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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

[도서] 가지 않은 길

이상식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아빠, 여기 동물들은 너무 힘이 없어

 

7살 딸아이의 푸념에 할 만한 대답이 없었다. 내 눈에도 그렇게 보였다. 공원 곳곳은 깨끗하게 정비되고 동물원도 새 단장을 했지만 동물들은 생기가 없었다.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대구 달성공원 안에는 동물원이 있다. 사자, 호랑이, 코끼리도 있다. 대구 시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방문했던 곳이다. 어린 시절 소풍으로 , 청년시절 데이트 장소로, 결혼 후 아이와 나들이로 달성공원을 찾는다. 달성(達城)에는 경상감영이 있었고 일제강점기에는 대구신사도 있었다. 수백 년의 역사를 담은 곳이다. 여러 번 방문했음에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1915825일 대구 달성공원에서 대한광복회라는 항일 비밀단체가 결성되었습니다.” (p.116)

 

이런,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고 자부하던 내가 제대로 몰랐던 사실이다. 학교에서 대한광복회, 박상진 의사에 대해서 공부하고 여러 책에서 접했지만 내가 살고 있는 대구에서 결성되었다는 사실 말이다. 부끄러웠다. 지금은 나이가 많아 움직임이 거의 없는 동물들을 보러 가는 달성공원에서 대한광복회가 결성되었다. 단지, 동물원이나 옛날 성 정도로 인식될 수 없는 곳이었다.

 

우리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이 한 몸을 바침은 물론 우리의 일생에서 이루지 못하면 자자손손 이어 내려가며 불공대천의 원수 일본을 완전히 물리치고 광복하기까지 절대 변치 않고 오직 한마음으로 싸울 것을 천지신명에게 경고한다.” (p.118)

 

오직 조국의 독립을 위해 온몸을 내던진 독립 운동가들의 외침이 귀에 쟁쟁하다. 창피하지만 다시는 잊어버리지 않으려 한다. 내가 살고 있는 대구에서 어떤 역사가 있었고, 어떤 인물들이 있었는지 말이다. 그래서 7살 딸아이가 대구에 살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지도록 가르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게 많다.

이 책 가지 않은 길을 읽지 않았다면, 달성공원에 대한 편견은 계속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아는 게 중요하다. 책의 저자 이상식씨(이하 이상식)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다. 보수의 아성인 대구에서 살면서 정치얘기는 되도록 하지 않게 된 지 오래다. 말이 나오면 다툼으로 이어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대구는 해방 이후부터 박정희가 처음 당선된 19631015일 제5대 대통령선거 이전까지 거의 모든 선거에서 야당이 압승한 야당의 도시였습니다.” (p.128)

 

대구는 한때 한국의 모스크바로 불리던 곳이다. 보수여당에 맞선 민주의식이 가득한 도시였고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2.28민주운동이 일어난 도시였다. 역사적 사실만 놓고 보면 지금의 정치성향은 이해할 수 없다. 군사독재정권 이후 지금까지 한쪽으로 치우친 정치성향은 계속되고 있다.

 

사람은 좋은 데, 왜 그 당이고?’

저자인 이상식은 선거 운동을 다니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라고 한다. 나도 많이 들었던 말이다. 물론, ‘사람은 좋은 데라는 서두는 없었지만.

상식적인 시민의식을 가지고 어떻게 수십 년 동안 한쪽만 지지할 수 있을까 싶지만 여기는 여러 복잡한 요소가 있다. ‘한국의 모스크바라 불렸지만, 현대사를 통해 민간인 학살과 인혁당 사건 등 좌파, 사회주의, 빨갱이로 낙인찍히면 죽게 되는 기억이 은연중에 시민의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일 테다. 민간인 학살이 자행되었던 거창과 제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한쪽만 지지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이상식은 엘리트다. 금수저도 태어나지 못했지만 노력으로 경찰 엘리트가 되었다. 승승장구만 거듭하다 한 번에 미끄러졌다. 그의 고백이다.

 

승승장구하던 엘리트 경찰간부에서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내평겨 치듯 공직에서 쫓겨난 개인사 속에서 곧이어 국정농단, 촛불혁명,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역사적 흐름들이 저에게는 크나큰 정신적 각성의 계기로 작용하였습니다.” (p.160)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조직의 수장이었기 때문에 쫓겨났다. 그리고 지난 10년간의 역사적 흐름 속에 정치적 각오를 다지고 행동에 나선 것이다.

나는 대구에서 보수 정당이 아닌 다른 정당의 깃발을 들고 선거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아낌없는 찬사와 지지를 보낸다. 너무 어려운 곳이기 때문이다. 이상식은 요즘 말로, 최고의 스펙이다. 경찰대 수석, 최연소 승진 등. 선거 운동 재킷만 다른 색으로 바꿔 입으면 지금 국회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단연코 그렇다. 대구에서는 인물의 됨됨이나 정책의 합리성 보다 색깔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상식은 가지 않은 길을 가고자 한다. 뻔히 보이는 가시밭길을 선택한 것이다.

 

“‘태도보수’, 그 사람이 지향하는 가치나 이념은 진보일지라도 그 사람의 태도와 자세, 품성이 예의바르고 반듯해야 지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p.167)

 

정확하게 대구 시민들 기저의 의식을 파악했다. 아무리 똑똑하고 잘나고 정의로운 정치를 하려해도 그것을 담는 그릇이 모 나고 날카로우면 시민들에게 닿지 못한다. 가볍게 평가하고 가르치려는 태도 또한 쥐약이다. 몸을 낮춰 경청해야 한다. ‘내 말을 잘 들어주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네 말도 들어보자.’하게 된다. 나도 경험해본 터라 분명하다.

저는 반듯하고 멋진 정치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정치에 뜻을 둔 후 네거티브는 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p.168)

 

결심이 오롯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책에 실린 사진만 보면 충분히 반듯하신 것 같다. ‘멋진 정치인은 정말 어려운 표현이다. 이제껏 살며 나는 딱 한 명 봤다. ‘멋진 정치인’. 그런데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멋지게 정치를 하면 주변의 공격이 많다. 시기·질투·무시 등. 결국, 돌아가셨다. 내게는 멋진 정치인이었는데, 정치 인생 내내 고생만 했다. 그의 지지자들을 제외하면 그의 편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이상식의 다짐과 결심이 불안하고 걱정된다.

멋진 정치인이 되면 고생길이 열릴 텐데…….’

 

그래도 나는 응원할 수밖에 없다. 대구의 척박한 정치현실에서 다른 색깔 재킷을 입고 선거운동을 하는 이상식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스스로 한 정치적 각성으로 어려운 길을 택하고 실패를 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재킷을 다른 색깔로 갈아입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를 지지한다. 비록 선거구가 달라 직접적인 지지를 표하지는 못하지만 언젠가 선거철이 되면 먼발치에서나마 바라보며 응원을 보내려 한다.

대구에 살지만 대구에 대해 모르는 것이 정말 많다. 나도 모르는 만큼 남들도 모를 것이다. 조금씩 이상식을 대구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

대구에서도 반듯하고 멋진다른 색깔 정치인이 나오기를 고대하며, 그의 가지 않은 길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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