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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길이 있다

[도서] 다른 길이 있다

김두식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4점

김두식 교수의 책을 여러 권 읽었다. 특유의 따뜻함과 소심함이 버물어진 그의 글은 부담 없다. 그렇다고 가볍지 않다. 「칼을 쳐서 보습을」이라는 책을 통해 양심적병역거부에 대한 문제를 공론화 시킨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양심적병역거부에 대한 이슈가 미미했었고 더군다나 기독교인으로써 그런 문제에 대해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터부시 되던 시기였다. 양심적병역거부에서 그치지 않고 기독교 평화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재미있고 알기 쉽게 풀이한 책이었다. 나도 대학 시절 기독교 관련 책을 많이 읽었는데 주로 외국 사람들이 쓴 책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의 신학교에 입학하는 신학생 대부분은 목회를 위해 입학한다. 기독교 사상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이들은 극소수다. 그런 와중에 목회자나 성직자도 아니고 평범한 신자가 쓴 책이 기독교 청년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입소문이 퍼지고 퍼져 꽤 많은 이들에게 읽힌 책이었다. 그리고「불멸의 신성가족」을 통해 대한민국 사법부가 살아온 구조와 카르텔을 폭로한다. 폭로라고 해서 탐사보도를 하는 언론인이 쓴 책처럼 그렇게 스펙터클 하지는 않지만 이 책 역시 일반인이 보기에도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쓴 책이라 사법구조와 그들의 행동방식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 책이다. 이후에는 괜찮아 시리즈 「불편해도 괜찮아」, 「욕망해도 괜찮아」는 누구나 생각하고 겪은 소소한 일상을 향한 김두식 교수의 따뜻한 시선과 때로는 날카로운 지적과 성찰이 담긴 책이다. 나는 괜찮아 시리즈가 가장 좋았다. 김두식 특유의 글 냄새가 나는 책이었다. 마치 딸아이에게 재미있는 이야기 하는 것처럼 그렇게 책을 풀어내 준다.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 이를테면, 인권과 성문제, 시대를 대표하는 욕망의 문제들이 주를 이룬다. 이후 그의 팬이 되었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는 것이 반갑기도 했다. 우연찮게 김두식 교수가 진행하는 <라디오 책다방> 이라는 팟캐스트 방송을 접하게 되었는데, 요즘 꾸준히 듣고 있다. 소설가 황정은씨와 함께 진행하는 방송인데, 유명한 작가들을 초대해서 그들의 책과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좋다.

 

이 책 「다른 길이 있다」는 벙커1에서 열린 북토크쇼를 먼저 듣고 구입해 읽게 되었다.

 

 

“인터뷰의 90퍼센트는 섭외라고, 나는 생각한다.” (p.8)

 

이 책은 한겨레에서 1년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김두식 교수가 인터뷰를 연재했는데, 그것을 엮은 책이다. 인터뷰어로 나선 김두식 교수의 매력은 또 무엇일까 궁금해 하며 책을 읽었다. 이 인터뷰를 처음 기획한 한겨레 토요판은 김두식 교수를 인터뷰하기 위해서 부단히 애를 썼는데, 계속 거절을 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 김두식 교수가 한겨레 토요판에 자신이 인터뷰어로 진행되는 인터뷰를 연재하기로 하고 인터뷰이들을 섭외하면서 예전에 자기가 토요판 관계자들을 얼마나 힘들게 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인터뷰의 90퍼센트는 섭외다. 라는 말에 100% 동감한다.

대학 때 부전공 수업 중 동성애자에 관련된 주제가 있었다. 매체를 찾고 책을 찾아봐도 생생한 그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 없었다. 함께 과제를 맡았던 친구들과 오랜 시간 상의한 끝에 직접 동성애자를 만나는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어떻게 어떻게 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알게 되어 쪽지를 보냈다. 주말 저녁 약속 장소를 정하고 레즈비언 커플을 만났다. 1시간30분 정도 대화를 나눴는데, 정말 10권이 넘는 책을 읽고 몇날 며칠 동안 인터넷을 뒤지는 것보다 더 생생하고 리얼한 그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다. 그런데 다른 동성애자들을 만난 다른 팀은 제대로 인터뷰가 진행되지도 않아 과제를 완전히 망쳐버리기도 했다. 물론, 복불복이라 우리에게 행운이 온 것이겠지만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는 정말 중요한 문제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남자들은 군대에서 나는 괴롭히는 놈은 꼭 하나씩 있다. 반드시 있다. 반대로 나를 도와는 사람도 꼭 하나씩 있다. 반드시 있다. 그래서 정말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중요하다.

김두식 인터뷰의 특징은 최대한 편안하게 말을 들어주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꼰대를 싫어한다. 중년들도 노년들의 꼰대를 싫어한다. 어른이 되어야 하는데 꼰대가 된다면 슬픈 일이다. 내 개인적으로 어른과 꼰대를 구분 짓는 기준이 있다. 어른은 들으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고 꼰대는 말하고 싶은 의지만 있는 사람이다. 다소 투박한 기준이지만 의외로 들어맞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서 정말 좋은 어른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어떤 분인지, 정말 이상한 꼰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보다. 어김없이 저 기준에 들어맞는다.

김두식 인터뷰는 최소한 꼰대들의 말잔치는 아닌 것 같다. 인터뷰이를 최대한 편안하게 해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그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끌어내는 사람이다. 변영주 감독과 함께 진행한 이 책의 북토크쇼에 잠시 출연한 한겨레 토요판의 고경태 기자는 김두식 교수를 가리켜 ‘소심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준비가 철저하며 마감 한번 어긴 적 없는 최상의 인터뷰어’라고 표현했다. 작가를 인터뷰하게 되면 그 작가의 작품들을 거의 찾아보고 그 중에서도 가장 팔리지 않은 작품을 꼼꼼히 살펴 인터뷰 초반에 그것에 대한 언급을 툭툭 던지면 인터뷰이가 마음 문을 활짝 열게 된다고 했다. 그만의 노하우이기도 하지만 성실함이다. 전혀 예상하지 않은 질문을 던지거나 인터뷰이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그런 인터뷰도 재미있기는 하지만 나는 김두식 스타일의 인터뷰를 더 좋아한다. 따뜻하고 배려가 있는, 그러면서도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한 인터뷰 말이다.

 

책의 제목처럼 이렇게 하수상한 때에 뭔가 화두가 되고 대안이 되는 이야기들이 많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사실 별다를 것은 없었다. 각계에서 자신만의 색깔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지 딱히 다른 길을 제시해 줘서 이 책을 읽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빼앗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래도 평소 내가 좋아하던 사람들의 인터뷰도 많았고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들의 인터뷰도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현실 정치 10년, 할 만큼 해봤지만 내가 졌다.” (p.61)

“왜 환멸을 느끼겠어요? 정치는 흥미진진하고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활동이에요.” (p.62)

 

2008년 유시민이 대구 수성구에 총선 출마를 했다. 미친 짓이었다. 유시민 하면 열혈 노빠, 노무현이 오른팔, 왼팔, 싸가지 없는 국회의원 등등 팬보다 안티가 많은 정치인이었다. 그런 그가 대구, 대구중에서도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에 출마했다. 나는 대번에 미쳤다고 생각했다. 내가 결혼 전 혼자 살던 동네가 그 동네였다. 아무리 그가 대구에서 학교를 졸업했다고 해서 만만하게 찍어 줄 대구사람들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낙선했다. 하지만 30%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최초라고 했다. 대구에도 뭔가 희망의 조짐이 보인다고 들썩였다. 그러나 낙선은 낙선이다. 이후 진보정당에 몸담던 그는 작년 돌연 직업 정치인의 길을 마무리했다. 그를 열렬하게 지지하거나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정치판에 반드시 있어야 할 정치인이라 생각했던 터라 그의 은퇴 소식에 적잖이 놀랐는데, “할 만큼 해봤지만 내가졌다.”라는 그의 말을 글로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었다. 이제는 그를 놔줘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정치인을 무작정 싫어하거나 기피하시면 안 돼요. 모든 정치인이 나쁜 사람도 아니고 저질도 아니에요. 정치인을 그렇게 보이게 하는 구조가 있는데 그 구조가 바뀌기 전에는 정치가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p.72)

 

유시민 만큼 말 잘하고 논리적이며 토론을 잘 하는 정치인을 본 적이 없다. 책에서도 언급하지만 국회의원 선서 당시 신선한 복장으로 화제가 되었다. 물론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 세력은 십자포화를 날렸다. 유시민이 정치인을 싫어하지 마시고 그 구조를 봐주세요. 라고 이야기하면 또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끝까지 지 잘났다고 하네. 어유 싸기지~’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의 말이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더러운 거야. 정치는 도저히 바뀌지 않는 거야. 정치에는 손도 담그지 말아야 해. 정치에 관심 갖는 시간에 다른 걸 해. 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주입하는 구조가 존재한다. 정치가 정말 중요하고 살가우며 당장 내 생활과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친구 같은 존재라고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 무조건 적인 정치 혐오를 심는 구조가 반드시 존재한다.

이런 얘기조차 국회에서 하는 국회의원이 이제는 없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그는 보수 진영보다 같은 편에게 할 말이 많았습니다. 운동권 출신에게는 남의 말을 안 듣고, 자기 말을 하기 바쁘며, 남을 평결하고, 진리를 독점한 듯 독선적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반성했습니다.” (p.131)

“흔히 386들은 자기가 잘못한 거는 말 안 하고 고생한 무용담만 얘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옛날에 뭐했는지가 뭐가 중요해요. 지금 어떻게 사는지가 중요하죠.” (p.339)

 

여성 운동가 유시주씨와 이진순씨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왜 이런 이야기는 꼭 여성들의 입에서 나올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가장 진보적이고 평등적이라고 생각이 되는 운동권

안에서도 남녀차별이 엄연히 존재했고, 그들이 기성세대가 된 뒤에는 앞서 말했듯이 어른이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꼰대가 되어 있었다. 언제가 자신들의 20대만 추억하며 ‘그때는 그랬었지, 요즘 젊은 애들은 정말 행동하지 않아’라고 이야기 한다. 이런 이야기는 여성들에게서 나온다. 운동권 출신 386남성은 어느새 꼰대가 되었다.

 

 

재작년 파리에서 전 세계 <지큐>편집장들이 다 모였는데, 독일 편집장이 제 옆에서 ‘한국<지큐> 너무 좋아. 스타일 좋고 불가능한 게 없어 보여’라고 하기에 제가 그랬어요. ‘난 이미 알고 있어. 하지만 난 독일 <지큐>안 봐. 넌 한국말부터 배워야 해.’ 이런 자랑 듣기 싫죠?” (p.163)

 

<GQ>의 편집장인 이충걸의 호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몇 번 GQ를 본 적은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다. 나와는 다른 세계의 옷과 자동차와 각종 제품이 난무하고 있어 어지러웠다. 당연히 잡지에 실린 글은 한 번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 나는 잡지는 사진만 보는 매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잡지 에디터, 편집장 이런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김두식 교수가 만난 이충걸씨는 정말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진 사람으로 보였다. 아무리 세상이 나를 비아냥대고 아무도 날 알아주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나는 나를 세우고 나를 품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재수 없고 싸가지 없어 보일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나를 지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다. 이충걸씨는 프로페셔널이다. 단지 잡지 편집장 자리만 꿰차고 앉아 여러 명의 에디터를 못살게 구는 상사가 아니라 에디터의 글을 하나하나 지적하고 그 지적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잡아 주는 사람이라고 한다. 에디터가 가져 온 글을 집어 던지며 “뭐 이따위야! 다시 써와!”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충걸 편집장은 “요는 연결형 어미이고, 오는 종결형 어미잖아!. 시제가 일치해야 하는데 어긋나잖아!”(p.167)라고 지적을 한다고 한다. 에디터들에게는 악마일 수 있지만 결국 그들의 능력을 이끌어 내는 것은 편집장, 이충걸이다.

그의 인터뷰에는 “남루하지 않는”이라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간지나는 잡지의 편집장 아니랄까봐 남루함을 가장 경계하는 듯 보인다. 남루하지 않다는 것이 단순히 멋만 내고 외모에만 신경 쓴다는 것이 아님은 책을 읽으면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내가 나를 더 존중하고 내가 존중받을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솔직히 이 책은 김두식 교수의 이전 책들보다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의 특유의 글 냄새도 최대한 배제한 것 같다. 피식 웃으며 ‘맞아, 맞아’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었다. 정말 이 책에서는 인터뷰어로 최선을 다한 것 같다. 그것 또한 김두식 교수가 가진 매력일 수 있지만 나는 원래 그의 색깔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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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짱가

    이책 저도 읽기 목록에 올려놓은 책인데, 더 읽고싶어 지는군요

    2014.03.06 18:45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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