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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한 수업

[도서] 삶을 위한 수업

마르쿠스 베른센 저/오연호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아버님, 결혼기념일 축하드려요!”

 

딸아이 유치원 담임선생님이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축하를 건넨다. 선생님의 손을 잡고 나오는 딸아이 만면에도 미소가 가득하다.

딸아이가 유치원에 다녀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모조리 설명하고 묘사하는 것이다. 5살 때부터 그랬다. 3년을 이어지다 보니 마치 나도 딸아이와 같은 교실에서 아이들과 부대껴 하루를 보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마찬가지로 집에서 있었던 일도 모조리 유치원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이야기한다. 미술학원, 교회 유치부 선생님들도 우리 집의 대소사를 거의 알고 있다.

나와 아내는 이런 딸아이의 모습을 좋아한다. 지지하고 독려한다. 순수한 마음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자기 이야기에 반응해 주는 것에 기뻐한다. 요즘 가장 신나있다. 지금 유치원 담임선생님이 반응을 가장 잘 해주기 때문이다. 이전 유치원 담임선생님이나 미술학원, 교회 선생님도 반응을 잘 해주셨지만 지금 담임선생님은 즉각적이고 구체적이며 빈도도 잦다.

 

종종 잊어버리죠. 아이들은 언제나 꼭 이렇게 느껴야 합니다. ‘우리 선생님에게 나는 중요한 존재구나!’, ‘우리 반에서, 우리 집에서, 우리 사회에서 나는 중요한 존재구나!’ 이것이야말로 교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이 아닐까요.” (p.156), <선생님, 엄마, 친구 ?메테 페테르센>

 

선생님의 반응이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고 있다고 확신한다. 집에서 부모가 해주는 그것만큼은 아니겠지스무 명이 넘는 아이를 맡고 계신 선생님으로부터 부부의 결혼기념일 축하 인사를 받는 일은 드문 일이다. 선생님의 관심과 반응이 부모와 아이를 춤추게 한다.

 

사실, 내년 초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살고 있는 동네에 우리와 같은 젊은 부부가 많아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가 많다. 5분만 차를 타고 가면 군 소재지의 초등학교가 있다. 학급당 학생 수가 동네 초등학교의 3분의 1일이다. 얼마 전, 군 소재지 초등학교의 학부모들이 우리 동네에 와서 학교 홍보를 했다. 몇 년 전, 폐교를 앞둔 학교에 뜻있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진학시키면서 명맥이 유지되고 있었다. 아내를 통해 전해 들은 학교의 모습에 마음이 확 쏠렸다.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도 너무 좋았고 무엇보다 언니 오빠들과 함께 수업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었다. 하지만 그 초등학교 진학을 위해서는 불법을 저질러야 한다. 위장전입이 필수니까. 부모가 마음을 정한 후 동네 이장님을 만나기만 하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된다고 한다. 홍보를 나온 그 학교 학부모는 웃으며 아이가 나중에 고위 공직자가 선출직 공무원이 되지 않는다면 문제없어요.라고 했다는데, 웃을 일인가 싶다.

우리 부부가 뭐 그렇게 정의로운 사람도, 원칙을 지키는 사람도 아니지만, 불법을 저질러 가면서 아이를 진학시켜야 하는지 의문이다.

 

교사가 핵심이다..

나와 아내 다 학창시절 좋은 교사를 만나지 못했다. 단 한 번도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적도 없다. 하지만 딸아이의 꿈은 유치원 선생님이다. 적어도 내게 교사선생님이 주는 어감의 차이는 크다. 나는 학창시절 선생님을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다. 직업 교사만 만났었다.

위장전입을 통해 군 소재지 초등학교에 간다고 해서 딸아이가 지금 유치원에서 만나는 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지, 내가 만났었던 직업교사를 만날지 모르는 일이다.

이 책 삶을 위한 수업은 물론 오연호 선생님의 이전 책들을 통해서 덴마크에 대한 환상을 가지게 된 것이 사실이다. 우리와는 너무도 다른 그들의 모습에 환상을 지나 절망에 이르기도 했다. 당장 덴마크에 이민을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나와 아내 딸아이는 이곳에서 살아야 한다. 특별한 기회가 없는 한 이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의 코로나 펜더믹 하에서 한국의 방역체계와 국민의 의식 수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주목받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K팝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교육은 여전히 절망적이다.

 

에프터스콜레는 덴마크에만 있는 일종의 인생설계학교이며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가기 전에 1년 동안 쉬었다 가는 기숙학교다. 부모와 떨어져서 지내는 1년 동안 국어, 영어, 수학 등 기본 과목만 가르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실컷 해보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귄다.” (p.192), <그냥 춤춰라 ?마리아네 스코루트>

 

멈출 수 없는 폭주 기관차와 같은 한국 교육의 현실에서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는 진짜 환상적인 시스템이다. 같은 분야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선생님과 1년을 오롯이 지낼 수 있다는 것은 이후의 인생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성인이 되기 전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것은 우리의 현실에서는 요원한 일이다.

책에 소개된 꿈틀리인생학교를 본 후, 홈페이지를 찾아보고 여러 기사를 찾아봤다. 덴마크 정도의 거리감은 아니지만 그대로 아직 먼일이다. 덴마크처럼 공교육 자체 시스템이 아니기에 지방에 사는 학부모와 아이들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국가와 교육 당국에서 정해 놓은 일률적인 시스템과는 다른 대안을 시도한다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책을 통해서만 우와, 진짜 부럽다. 가고 싶다.’라는 감탄사에 머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대안학교나 대안적 교육시스템이 갖는 한계는 명확하다. 국가와 교육 당국이 주도하지 않는 한 그렇다.

학부모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앞서 언급한바, 동네에 젊은 부부가 많이 산다. 소위 별난엄마들이 많다. 67살 아이들이 벌써부터 학원을 대여섯 군데나 다니기 일쑤고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수시로 전화를 걸고 교육청·구청에 민원 넣는 것도 예사다. 오직 내 새끼를 위해 모든 구차함과 뻔뻔함을 감수한다. 그리고 그것이 내 새끼를 위한 일이라 여긴다. 머리가 아프다.

 

반 아이들에게 선생님, 엄마, 친구가 되어준 덴마크의 메테 페테르센 선생님 정도는 아닐지라도 아이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흘려듣지 않고 결혼기념일을 기억해 축하까지 건네는 선생님은 많이 계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찬가지로 공교육 시스템과 선생님에 대한 신뢰를 갖고 온전히 아이를 맡기는 덴마크의 학부모 정도는 아닐지라도 아이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관심을 가지고 반응하는 학부모가 많이 계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 담임선생님의 성함을 알고 있는 아빠가 얼마나 될까?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적어도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성함 정도는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관심에서 출발해야 신뢰에 다다를 수 있다.

 

딸아이의 초등학교 진학 여부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시간은 없는데, 고민만 쌓인다. 이 책을 다시 아내와 함께 읽으며 결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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