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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사고를 방해하는 64가지 오류

[도서] 합리적 사고를 방해하는 64가지 오류

알베르트 뫼스메르 저/이원석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나는 말을 잘 못 한다. 물론, MBTI 돌풍 속 'E'가 나온 사람이기에 사람을 사귀는 말하기를 함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비판적인 말하기를 해야 할 때, 예를 들어 토론을 하는 상황에서 머리가 하얗게 되곤 한다. (좀 더 실생활적인 예시를 들자면 말싸움을 할 때 정도를 들 수도 있겠다.) 머리에 생각나는 건 없는데 마이크는 손에 넘어왔고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고. 이런 상황에서 아무 말이나 주절주절거리는 내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다. 아 나도 내 말이 헛소리라는 거 아는데, 이거 말고 떠오르는게 없는데 어쩌란 말입니까! 그런 일이 몇 차례 더 일어나자, 이 말하는 방식을 좀 뜯어고쳐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말하기 이전에 생각이 있다. 그 생각을 조금 더 다듬으면 좀 더 그럴듯한 말하기를 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인' 희망을 갖고 <합리적인 사고를 방해하는 64가지 오류(이하 합사방 64오류)>를 첫 장부터 읽어가기 시작했다.

<알코올은 금지된 약물이다. 금지된 약물이 많은데, 알코올은 왜 허용되는 건가?>
이 질문을 딱 마주했을 때, '아니, 그게 아니지, 그건 아니지' 하는 생각만 들어 결국 모범 반박을 살펴보았다. 
우선 우리는 이 문장을 세 문장으로 뜯어볼 수 있다.

알코올은 약물이다.
약물은 금지된다.
따라서 알코올은 금지되어야 한다.

여기서부터 하나씩 반박해보는 것이다. 물론 알코올은 약물이 맞기는 하다. 하지만, 금지되는 약물의 종류들을 한번 세세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약물마다 생명을 해치는 정도가 다르고, 때에 따라 필요한 경우가 있기에 실제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위의 세 문장은 거짓 등가의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 문장이라 말할 수 있다.

논리의 매듭이 하나씩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어 뒤이어 몇 가지 문장들을 더 읽어보았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집권한 이래로 실업률이 하락했다. 메르켈이 실업률 하락을 이끈 것이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참 자주 보였던 문장이었던 것 같아서 눈길이 자연스레 갔다. 이 문장의 전제와 결론을 정리해보면 오류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전제: 사건 A는 사건 B와 거의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
결론: 그러므로 B는 A의 원인임에 틀림없다.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 라는 사실만으로는 분명 원인과 결과를 추론해낼 수 없다. 메르켈 총리 문장의 경우에도 같은 논리이다. 메르켈 총리가 집권한 것과 실업률이 하락한 것은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 그러나 오직 그뿐이다. 만약 메르켈 총리가 어떤 정책을 펼쳤고 그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고... 를 따지고 들어가면 옳은 논증이 될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그저 '시기'만을 이유로 들었다. 때문에 이는 '가상 인과관계', 즉 '논리가 안 맞음' 이라는 뜻이다.

이외에도 '복합 질문' 속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 <백신 접종에 찬성합니까? 그럼 제약 회사들의 탐욕에 동조하는 건가요?>, '왜곡된 선택'의 예시를 보여주고 있는 <옛날이 좋았어요. 범죄도 이혼도 거의 없었습니다. 젊은이들은 노인을 공경했죠.> 라는 질문들 등 다양한 오류 문장들을 볼 수 있다. 요즈음 우리를 둘러싼 가짜 뉴스,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피해가기 위한 이유에서나, 좀 더 날카로운 사고를 하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좋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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