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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자

[도서] 해부학자

빌 헤이스 저/박중서 역/박경한 감수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그레이 해부학」이라는 책 제목을 예전에 본 적이 있다. 그러나 해부학이나 의학 따위에 전혀 관심이 없는 터라 찾아보지는 않았다. anatomy의 뜻이 ‘해부학’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이 책 「해부학자」를 읽으며 「그레이 해부학」이 얼마나 해부학 역사에서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유명한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와는 무슨 관련이 있을 까 생각했는데 주인공 이름이 그레이 였다는 사실을 친절하게도 번역자가 해 주었다.

 

처음 제목만 봤을 때는 꽤나 어렵고 지루한 책일 거라 지레 짐작 했다. 그런데 「그레이 해부학」을 집필하고 삽화를 그린 두 명의 친구 헨리 그레이와 헨리 밴다이크 카터의 이야기를 그린 논픽션이었다. 주로 삽화를 그린 헨리 밴다이크 카터의 일기를 도서관에서 대출해 읽으며 그때를 그려낸다. 저자인 빌 헤이스 또한 해부학 실습에 직접 참여하면서 150년 전 두 명의 헨리가 애쓰고 힘들게 만들어 낸 그레이 해부학 책속으로 들어간다.

 

 

 

“헨리 그레이라는 인물에 관한 전기는 단 한 권도 없었던 것이다.” (p.15)

 

 

「그레이 해부학」이 오랜 시간 해부학계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쳐 온 책이지만 책의 저자인 헨리 그레이와 삽화가인 헨리 밴다이크 카터에 대한 전기 및 기록은 거의 없다는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저 사진을 발견하면서 완전히 두 명의 헨리에게 빠져 든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두 가지에 대한 확신을 하게 되었다.

먼저, 나는 진화론을 믿는 기독교인이다. 정통 기독교에서 말하는 진화론과는 조금 다르지만 창조주가 우주와 만물을 만들었다는 것을 믿는 사람이다. 많은 책과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내가 믿는 창조론을 재확인하고 확고하게 느낄 때는 종종 경험하는 자연의 신비로움이었다. 의도치 않은 신비에 압도되는 경험 그것이었다.

그런데 사람의 몸에서도 그런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자연이 하느님의 존재에 관한 다양한 증거를 제공하지만 내 경우에는 인간의 해부 구조가 그렇다고 보는 바이다.”

“머리를 돌릴 수 있게 하는 선회축, 고관절의 구멍 안에 들어 있는 인대(ligament), 눈의 도르래 또는 활차근육(trochlear muscles)” (p.149)

 

인간의 손가락 관절과 유사한 로봇의 관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나라와 기업과 연구소와 대학에서 연구를 하고 실험을 하지만 굉장히 간단한 관절기술도 만들어 내기가 어렵다고 한다. 팔꿈치가 안으로만 굽혀지는 것, 눈꺼풀이 쉴 새 없이 열리고 닫히는 것. 등 작가는 해부학 실습을 실제로 하며「그레이 해부학」의 삽화를 참고하는데 이 책에 실린 삽화들만 봐도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다.

진화론, 창조론 둘 다 이론이다. 어떤 이는 믿음으로 믿기도 하고 어떤 이는 믿음으로 믿지 않고 어떤 이는 과학으로 믿고 어떤 이는 과학으로 믿지 않는다. 선택은 각자가 하면 되는 일이다.

 

 

그리고 친구다. 친구.

 

“나이와 종교와 출신 배경이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의학과 과학에 관한 깊은 관심을 공유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다소 섬뜩하게도 해부에 관한 열정 또한 공유하고 있었다.” (p.161)

“그레이는 감독관으로서 머리에 온통 일에 관한 생각뿐인 반면, 카터는 변덕스러운 예술가로서 뮤즈가 찾아오지 않는 까닭에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p.237)

“불과 1년 6개월 안에 해부학 백과사전이나 다름없는 책을 써야 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 속에서라면 이들 두 사람 사이에 더 많은 다툼과 창의적 갈등이 일어나야 하는 것이 아닌가...” (p.239)

 

 

작가가 헨리 밴다이크 카터의 일기를 읽으며 내린 결론은 두 명의 헨리가 참 다른 면을 가진 친구였다는 사실이다. 일생의 역작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그들은 대중 해부학 서적을 내는 것이 애초 목표였다. 더군다나 시중의 해부학 책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초판이 판매되었다.) 「그레이 해부학」집필과 삽화제작을 위해 만나고 이야기하고 관계를 이어왔지만 둘은 애초부터 참 다른 사람이었다.

헨리 그레이는 저작권을 확보해 두어 지금까지 4대에 걸쳐 저작료를 챙기고 있지만 헨리 밴다이크 카터는 단돈 150파운드로 끝났다고 한다.

 

나도 친구가 있다. 어릴 때는 꽤 많았는데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고 보니 숫자는 줄어들었다. 두 명의 친구가 있다. 대학 때부터 이어오는 인연들이다. 십 수 년이 지나고 어엿한 한 가정의 가장들이 되었지만 여전히 만나면 애들같이 논다. 유치하게도 ‘삼합회’라는 이름도 만들어 지금껏 내려오고 있다. 춥고 배고프던 대학생 시절 종종 모여 고기를 구어 먹었었다. 셋이 마음을 합해 고기를 구워 먹는 모임. 해서 ‘삼합회’다.

세 명이다 다르다. 기질유형 검사 중 MBTI가 있는데 세 명의 기질이 같다고 나온다. 하지만 모이면 다 다르다. 성격부터 습관, 기질 등 모든 것이.

그래서 더 재미있다. 많은 것들을 함께 해오고 있다.

 

책에서 등장하는 주인공 두 명의 헨리는 그렇게 친한 친구는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한 명의 일기에 의존한 추론이기에 100% 맞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비즈니스 관계에 불과했다고만도 볼 수 없을 것 같다. 늘 한 명의 일기에 또 다른 한 명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빌 헤이스도 이 책을 집필하며 소중한 친구 스티브를 잃는다. 마흔 셋의 젊은 나이인 친구를 잃은 슬픔이 절절하게 묻어난다.

 

생뚱맞게도 나는 내 친구 두 명과 함께 아직 먼 일이기는 하지만 ‘누가 한 명 죽기 전에 책에 등장하는 두 명의 헨리나 작가와 스티브처럼 무언가를 해 놓았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레이 해부학」이나 「해부학자」처럼 멋진 책을 내기에는 세 명 모두 글 실력이 없고 노래를 만들자니 작곡 실력이 없고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리뷰를 쓰며 카톡을 날렸지만 답이 없다. 이런 무심한 놈들을 데리고 뭘 하겠다는 건지. 그냥 삼겹살이나 한 번 더 구워먹어야 겠다.

 

아!! 곳곳의 숨어있는 삼겹살 집을 찾아다니는 삼겹살 맛집 기행으로 여행·맛집 에세이를 써볼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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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 흥미로운 책이네요... 책을 검색해 보니 의학 카테고리에 분류되어 있던데, 일종의 전기문 같은 책인가 봐요? 그리고 삼합회... 어째 으스스한 느낌을 주는 모임이지만, 고기를 구워드신다는 그 모임이 무척 부럽습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구요... *^^*

    2012.04.17 08:29 댓글쓰기
    • 슈퍼작살

      네~!!^^ 논픽셕이더군요. 처음 책 제목을 봤을때는 머리가 지끈거렸는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어요^^ 삼합회... 전혀 으스스하지 않고요. 대구 시내 곳곳의 고기집을 초토화 시켰었죠^^;;;

      2012.04.18 12:25
  • 파워블로그 후안

    아주 빠르시네요..전 아직 열심히 읽고 있는중입니다. 그래서 리뷰는사진만 보고 갑니다. 다음에 리뷰 초안을 작성하면 다시 들려서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리 잘쓰신리뷰를 보면 저도 모르게 베끼게 될까봐 걱정입니다. ㅠ.ㅠ

    2012.04.17 14:07 댓글쓰기
    • 슈퍼작살

      아이고~ 후안님~~ 요즘 리뷰가 잘 안 써집니다. 썼다 지웠다를 몇번이나 반복하는지 모르겠어요ㅠㅠ 처음 의도했던대로 써지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요.ㅜㅜ 별거 아니라 생각했는데 .. 더 노력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요. 여튼 고민입니다. 따로 쪽지로 여쭐까 하다가 여기다 여쭤봅니다.ㅠㅠ

      2012.04.18 13:11
  • 파워블로그 청은

    저 지금 이거 읽기 시작했어요 ~ 의외로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 헤~리뷰는 다음에 읽구요 , 추천만 날리고 가요 ㅋㅋ

    2012.04.17 14:43 댓글쓰기
    • 슈퍼작살

      헤~ 요즘 밀고 있으신 건가??ㅋㅋ 좋아요^^bb 저도 처음 책 받고 '이걸 어떻게 읽나?' 했는데 생각보다 술술 읽히더군요. 처음 보는 단어가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었어요^^bb

      2012.04.18 13:12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