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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새로운 세상이 온다

[도서] 내일, 새로운 세상이 온다

시릴 디옹 저/권지현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9월초 태풍 마이삭이 북상했다. 초강력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한다는 뉴스가 하루 종일 나왔다. 시청자들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수많은 정보가 지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고리 원전 4기 정지라는 뉴스가 지나갔다. . 뭐지? 했는데 이후 아무런 후속 보도가 없었다. 속으로 원전이 정지됐는데, 왜 후속 뉴스가 없는 거야?’ 싶었다. 오늘 다시 기사를 찾아보았다. “‘마이삭때 원전 4기 집단정지, 태풍 탓하더니 설비 부실 정황” 925일 자 신문의 헤드라인이다. 현장조사에 참여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밝혀낸 사실은 태풍 영향 이전에 설비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한수원은 설비 부실에 대한 언급 없이 원전 앞바다의 염분을 전력시설까지 날려 보낸 강풍에 사고 원인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원전 사고는 재앙일 텐데, 너무도 태연하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의 한수원 반응이다. 사실,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펴낸 마지막 비상구에는 돈으로 친 원전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원전 마피아들의 모습이 자세히 나와 있다. 단 한 번의 실수와 사고로 돌이킬 수 없는 전 인류적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 원전이 정치·경제·학계로 똘똘 뭉쳐진 원전 마피아들에 의해 어떻게 포장되고 왜곡되었는지 알 수 있다. 이번 고리 원전 4기 운영중단에 대한 지금까지의 태도도 이런 원전 마피아들에 의해 형성된 친 원전 이데올로기에 기반한다.

 

우리는 상위법을 따라야 합니다. 상위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자연, 다양성, 생명의 법입니다. 우리의 생명이 달린 지구를 돌보지 않으면 지구와 함께 인류도 멸망하리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법이지요.” (p.362) 반다나 시바, 철학자

 

이 책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책이다. 기후변화와 팬더믹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아직도 코로나 팬더믹은 유효하고 전 인류가 나서고 있지만, 백신조차 만들어내고 있지 못하다. 시베리아 동토가 녹고 있으며 아마존과 북미 대륙이 가뭄으로 불타고 있다. 한국의 초가을에 상륙한 태풍들도 이전과는 다른 형태였다. 한반도로 접근할수록 세력이 약해졌던 이전의 태풍들과는 달랐다. 오랜 장마로 해수면 온도가 내려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다. 오랜 장마 또한 기후변화의 결과다.

원전과 기후위기 같은 문제는 당장 급하지 않아 보인다. “사람들은 지진이나 전쟁같이 눈에 보이는 현상에는 크게 반응합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석유 고갈이나 지구온난화는 믿지 않습니다. 이산화탄소 분자가 대기의 색을 바꾼다면 아마 우리의 반응도 달라지겠지요.” (p.122)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회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목소리에는 어김없이 정치적 색깔을 입혀 공격하기 일쑤다. 특히, 지역 화폐가 더 그랬다. 현 경기도 이재명 지사의 오랜 공약 중 하나가 지역 화폐 시행인데, 이 지사는 이것으로 지금까지 좌파 빨갱이의 선심성 공약이라는 색깔론 공격을 받고 있다. 표를 얻기 위해 세금을 낭비하는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팬더믹 이후 적어도 한국의 국민들은 지역 화폐의 효과와 위력을 체감했다.

 

그리스가 비어를 도입한다면 경제를 살릴 수 있습니다. 대안 통화는 스위스나 미국, 혹은 영국에서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죠. 주식시장에서는 특히 통용이 안 되고요. 유럽연합이 수십억 유로를 그리스에 지원하면 뭐합니까? 48시간 만에 그 돈이 모두 유럽과 미국의 큰 주식시장을 통해 투기꾼들의 손에 들어가 그리스를 떠날 텐데요.” (p.248)

 

그리스의 비어 화폐나 책에서 소개된 영국 브리스톨 파운드는 대안 화폐다. 해당 국가와 해당 국가의 특정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것이다. 지난번 재난지원금이 그랬다. 국민이 모두 받아 자신이 사는 지역에 돈을 썼다. 돈을 쓰는 사람과 그 돈을 받아 물건을 판 사람 양쪽 다 만족했다. 실제 온라인 지역카페(입주자 모임, ○○)같은 곳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정치의 문제가 기반해야 하지만 정치의 문제로만 국한할 수 없는 이유다.

 

문제라는 건 알지. 하지만 우리가 뭘 어쩌겠어?” (p.16)

 

코로나 팬더믹은 인류의 일상을 바꾸어 놓았다. ‘뉴 노멀을 맞이한 것이다. 7살 딸아이는 마스크를 벗는 상황을 더 어색해한다. “지구의 역사를 24시간으로 줄여보면 인간이 지구에 존재한 시간은 겨우 2분밖에 안 됩니다.” (p.193) 겨우 2분 만에 인류는 지구를 망쳐 놓았다.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기후학자의 말이 생생하다. “인류가 가진 마지막 기회라는 말이었다. 책에서 소개한 2009년 코펜하겐 기후 정상 회의는 각국의 정상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방증했다. 알아서 하라는 거다. 말인지 된장인지.

 

우리는 10개국을 누비며 새로운 세계의 초석을 다지고 있는 50여 명의 과학자와 시민운동가, 기업가, 정치인을 만났다. 이 책과 다큐멘터리 <내일>은 그 증거이다.” (p.24)

 

책에 소개된 증거와 대안은 새로웠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더불어 한국이 얼마나 대안적 측면에서 뒤처져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적어도 내 딸아이가 살아갈 미래가 지금보다 더 끔찍하게 놔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역 경제의 구축,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자급자족을 위한 환경 조성, 식량 체계의 변환 등 단기간에 개인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사실 이 책을 읽고 고민이 더 많아졌다. 어디서부터 시작할 수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가늠이 되지 않아서이다.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도전은 기아, 가난, 지속가능한 발전, 평화, 건강, 교육, 경제, 천연자원 같은 문제가 아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우리한테 얼마나 있느냐이다.” (p.411)

 

집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나와 우리 사회에 있을까? 생각의 출발부터 회의적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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