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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의 식탁

[도서] 통섭의 식탁

최재천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통섭(consilience, 統攝, 전체를 도맡아 다스림)과 의생학(擬生學 : 자연모사와 생체모방)이라는 단어를 이 책 「통섭의 식탁」을 읽으며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책을 쓴 최재천 교수도 저명한 생물학자 정도로만 알고 있었을 뿐 인문학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연구를 하는 통섭학자요. 의생학자인지 몰랐다.

 

사실 한국의 교육체계 자체가 불완전하고 굉장히 폐쇄적이며 피교육자 중심이 아닌 교육자와 학부모 중심이기 때문에 ‘어떤 학교를 다녔다’라고 말하지 ‘어떤 학문을 공부했다’라고는 말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모든 교육체계가 입시 위주이기 때문에 단계별로 구성된 교과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면 열등한 학생이 되어버린다. 그나마 인문계와 실업계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면 심각한 수준을 아니겠지만 현실 교육세계의 실업계는 완전히 죽어 버렸다.

오죽하면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와서도 다시 대학에 진학하는 일이 다반사지 않나.

그래서 최재천 교수도 고등학교 시절 원래 하고 싶었던 인문계열 공부를 하지 못하고 이과계열로 진학해 ‘과학자로 살면서도 끊임없이 인문학을 기웃거릴 수 있는’ (p.11) 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나의 개념, 하나의 잣대가 아닌 전체를 아우르는 ‘통섭’의 개념을 소개하고 그 소개의 방법으로 식탁에 만찬을 차린 것처럼 최재천 교수를 있게 한 수 많은 양서를 내놓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학위 공부를 하며 만났던 수많은 과학자들과의 조우와 함께 한 연구 등에 대한 사례와 책 소개가 많았다.

 

“우리가 ‘현명한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는 자만을 버리고 ‘공생 인간인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us’로 거듭나야 한다고 호소했다.” (p.84)

 

나만 잘나고 내가 공부한 하나의 분야에서만 특출나게 성과를 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 세계에서 과연 하나의 분야만 가지고 이 어지럽고 급변하는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는 현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옆의 사람과 함께 하는 ‘공생’의 형태로 거듭나는 것이 바로 ‘통섭’일 것이다.

‘식탁’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는 포용, 합일, 공통 따위의 이미지가 바로 ‘통섭’인 것이다.

 

“내가 전공하는 동물행동학은 한마디로 동물들이 서로 무슨 얘기를 하는지 엿듣는 연구이다.” (p.128)

 

나는 수학을 중학교 2학년 때 포기했다. 과학 과목 중에서도 물리, 화학은 저 멀리 아프리카의 오지 부족의 언어를 읽어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이제껏 읽은 책도 줄곧 사회학과 인문학 위주이다. 생각하는 것도 대화를 나누는 분야도 죄다 그런 쪽이었다.

처음 최재천 교수의 식탁이 마냥 반갑거나 유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쳐버리던 개미와 벌의 집단행동 양식과 까마귀와 침팬지의 특정행동 방식이 인간집단이 아무리 애를 써서 기술을 개발하고 첨단을 달려도 해결하지 못하는 궁극적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맛보는 음식들이지만 미각보다는 지각으로 배를 채우고 식욕 충족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

 

“생물학자들은 지금과 같은 수준의 환경 파괴가 계속된다면 2030년경에는 현존하는 동식물의 2퍼센트가 절멸하거나 조기 절멸의 위험에 처할 것으로 추정한다. 게다가 이번 세기의 말에 이르면 현존하는 동식물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p.219)

 

사회과학자들이 진단하는 미래의 그것과 생물학자들이 진단하는 미래의 그것은 얼마나 다른가. 너무 재미있다.

언제부턴가 잘 보이지 않는 개미와 벌의 모습이 어느새 성큼 다가온 절망의 미래를 예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반찬만 줄곧 집어 먹으면 어머니께 반드시 잔소리를 듣는다. “골고루 먹어야지. 왜 편식을 하고 그래!!” 어머니 기분이 안 좋으시면 등도 한 대 후려치실지 모른다.

고로 한 가지만 골라 읽는 내 독서 습관도 돌아봐야 한다.

계속 이러다간 한순간에 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난 독서였다.

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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