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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먼 이렇게 가까운

[도서] 그토록 먼 이렇게 가까운

이명연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영화' 이야기가 아닌 삶을 통해 영화를 말하는 평범하면서도 이상한 '21편의 영화와 스무개의 이야기' 

 

  시인이자 기획편집자이면서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작가 <이명연>의 첫 에세이 <그토록 먼 이렇게 가까운> (꽃피는책 펴냄)을 그는 '시집이 아닌 것은 조금 부끄러우면서 못내 아쉽고, 영화에 관한 책인 것은 사뭇 공교로우면서 적잖은 위로다.'라고 말합니다.


 


  대학은 적어도 내겐, 곳으로는 거대한 술판이었고 때로는 음주기(飮酒期)였다. 가무(歌舞)는 그 전이나 그 이후나 지금처럼 그때도 젬병이어서 그 가무의 몫까지 나는 음주에 쏟았다. 새우깡조차 횟감으로 사용되던 그때 그곳의 술 기억은 너무 많아 옮길 수 없다. 다만 그저 건너뛰기엔 그때 그곳이 몹시 서운해할 터, 하루의 패턴 정도만 전하면, 이렇다. - 본문 중에서 -


 

  이렇게 영화 <어나더 라운드 Another Round>와 함께 시작된 <오로지 술, 죽음은 말고> 편에서의 추억은 강의실 앞을 서성이다 술 덜 깬 간밤 '사상자' 중 하나를 유혹해 새 판을 마련하고, 막걸리는 소주를 가리는 미지의 멤버 유혹용, 캅라면은 유혹에 넘어가 준 간밤 사상자를 위한 심폐소생이라고 기억합니다. 참으로 술맛 땡기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도 술 떄문에 군대에의 첫 휴가 중 맥주잔에 앞니 하나를 깼고, 어느 휴가 땐 엄마를 몰라보고,  시간늘 넘겨 복귀한 휴가도 불러냅니다. 대학원 시절 친구와 생일 술을 먹는 자리에서 친구의 죽음은 대답을 듣지 못하기도 합니다. 작가는 영화 <어나더 라운드>의 바탕이 된 핀 스코르데루의 잘못 알려진 가설 "매일 혈중 알코올 농도를 0.05퍼센트로 유지하는 건, 인간을 창의적으로도, 용감하게도 만든다"를 이야기하면서도 사랑러스운 영화였지만, 사랑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죽음을 술과 붙여 놓았기에.

 

  어려서부터 영화배우의 이름을 더 쉽게 기억했다는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영화를 찾아 다시 한번 그때의 기억과 함께 느낌을 떠올리게 합니다. "어떻게 저런 표현을 할까"라는 감탄을 만들어내기도 할 정도의 문장 하나하나가 중독성을 갖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여기 등장하는 21편의 영화를 꼭 한번 감상해야겠다는 욕구가 생겨납니다.


 

  그리고 10월29일 대한민국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또 하나의 비극적인 참사를 바라봐야 하는 우리 마음속에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세월호의 기억도 있습니다.

 


  그렇게 , 울음을 한동안 부질없게 느끼도록 한 건, 아니 느낄 수밖에 없게 한 건, 아이들의 죽음이었다. 적어도 내겐, 그날 그 사건 이후 글이든 말이든, 그날 그 사건을 쓰거나 말해야 할 때 말고는 쓰거나 말하지 않는, 쓰거나 말할 수 없는 금지어가 된 '세월'이라는 단어가 이름인 배와 함께 아이들이 가라앉던 날, 도무지 현실 같지 않던, 그래서 보면서도, 보고도 아닐 거라 생각했던 그 날, 그 아이들의 죽음이었다. 시시때때로 눈물이 흐르는데, 책을 읽다가도, 영화를 보다가도, 거리를 걷다가도,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도, 쉬는 시간 담배 한 대를 피우다가도, 심지어 수업 시간 학생들의 토론을 듣다가도눈물이 떨어지는데, 울음은 올라오지 않았다. 저 안 어딘가에 침몰한 듯. 침몰해 끌어올려주길 기다리는 듯. - 본문 중에서 -


 

  영화속에 숨어 지냈다는 작가의 말은 어찌보면 영화가 그토록 좋았다는 말처럼 들리네요. 지난 시간의 기억들이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 만큼 그 때 보았던 영화 한편한편이 그 시간을 견뎌내주고 힘이 되는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오래된 기억과 영화가 한 곳에 어울려 읽는 내내 함께 그 곳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YES2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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