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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이 낯선 인간

[도서] 문명이 낯선 인간

피터 글루크먼,마크 핸슨 공저/김명주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과학적으로 생명은 약 38억 년 전에 시작됐고, 그때 이래로 DNA의 복제가 끊임없이 계속되어 우리와 지구상에 살아 있는 다른 모든 동물들에까지 이르렀다.” (p.121)

 

 

진화론에서 얘기하는 인간생명의 출발점은 수십억 년 전 우연한 기회로 만들어진 DNA다. 그것이 복제와 복제를 거듭한 후 약 15만 년 전부터 지금의 모습과 유사한 인간 조상이 생겨났다고 한다. 수렵과 사냥으로 시작된 인간생물의 활동은 처한 환경에 따라 적응하고 퇴화하고 진화해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이 책은 15만 년이라는 기나긴 인간의 진화과정을 뒤엎는 미스매치가 단 100여 년 만에 일어나고 있는 현대 문명의 어긋남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시작된다.

쉽게 얘기하면 고도로 발달된 문명은 오랜 시간 동안 아주 천천히 진행되어 온 인간진화 과정의 축적된 양태를 한 번에 뒤엎었다는 것이다. 유물론을 설명하는 것에 빗대어 본다면 작용과 반작용의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해 내 어떤 일정한 ‘합’의 형태를 가진 진화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그것에 대한 반작용의 축적된 양태가 이어오면서 마치 큰 강의 굽이에 거대한 퇴적토가 쌓이는 것처럼 인간의 모습 속에 새겨져 왔다는 것이다.

 

 

“환경은 매우 오랜 기간에 걸쳐 생물에 영향을 미치고, 여기에는 분명히 진화 과정들이 관여한다.” (p.105)

 

 

진화의 관점에서 보자면 가임기를 지난 여성이 자연스럽게 폐경을 맞는 것처럼 생식능력을 다한 인간은 적절한 시기에 죽어야 한다. 자연스러운 진화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수명은 지난 100여 년 동안 엄청나게 길어졌다.

중세와 19세기 말 유럽을 휩쓸었던 전염병은 인간진화 과정에 특별한 정체를 가하는 요소였다.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그 이후 항체의 형성과 반작용의 방법으로 적응해 내는 진화를 보였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문명이 낯선 인간」)처럼 지금의 문명은 인간에게는 너무 낯설다. 속도가 맞지 않는 것이다. 맞물려 진행되어온 유구한 인간진화의 역사가 폭발하는 문명의 속도와 미스매치 되는 것이다.

 

 

“부정교합은 17세기까지는 골격에서 이 문제를 찾을 수 없었다……. 부정교합이 출현한 것은 갓난아이의 음식이 거친 물질에서 현대의 유아식과 같은 부드러운 물질로 바뀌었기 때문인 듯하다……. 씹을 일이 줄어들면 턱에 가해지는 스트레스와 긴장이 줄고 턱이 잘 성장하지 못해서 부정교합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거친 물질을 먹도록 설계됐다. 이로 인해 우리가 치러야 하는 대가는 치아 교정 비용이다.” (p.63)

 

“생물의 삶을 어긋남의 틀로 바라보는 것을 이 책에서는 ‘미스매치 패러다임’이라고 부른다.” (p.26)

 

 

이것은 분명 진화생물학자나, 진화유전학자들에게는 큰 고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들이 얘기하는 것이 바로 ‘후성유전학’이다.

 

 

“오늘날에도 주류 생물의학계 내에서 후성유전학의 중요성은 이제 겨우 알려지기 시작하고 있다.” (p.107)

“후성유전학은 외적 영향들이 유전자 발현에 미치는 효과를 다루는 생물학의 한 분과로 정의한다.” (p.108)

 

 

단순히 반복되는 유전의 관점에서만 진화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진화의 개체가 되는 유전자의 발생 이전의 상황들까지 포괄적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태아가 최초로 수정이 되는 순간 이전의 상황 -어머니의 난자의 유전인자가 외할머니의 난자의 유전인자 속에 있는-을 분석하는 것이다. 어떤 외적 영향들이 있었는지, 그것이 지금의 태아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연구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던 100여 년 전까지의 인간진화 과정의 유전법칙들이 지금의 문명에서는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맞물림이다. 어긋나있는 문명과 인간의 틈을 메워 맞물리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가 종 구성원들의 생물학적 요소와 그들의 현재 및 미래 환경을 더 잘 맞물리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p.306)

“우리는 대사적 측면과 여타 측면들에서 지난 15만 년 동안 진화해 온 우리의 생물학적 대처 능력을 한참 벗어나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우리 환경을 다시 바꿀 필요가 있다. 이번에는 우리의 생물학적 과정과 더 잘 맞물리게 바꾸는 것이다.” (p.307)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이상적인 진화의 과정은 문명으로 인해 무너졌다. 암, 당뇨병, 퇴행성 신경 질환, 심장병 등의 온갖 퇴행성 질환과 중년 및 노년질환 발생의 빠른 증가는 인간 진화의 마지막 단계인 노화의 양태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어 버렸다.

또한 인간진화의 가장 근원적인 바탕인 생식능력에 있어서 15만 년 동안 각 대륙에서 각자가 처한 환경과 상황에 적응해 가며 진화해 온 생식능력이 고도의 문명의 산물로 인한 식생활의 변화와 소아, 청소년 질환 등으로 인해 어긋나 버렸다는 것이다.

여자 아이들의 생리는 가장 자연스럽고 이상적으로 체득되어온 진화의 산물이다. 하지만 이것이 문명과 어긋나버리면서 자연스럽지 못한 형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책의 두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이것이다.

 

“미스매치 패러다임은 이 세계 속에서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의 변화를 나타낸다…….우리가 내릴 수 있는 가장 간단한 결론은,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우리가 사는 환경과 가능한 한 생물학적으로 잘 맞물려야 한다는 것이다.” (p.291)

 

 

그런데 나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진화와 유전학, 생물학 따위는 과학인데 이들이 주장하는 ‘후성유전학’이라는 생소한 학문은 인문학, 사회학, 문화인류학을 한데 섞은 짬뽕유전학이 된 것 같다. 다윈과 멘델 이후 서구 과학계는 물론 전 세계의 과학계를 주름잡아온 진화생물학에서 설명할 수 없는 한계를 인정한다는 것인지, 진화나 생물, 유전학이 어차피 어려운 학문이니 인문·사회, 문화인류학과 크로스오버 해서 그들의 학문에 대한 어긋남을 은근슬쩍 메우려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확실히 자신들이 신봉해 오던 학문에 대한 한계를 인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당당하고 솔직하게 크로스오버를 시인한 것도 아니다.

그런 의구심이 물밀 듯 밀려오던 찰나에 두 저자의 실제적이고 다소 황당한(?) 맞물림 대안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다.

 

 

“어긋남을 해결할 방법이 있다. 예측을 바꾸거나, 아니면 나중의 환경을 생애 초기에 예측된 것에 가깝게 고치는 것이다……. 건강한 습관과 운동을 권장한다.”

“임신 관리를 잘하면 맞물림 능력이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 매우 설득력 있는 증거가 확보된 방법들 중 하나는, 첫 임신을 여성의 골반이 완전히 자랄 때까지 즉 적어도 초경을 맞은 지 4년 뒤로 미루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금연을 장려하는 것이다.” (p.263)

 

 

건강한 습관과 운동을 권장한다? 이거 어디 보건소 복도에 붙여진 표어 문구도 아니고 이렇게 어려운 용어와 설명으로 가득한 책에서 결론은 건강한 습관과 운동이라니……. 좀 어이가 없었다.

또한 임신 관리를 잘하면 맞물림 능력이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니? 의사인 두 저자가 너무 공부만 열심히 해서 현대 문명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회적 병리현상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결론이 너무 착하고 유치하다. 마치 초등학교 아이들이 선생님의 토론수업에 손을 들고 또박또박 의견을 말하는 것 같다.

 

예측 가능하지 않고 예방은 더욱 어려운 온갖 사회적 병리현상이 두 저자의 말대로만 해결되어서 어긋남이 맞물림으로 서서히 진화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하지만 결코 그렇게 쉽고 단순한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뭐, 굳이 이해를 하려 한다면 어차피 이 책이 인문·사회 서적은 아니기 때문에 철저하게 의학·유전학·생물학의 관점에서 쉽게 말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절대로 쉽게 얘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여성의 조기 임신 현상에 대한 수십, 수백, 수천가지 인문·사회학적 요소를 따져보면 하나하나가 다를 것이다. 첫 임신을 여성의 골반이 완전히 자랄 때까지 적어도 초경을 맞은 지 4년 뒤로 미루는 것이다. 따위의 결론은 만화에서나 가능한 얘기란 말이다.

 

 

어렵게 읽은 책의 말미에 얼토당토않은 저자들의 결론을 보면서 좀 어이가 없었다. 후성유전학이 유전학과 생물학 분야에서도 아직은 생소한 학문이고 이제 출발하는 단계라면 차라리 성급한 결론은 내리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기존 진화유전학과 진화생물학에서 예측하지 못했던 문명과의 어긋남에 대한 통찰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섣불리 어긋남을 맞물림으로 바꾸려 한 욕심이 지나쳤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쓰면서도 내 머릿속은 여전히 뒤죽박죽 어긋나 있다.

 

 

우리가 사는 환경과 생물학적으로 잘 맞물려야 한다는 저자들의 언급이 오히려 책의 전체적인 내용에 맞물리는 결론이라 생각한다.

높이, 멀리, 깊이, 크게 사방으로 뻗어 온 문명의 칼끝을 무뎌지게 할 수 없다면 다른 방법으로 그것과 맞물려야 하기 때문이다. 인문학과 사회학, 인류학만으로 제시할 수 없는 대안과 결론을 생물학적으로 분석하고 제시해 주기를 기대한다.

어설픈 결론은 내리지 말아주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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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ㅎㅎㅎ. 그렇군요. 매우 심각하게 잘 나가다가 우주의 역사에서 인류의 역사에까지 잘 짚어내다가 난데없는 보건소 스러운 표어 정도의 결론이라니...ㅋㅋㅋ
    아무래도 이 책은 어쩌면 황당하거나 진지하게 재독해서 의미를 다시 발견해야 할 그런 책으로 보이네요.. 그런데 읽어야 할 책이 좀 많나요? 언제 같은 책을 재독까지??? ㅋㅋㅋ
    그동안 잘 지내셨지요? 제가 너무 간만에 들러 부끄럽사옵니다... *^^*
    멋지고 황홀한 밤 보내셔요!!! ㅋㅋㅋ. 너무 원색적인 바람인가요??? *^^*

    2012.05.22 19:50 댓글쓰기
    • 슈퍼작살

      어?? 제가 뭘 잘못 썼나요? 이 책은 한 번만 읽었는데??^^;; 생각보다 의미있는 내용이어서 꼼꼼하게 읽기는 했습니다만 흡!!^^ 내일님도 잘 지내셨죠??ㅋㅋ 저 또한 자주 찾아뵙지 못해 송구하옵나이다ㅡ.ㅡ 4월 중순부터 이어지던 약간의 슬럼프를 쉽게 떨쳐내지 못하고 있네요^^;; 내공이 부족한 탓이죠 뭐ㅡ.ㅡ 잘 지내시죠?? 지난 주 동화사에 처음 갔는데 너무 좋더군요. 그래서 이번주말에는 갓바위 가려고요. 대구에 산지 10년이 넘었는데 갓바위도 처음입니다^^;; 뭐했는지 모르겠어요~~ㅋㅋ

      2012.05.22 21:53
  • 깽Ol

    푸하핫. 아~머리 아파 싶어서 추천만 하고 갈려고 하다가..(죄송^^)
    쭉 읽었어요... 책의 결론 부분에서 빵빵 터져버렸어요..ㅎㅎㅎㅎㅎㅎ
    머리 아프게 읽었는데 정작 도달한 결론이란....ㅎㅎㅎ
    뭔가 말이 좀 안되는게 아닌가? 어긋나 있는 문명에 맞추기 위해서 도출한 결론치고는..
    쫌.......저렇게만 하면 잘 맞물릴까요??????? 근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래 살기 위해서
    건강은 참으로 잘만 챙기는거 같던데..... 왜 계속 삐그덕 대기만 하는건지..ㅎㅎ
    암튼...재밌어요.....^^

    2012.05.22 23:03 댓글쓰기
    • 슈퍼작살

      잘 모르겠어요~~^^ 저자들의 의도와 그것에 대한 시도는 꽤나 신선합니다만 이것저것 이해되지 않는 게 많았어요. 리뷰에서 다 담지 못했지만 영~ 실망스럽더라고요. 난쏘공 선정 책이라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최대한 좋은 면만 리뷰에 담으려 했는데 이놈의 성질머리!!ㅡ.ㅡ 다음번 난쏘공 제외대상 1순위가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되네요 후훗^^;;;
      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미스매치, 어긋남은 일상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신선한 시도라는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내릴만 합니다.
      대구는 덥네요^^ 점심 맛있게 드세요~~^^bb

      2012.05.23 11:39
  • 파란토끼13호

    진화론을 이야기하는듯 하다가 임신관리를 잘하면 맛물림능력이 높아진다는것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요? 원래 원본이 그런것인지 역자의 부족함인지 알수가 없군요.

    2012.05.23 14:28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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