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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왜?

[도서] 내 이름은 왜?

이주희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가까이 지내는 몽골가족이 있는데 한국에 살면서 가장 좋은 것이 뭐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산~! 한국은 산이 너무 예뻐~~”

몽골가족은 대구에서 살고 있는데 대구 시내에도 좋은 공원이 있고 조금만 교외로 나가면 산이 많아 주말에 함께 교외로 나갈 때면 환호성을 지른다.

국도변에 펼쳐진 논과 들, 산을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고 한다. 내가 몽골에 갔을 때 끝도 없이 펼쳐진 사막과 그 오묘한 황금빛에 탄성을 내지른 것처럼 몽골가족은 몽골에서는 볼 수 없었던 편안하고 따뜻한(몽골 가족의 표현이다.)초록빛에 탄성을 내지른 것이었다.

그런데 함께 교외로 나갈 때면 나와 아내는 곤혹스러울 때가 많았다. 자꾸만 나무, 꽃이름을 물어보는데 그것 참 쉽지 않았다. 나름 나무에 관심이 있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10가지를 물어보면 5가지도 대답해주지 못했다.

내가 나고 자란 우리 땅에서 자라는 동식물에 대해서 점점 관심이 없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우리 아이가 나중에 몽골가족의 아이에게 가르쳐 줄 동식물이 하나도 없겠다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다.

나의 부모세대는 매일 학교 가는 길에 꼴을 베러 가는 길에 보는 것이 꽃이고 나무고 동물들이었기 때문에 반 친구들 이름 하나씩 외워가는 것처럼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었겠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책 「내 이름은 왜?」는 우리 동식물 이름에 담긴 뜻과 어희 변천사에 대한 소개글이다.

 

“예전 사람은 고니보다 백조(白鳥)란 말을 많이 썼다. 지금도 생물에 관심 없는 많은 사람에게는 백조란 이름이 더 익숙하다. 그런데, 이미 잘 알려졌듯 백조는 일본인이 만든 한자어다.” (p.198)

 

이 책을 읽다가 다급하게 아내를 불렀다.

 

“OO아~ 내 책보다가 깜~짝 놀랐다 아이가. 고니가 백조라는 거 알았나?”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몰랐나? 나는 알고 있었는데”

심드렁하게 대답하는 아내가 얄미웠다.

지난 주말에 만난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반 정도는 나처럼 고니가 백조인 것을 몰랐다.

 

저자는 생태뿐 아니라 한국의 생물 이름 유래, 생물 연구사 등에 관심이 많은데 일제 강점기가 가져 온 폐해가 생물 이름들에서도 여전한 것에 나는 많이 놀랐다. 수백 년 동안 불러 내려오던 동식물의 이름이 일본식 한자로 이상하게 표기되어 통용되는 예가 굉장히 많았다고 한다. 더 심각한 것은 해방 이후에도 학계의 제대로 된 반성과 성찰 없이 그냥 수십 년 동안 그대로 일본식 단어가 많이 남아있다고 했다.

하긴 반드시 해야 했을 친일파 청산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국가에 뭘 더 바라겠나 싶기도 하다.

 

“우리말 생물 이름 중에 비슷한 무리에서 유난히 크기가 큰 것에 ‘말∼’이라는 접두사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말매미, 말벌, 말거머리, 말조개 등이 대표적이다.” (p.55)

“많은 사람이 습관적으로 개나리를 한 덩어리 말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개나리는 접두사 ‘개∼’와 백합과에 속하는 꽃들을 일컫는 우리 고유어인 ‘나리’가 합쳐진 말이다.” (p.93)

 

오랜 시간 동안 전해 내려오던 고어(古語)들이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사라지거나 퇴색, 가치가 훼손되어 저자와 같은 사람들이 동식물의 특이한 이름의 유래를 찾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찾을 수 없는 것이 많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말벌이나 개나리 같은 이름들도 전통의 고유어 들이라는 것도 사실 나는 몰랐다. 늘 부르는 단어이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 세대가 생긴 이후 수많은 신조어가 탄생되었다. 유행처럼 일어나서 사전에 실리기도 하지만 수명은 길지 않은 것 같다. 또 다른 신조어가 곧장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고유어에 대한 관심과 흥미는 점점 없어질 것이 뻔하다. 젊은 세대가 쓰는 말 대부분이 신조어이고 노인세대가 쓰는 말과는 많이 다르다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것 같다.

사실 이런 것들은 학계에서 논문을 발표하거나 강의를 하거나 책을 내거나 TV에 나와서 중요성을 부각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데, 생물학계 쪽도 크게 기대할 바는 못 되는 것 같다.

 

“생김새와 생태가 사람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는지 다른 어느 곤충보다도 사마귀를 일컫는 이름은 지역별로 다양하다. 사마귀라는 이름만큼 널리 사용되는 이름이 버마재비다.” (p.309)

 

사마귀라는 곤충이 예전에는 ‘버마재비’로 더 널리 불렸으며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의 사투리가 다르듯이 지역별로 또 ‘버마재비’를 다르게 불렀다는 것이 신기했다. 예나 지금이나 사마귀는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관심이 가는 외모를 가졌기 때문인 듯싶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사마귀의 예전 이름이 ‘버마재비’였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무관심과 무시가 계속 되면 아무도 모르게 우리 고유의 동식물 이름들이 하나둘씩 사라질 것이다.

이런 책도 찾아 읽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최소한 지켜야 할 것들은 지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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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나는 열정

    엥 저도 알면서도 자꾸 기억 못하고 ㅎㅎ다시 들으면 신기해서 놀래요~~`정말 고니가 백조?? 이런다니까요 ㅎㅎ우리 동식물 이름을 많이 알겠내요. 책을 읽으면

    2012.08.20 22:26 댓글쓰기
    • 슈퍼작살

      ㅋㅋ 저도 모르는 게 숱하더라고요^^ 나름 시골 출신 부모님 밑에서 자라서 동년배들보다는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2012.08.25 12:08
  • 파란토끼13호

    괜찮은 책이네요.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단어 공부도 되겠구요.

    2012.08.21 00:00 댓글쓰기
    • 슈퍼작살

      맞아요~~ 아이들에게 읽혀도 참 좋은 책인거 같아요.

      2012.08.25 12:08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