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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다작하는 작가를 믿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동일한 시간이 주어졌는데, A라는작가가 1년동안 쓴 작품과 B라는 작가가 1달만에 쓴 작품이 있다고 합시다. 만약 1주일동안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에 책 한권을 들고 갈 수 있다면, 어떤 책을 들고 가고 싶으신가요?


작가의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둘이 서로 비슷한 역량을 갖고 있다고 한다면, 저는 A가 1년동안 쓴 책을 선택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이유 때문에, 다작하는 작가를 믿지 않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대표적인 다작작가이기 때문에, 그의 소설을 선택할때면 조금 조심스러워집니다. 


이 영화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직 원작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원작에 대한 평가를 영화를 기반으로 할 수는 없지만, 영화만으로만 보면, 영화는 정말 재미 없습니다. 


주요 내용은, "모든 일본인의 DNA 정보를 DB화 시켜놓고 있으면, 범죄가 발생했을 때, 범인을 금방 잡아낼 수 있다" 라는 너무나 오래된 주제... 1984의 '빅 브라더'에서부터,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데자뷰', '본 시리즈' 에서 선보인 전방위 감시 시스템 같은 이야기를 기본 배경으로 합니다. 이미 우리나라처럼, 전국민의 주민번호를 통한 지문 관리 시스템을 갖고 있는 곳에서는 너무나 익숙한 배경입니다. 그리고, 그런 전국민 감시 시스템을 만든 장본인이, 시스템의 오류로 저질르지 않은 범죄의 용의자로 지목됩니다. 


사실, 자신의 시스템에 자신있다면 (영화 초반부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시스템 디버깅을 하면 되는데, 이 주인공은 무턱대고 달아나 버립니다. 


그리고는 그 전까지는 당당하던 주인공이 갑자기 찌찔하게 변해서는 자기가 범인이 아니니까 잡아가지 말라고 빕니다. 


이게 무슨 엉터리 캐릭터 설정인가 했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다중인격이어서 그랬답니다. 


이건 무슨, 아침드라마의 단골 이야기처럼, 툭하면 기억상실에, 알고 보니 진짜 아버지가 대기업 회장님이었다.. 뭐 이런 것 같습니다. 


뜬금없는 결론은, <전국민 감시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고위 기득권층은 자기의 정보만을 제거한 상태로, 시스템에 걸리지 않고 마음껏 불법을 저지르기 위함이었다> 라는 것으로 끝이납니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원작이 한 1999년도 쯤에 씌여진 책인가 싶었습니다. 


그 당시에 이런 생각, 지금의 신기술 이슈인 '빅데이터' 같은 것을 미리 예견했다면.. (그래봤자, 조지 오웰의 1984의 아류입니다만) "그래 그렇다면야 이해해줄 수 있지.." 라고 납득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2010년에 씌여진 책으로, 이미 "구기술"이 되어버린 것을 마치 첨단 기술인것처럼 만들어놨습니다. 


히가시노 치고는 너무 안이하게 쓴 책인가 싶어서, 원작의 리뷰들을 살펴봤더니, 원작은 "중앙 정보 통제 시스템"의 운영 기술 및 그것의 활용보다는 누명을 쓴 주인공과 그를 쫓는 형사와의 관계, 사회 시스템은 관리하는 자와 관리 당하는 자로 구분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 같은 것에 중점을 두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그런 것은 보이질 않고, 그저 한물간 기술을 마치 지금의 첨단 기술인것 처럼 (물론 아직 현실화된 기술은 아닙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도시 안에서 특정 사람의 실시간 위치를 핸드폰 추적 없이 CCTV만 가지고 쫓는다는 것은 좀 억지스럽지요) 포장하는 것이 전부로, 인물들의 관계나 내적 갈등같은 것은 제대로 표현되지 않습니다. 


만약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면, 이 영화를 보는 것보다 원작을 읽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만약, "야, 이렇게 대충 만든 영화도 빵빵한 제작비 받고 제작되고 상영되는구나, 세상이라는 것이 어쩌면 생각보다 쉽게 날로 먹을 수도 있는 것인가보네?" 라며, 지친 일상의 새로운 희망을 원한다면, 이 영화를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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