지평과 기로 누나는 서로가 다른 양갈래의 길로 나누어진다.

 


  나는 교수가 과연 내 이야기를 듣고 무슨 말을 할까 싶었는데, 교수는 턱을 한번 스윽 만지더니 "그럼, 그런 일들이 있을 때마다 써둔 글 있어요?"하고 물었다. 나는 두 가지 이유로 당황스러웠다. 우선, 내가 어느새 글에 대한 해명은 잊고 나조차도 의식하지 못한 채 교수에게 신나게 떠들었기 때문이다. 둘째로 나는 교수가 내 글에 대해 이 정도로 큰 관심을 보일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 본문 중에서 -


 

  무언가 작가로서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던 거옥(김선생 자택을 일컬음)에서의 생활은 희망과는 달리 작가 자신이 세상에 고발하고 싶은 이야기로 정리된다. 먼저 거옥을 떠난 기로 누나로 시작된 갈등은 김 선생님의 기행을 직접 목격하면서 이별을 하게 된다. 문학계의 비리와 연관된 듯한 여운만 남긴채 더 깊은 이야기는 묻어두고 자신이 스스로 떠나고 만다. 다만무슨 이유인지는 앞 뒤 글을 보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누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짐을 쌌다. 작은 가방에 옷가지 몇 장과 세안용품을 획획 던져 넣더니 영영 여길 떠날 사람의 행색이라가엔 다소 휑한 채움으로 짐싸기를 마쳤다. 그리고 누나가 뱉은 말은 영영 내게 영영 충격적인 것이었는데, 누나는 짐을 다 싼 채 뒤를 돌아 정확히 지평 형의 문을 바라보고는, "제가 지은 밥 아니면 평생 그게 글밥인지 좆밥인지도 모르고 퍼먹다가 죽는 거야." 하고 다시 입을 다물었다. - 본문 중에서 -




 

  거옥을 떠난 후 일하던 카페 동료에게 소개받은 독서회에 들어가 부족한 갈증을 다소나마 해소하려던 소망은 얼마가지 않아 산산히 무너지고 만다. 애초에 순수 문학에 대한 자신의 꿈이 존재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좌절감만 남게 된다. 

 


  "시발 저 년놈들은 좀 다를 줄 알았더니 어째 요즘 글 쓴다는 놈들은 다 저 따위 식이네." 사내는 계속해서 화를 냈고 연거푸 술잔만 빠르게 기울였다. 이따금 내게 "차라리너처럼 <지 인생> 열심히 읽어 오는 게 나아."라고 하기도 하였는데 그건 아마 <자기 앞의 생>을 말하는 듯했다. - 본문 중에서 -


 

  독서회를 이끌어가던 나이든 분의 말은 어쩌면 작가 자신이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작가로서의 길을 걷기 위한 몸부림이 있어야만 진정한 깊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란 자신에 대한 외침정도로 들리기도 한다. 고향을 떠난 길로 시작해서 잠시나마 함께 동행했던 이들과의 이야기를 거쳐 그들과의 편치 않은 이별까지의 과정을 깨알 같은 문장으로 표현해온 그 시간은 이제 백부의 부음을 받고 귀향길에 오른다. 귀향길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믿어 의심지 않는다. 이 책에 남긴 모든 글은 작가로서의 길을 걷기 위한 다짐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YES2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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