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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도 희망을 가졌네

[도서] 그때에도 희망을 가졌네

신중현 편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졸업식에는 갈 수 있을까?

이제 딸아이 유치원 등원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5세 때부터 다닌 유치원의 졸업식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딸아이가 3년 동안 다닌 유치원의 마지막 날, 마음껏 축하하고 칭찬하며 축제 같은 하루를 보내야 하는데. 아마, 부모님 없이 하는 졸업식이 될 것 같다.

몇 달 만에 유치원 등원 하던 날, 아이가 새로운 친구들 만날 생각에 잠을 못 잤다는 얘기를 들으며 마음 아팠다. 원체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엄마 아빠에게 쏟아내는 아이라 코로나 이후 바뀐 유치원의 모습도 사진을 보는 것처럼 알 수 있었다. 한 반 친구들과도 함께 어울리고 뒹굴며 놀지 못하고 점심 식사 시간에도 마주 보지 못한 채 벽 쪽으로 앉아 밥만 먹는다는 이야기 등. 들을수록 미안하고 마음 아팠다. ‘곧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10개월이 지나버렸다. 매년 하던 학부모 초청 행사나 수업 참관 등 외부인이 출입해야 하는 행사들도 멈췄다.

 

하릴없는 시간을 흘러갔다. 멀리 사는 지인은 고립된 우리를 걱정하며 식료품을 보내주었고, 수시로 전화로 위로의 말을 해 주었다.” (p.122)

 

나도 전화와 메시지를 많이 받았었다. 제주도에 사는 친구와 강릉에 사는 동생은 아내와 아이라도 보내라고 했다. 식료품과 마스크를 보내주었다. 그 당시만 해도 친구와 동생에게 코로나는 먼 이야기였다.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은 물론 전 세계적인 팬더믹이 될 거라고는, 그전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일상을 살게 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확진자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때 시민들은 거꾸로 차분하게 돌아섰던 것이다.” (p.5)

 

대구 코로나, 대구봉쇄 등 연일 자극적인 기사가 쏟아졌다. 당장이라도 사재기가 넘치고 엄청난 혼란이 있는 것처럼 야단법석이었다. 나를 포함한 대구 시민들도 겁이 났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씩 뉴스를 확인하고 재난문자를 확인했다. 하지만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언론의 호들갑은 사람들의 불안만 가중했을 뿐이다. 대구 시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그저 버텨주었다. 맞다. 버틴 것이다. 묵묵하고 당차게. 각지에서 찾아준 도움의 손길은 버틸 힘이 되었다.

 

“317. 월급날. 아이 장가보낼 밑천을 꺼내어 썼다. 다음 달은? 격리 28일째다.” (p.68)

 

 

아이 장가보낼 밑천까지 꺼내어 써야 했다. 책에 실린 대구 시민들의 이야기에 눈시울이 불거진다. 비록 내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더한 사연도 많다. 지인에게 닥친 일이기에 책에 소개된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 내 친구가, 내가 아는 형님이 겪은 일이다.

 

연이어 들려오는 개학 연기 소식과 대부분 문을 닫은 가게를 볼 때마다 내가 학원을 닫은 것보다 더 마음이 아팠다. 저분들 중에는 분명히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40)

 

나보다 더한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위로가 아니다. 모두가 힘든 시기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나와 동네, 지역사회와 국가를 넘어선 전 세계적인 팬더믹을 살아가는 개인이 가져야 할 올바른 자세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권리는 상대의 배려로 채워지고, 상대의 권리는 나의 배려로 채워진다. 이 미묘한 균형이 맞아떨어져야 누구의 권리 주머니도 비지 않고, 피해 보지 않는다.” (p.96) 팬더믹으로 분명하게 알게 된 사실은 어느 누구도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인종과 국경, 자본과 이념을 구분해 넘나들지 않기 때문이다. 나를 생각하는 만큼 도 생각해야 한다. 당장 내가 힘들다고 모두를 위한 조치와 대책에 따르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현재 유럽의 2차 대유행이 바로 그렇다. 대구 시민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그렇지 않았다. 추석을 포함한 연휴와 방역 당국과 정부의 자제를 무시한 보수단체의 야외집회 이후, 우리도 2차 대유행의 전조를 경험했다. 정부와 방역 당국은 선제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코로나 제한조치를 예고했다. 우리는 이탈리아와 유럽의 국가들과는 달랐다. 사람들은 또다시 차분하고 묵묵하게 동참했다. 다시 가게 문을 닫고, 거리 두기를 실천했다. ‘만 생각하지 않는 시민들과 국민들의 힘이다.

 

응원 메시지 글을 써서 붙였더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하면서 사진을 보내왔다. 병원에 응원 메시지 홀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p.20)

 

정부와 방역 당국의 발 빠른 대처와 일관된 공조는 K 방역의 신화를 낳았다. 그리고 일선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눈물겹다. 대구에서 코로나가 확산되던 초기, 각 지역 의료진과 소방인력이 대구로 투입되었다. 국군간호사관학교의 졸업생들은 임관하여 자신의 임지로 가기 전 대구로 투입되기도 했다.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헌신이다. 그리고 시민들은 그들의 헌신을 절대 잊지 않았다.

6월 중순쯤, 딸아이 진료 차 칠곡 경북대병원에 갔었다. TV에서만 보던 노란색 응원 메시지가 벽면에 가득했다. 하나하나 읽어보는 것만으로 감동이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황당함과 지난함 속에서도 서로를 보듬었다. 비록, 현재로 매일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유럽이나 타 대륙의 국가들처럼 수천, 수만 명의 확진자는 발생하고 있지 않다. 정부와 방역 당국, 의료진과 시민들 간에 보이지 않는 배려가 끈끈하게 살아있다는 증거다.

 

고마웠다. 참으로 고맙고 또 고마웠다. 그래서 지역의 출판사가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다가 결정했다. 지금, 이 순간을 기록으로 남겨 훗날 모두에게 타산지석으로 삼게 하자고, 그래서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 보자고, 이 일만은 지역출판사가 할 수 있고 지역출판사가 해야 할 소명이라 여겼다.” (p.6)

 

부끄럽지만 책을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학이사가 지역출판사인 것을 알지 못했다. 이번 공모전에 참가하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대상 도서를 찾다가 이 책 그때에도 희망을 가졌네를 만나게 된 것에 감사하다. 이런 책을 만든 출판사에도 감사하다. ‘지역출판사가 해야 할 소명이라는 문장이 가슴에 박힌다. 출판시장은 늘 어렵다. 지역출판사의 사정은 더 할 것이다. 이번 코로나로 인해 적잖은 손해를 봤을 것이다. 그래도 지역출판사의소명으로 알고 지역의 목소리를 담아 기록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스케치로 지나가는 TV 뉴스의 몇 장면만으로는 이면의 것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날 것 그대로의 목소리를 이 책을 통해 듣게 되었다. 무엇보다 같은 지역을 사는 사람들, 내 이웃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게 된 것에 또 한 번 감사하다.

 

마침내 코로나가 극복되는 날, 그 기쁨의 목소리를 담은 책 또한 학이사에서 만들어 주시길 고대한다. 약속한다. 그 책은 10권 이상 구매해 이웃, 지인들에게 나눠줄 것이다. 함께 기쁨을 나눌 것이다.

그때까지 기억하고 감사하며 응원하려 한다.

나와 학이사, 대구에 사는 시민들 모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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