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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도서] 유신

한홍구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왕을 꿈꾸는 자

 

왕을 꿈꾸는 자가 있었다. 친히 왕이 되고자 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공화국임에도 그는 왕이 되고 싶었다. 선생질을 때려치우고 만주로 떠나 만주국의 장교가 되고자 했다. 나이가 많아 입대를 거절했으나 그는 직접 혈서를 써 일본 고위 장교의 마음을 바꿨다. 해방 후 광복군의 옷을 입고 들어 왔다. 형의 영향으로 남로당 중책역할을 하며 초급장교들을 가입시켰다. 숙군 작업으로 국군내 남로당을 샅샅이 찾아내 처형할 때도 그는 살아남았다. 자기가 알고 있는 군내 남로당 인원을 모조리 발설하는 대가로 그는 살아남았다. 일제 하 고문경찰이자 광복 후 반공경찰의 상징이 된 극악무도한 김창룡의 손에 잡히기도 했으나 같은 만주군 출신 백선엽에 의해 살아남았다. 직책이 없는 민간인의 신분으로 정보부서에서 일하다가 한국전쟁을 맞아 복권되었다. 60년 쿠데타를 통해 대통령이 되었다. 그의 쿠데타 시도는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쿠데타를 꿈꾸고 그것을 통해 드디어 야욕을 실현했다. 무려 18년 동안 대통령의 자리에 있었다. 그가 그렇게도 많이 했다는 말 “그저 먹고 살기 위해서, 국민들을 배고픔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 그는 18년 동안 최고의 자리를 놓지 않았다. 부하 김재규의 총에 죽기 전까지 그는 최고의 자리에 있었다. 공산주의의 망령에서 대한민국을 지켜내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한민국을 조금이라도 발전시키기 위해 그는 최고의 자리를 놓으려 하지 않았다. 말도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부패와 비리가 뒤늦게 밝혀졌지만 국민들은 쌀포대, 밀가루포대, 시멘트포대를 던져주는 그를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신작로가 깔리고 초가집과 기와집이 뜯겨나가도 그저 잘 살게 해준다는 최면에 집단이 휘둘렸다.

두 번을 연거푸 대통령이 된 뒤 드디어 그는 왕을 꿈꾼다.

선거도 없고 민주주의도 없고 의회도 없고 법도 없는 세상을 만들어 친히 왕위로 오르려 했다. 그것이 바로 유신이다. 그것이 독재의 끝이다.

 

 

“박정희의 집권 18년 중 절반 이상인 120개월가량이 계엄령, 위수령, 비상사태 또는 긴급조치다.” (p.97)

 

120개월가량 대한민국은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 아무리 돈을 갖다 뿌리고 잠재적인 위협이 될 만한 인사들을 잡아넣어도 턱 밑까지 쫓아오는 김영삼과 김대중이 왕에게는 실재적인 위협이었다. 왕에게 선거제도는 귀찮은 걸림돌일 뿐이었다. 그는 왕답게 자신만의 법을 만든다. 그것이 유신이다. 일본의 메이지유신을 본따 온 것이든 뭐든 상관없다. 유신의 민낯은 왕정복고다. 이 책의 제목처럼 「유신 -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시대」다. 집권기간의 절반 이상을 자신이 정한 마음대로 법으로 통치했다. 유신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정권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왕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말을 해도 잡아갔다. 술집에서 거리에서, 집안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잡혀갔다. 잡혀가서 평화롭게 대화를 나누며 다시 돌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고문당하고 두들겨 맞고 죽기도 했다.

유신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나와 같은 세대들에게 유신은 그저 책에서 보는 활자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유신을 살았던 사람들의 증언, 특히 386들의 증언에는 이제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다. 차라리 대학을 나오지도 못했고 시골에서 농사짓다 중소도시 공장에 취직한 아버지 얘기들 듣거나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성남 섬유공장에서 일하다 남편을 만나 생전 처음 가보는 도시에서 아들 둘을 낳아 정착해 억척같이 살아 온 어머니 이야기를 듣는 것이 훨씬 유신의 민낯에 가까울 것이다. 늘 선거에서 1번을 찍고 새누리당의 전신들에게만 투표해온 부모님에게 유신은 박정희 그 자체였다. 유신과 18년의 집권기간을 따로 구분하시지 못하는 듯 했다. 조용하고 열심히 살았던 시대로만 기억하고 계신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대학생, 지식인들이 유신독재를 타도하기 위해 투쟁을 했는지 나는 모르겠다. 386과 유신독재에 맞서 투쟁 좀 했다고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무용담을 늘어놓는 일에 익숙하다. 얼마나 뻥튀기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언젠가 원로 언론인의 자서전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는 정확하게 이야기했다. 유신독재 당시에도 전면에 나서 투쟁하던 사람들은 극소수였고 80년 봄과 87년 항쟁도 도둑 같이 찾아온 찰나였다고 말이다.

그래서 유신은 더 무서운 시기였던 것 같다. 공화제가 유신이라는 간판아래 내동댕이쳐지고 왕이 부활한 시대를 살았음에도 일반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살았다. 국가와 독재자, 유신이 심어 놓은 이데올로기와 선전의 그물에 갇혀 그저 숨만 쉬는 채 살았던 것이었는지 모른다.

 

 

“3년짜리 비정규직이었던 유정회 의원들은 재임명에 목을 걸었다. 1976년 3년 임기가 끝나고 2기 의원을 추천할 때 1기 중 3분의 1에 가까운 23명이 탈락했다.” (p.66)

 

체제의 방패역을 자임했던 유정회는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추악한 정치 행태들을 연출해 보였다.  

국회를 해산시켰다. 하물며 조선시대 왕들 곁에도 중신들이 있었는데, 유신의 왕은 그것조차 없애 버렸다. 그리고 의석의 3분의 1을 자신이 임명했다.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왕이다. 유신과 박정희 독재시기를 분석한 수많은 책이 있지만 ‘유정회’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는 책은 보기 드물었는데, 이 책에서는 ‘유정회’에 대해서 자세하게 소개한다. ‘유정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회의원이다. 말 그대로 허수아비다. 실제로 원내 제1 집권세력이었음에도 선거를 거치지 않은 그들을 야당의원과 여당의원들조차 무시했다. 당연한 결과다.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으로 만들어진 그들은 그렇게 행동했다.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것이다. 당시 국회의원 임기가 6년이었는데 ‘유정회’소속 의원들은 절반인 3년이면 임기가 끝났다. 바람 앞에 등불인 것이다. 말 그대로 비정규직인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다음 임기에도 지명이 되어야 했기에 다른 의원들이 잘 하지 않는 궂은 일, 추악한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야말로 정치를 난장판으로 만든 것이다. 왕에게는 오히려 반가운 일이었다. 정치를 하는 자들이, 정치판이 난장판이 되면 될수록 국민들은 정치에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고 그것은 곧 왕의 영구집권을 탄탄하게 하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었다.

김재규의 총에 죽기 직전까지 왕은 국민에 대한 진압을 언급했다. 온갖 악행의 대명사인 차지철이 왕의 말을 받아 맞장구쳤다. 캄보디아에서는 200만 명 300만 명도 죽는데 100만 명쯤 죽어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것이 유신의 실체다. 왕의 본모습이다.

 

 

 

로봇국민

 

영화 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로봇 범블비나 옵티머스 프라임은 멋있기라도 하다. 왕이 꿈꾼 로봇은 멋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왕의 명령에 따라, 왕이 누르는 버튼 하나에 따라 하나로 움직이는 로봇을 원했다. 생각도, 비판도, 고민도 없는 그런 로봇을 원했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싸우고 열심히 그저 시키는 대로 하는 그런 로봇이 필요했다. 유신시대는 그것을 위한 시대였다. 그런 로봇을 만들기 위한 시대였다.

 

“박정희는 장발과 미니스커트 같은 겉모습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머릿속과 마음도 못마땅해 했다. 중단 없는 진진을 위해 너나없이 나서야 할 때에 젊은것들이” (p.161)

 

청년들의 장발을 단속했다. 느닷없이 단속중인 경찰에게 붙들리면 머리를 잘려야 했다.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아가씨들의 미니스커트 길이도 단속했다. 자를 들고 무릎에서부터 얼마나 올라갔나 길이를 재는 남자 경찰들의 흉측한 시선을 마주해야 했다. 노래와 영화, 출판물 등 모든 것들이 검열되었다. 왕 아래 살고 있는 국민들이라면 하나같이 움직여야만 했다. 개성? 창작? 자유? 따위는 개나 줘버려야 했다. 상상하기도 싫은 세상이다. 온갖 핑계로 그저 자기가 작곡한 ‘국민가요’만 부르기를 원했다.

 

“신생 한국군의 주역이 된 일본군·만주군 출신들은 ‘황군’의 군사문화를 고스란히 한국군에 이식했다. 한국군의 겉모습, 전술교리와 편제와 무기는 미군을 닮았지만, 한국군의 의식구조와 작동방식은 일본군의 악습을 이어받은 것이다.” (p.263)

 

만주국 장교 출신 왕은 국가도 큰 군대로 만들고 싶었다. 해방이 되고 일본군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구원자로 들어 온 미군정은 일본군을 그대로 한국군으로 편입시켰다. 한국군의 주역이 된 이들은 거의가 일본군·만주군 출신이었다. 그렇게 추앙하는 살아있는 국군의 전설 백선엽도 만주군 출신이다. 그들이 훈련받고 교육받은 것은 바로 ‘황군’의 군사문화다. 대동아공영을 이루기 위해 살인적인 전투와 전쟁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충성과 하나처럼 움직이는 로봇 같은 군인들이 필요했다. 여전히 군대 내 부조리와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한국군의 의식구조를 지배하고 작동방식을 결정하는 일본군의 악습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유신 당시 공수부대에서 복무하셨다. 나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군대 얘기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너무 고생하고 너무 맞아서 이야기하기조차 싫다고 하셨다.

 

“한미동맹을 얘기할 때 가치동맹을 얘기하지만, 가치동맹 이전에 섹스동맹이 있었다. 미국은 자국 병사들의 안전한 섹스와 스트레스 해소를 원했고, 한국의 주한민군의 계속주둔과 미국 병사들이 뿌리는 달러를 원했다. 두 나라는 굳게 손잡고 기지촌 정화운동을 펼쳤다.” (p.285)

 

왕에게는 더 힘 있는 왕의 도움이 필요했다. 미군정 시기부터 지금까지 도무지 버릴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 주한미군의 계속주둔은 유신시대에는 더 했을 것이다. 닉슨 독트린이 발표되고 베트남전 패배이후 미군의 대아시아에 대한 기조가 바뀌었음에도 왕은 미국은 놓지 않았다. 미군을 붙잡아 두기 위해 꽃 같은 처녀들을 제물로 바쳤다. 나라에서, 국가에서 미군에 대한 매매춘을 공식화 한 것이다. 책에서는 이 부분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이를테면, 미군의 전투력 보존을 위해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주기적인 성병 검사를 실시했고 훈련 장소에까지 기지촌을 마련해 주는 호의도 베풀었다. 그러면서 기지촌에서 나오는 달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왕이 만든 시대다. 유신의 민낯이다.

 

왕께서 고속도를 내어 주시고 신작로를 내어 주시고 철강 공단을 만들어 주시고 화학 공장을 만들어 주시고 쌀을 주시고 밀가루를 주시고 괴로 북한도당 들에게서 보호해 주셨다. 왕을 위해 할 일은 그저 고개 숙이고 일하는 것이다. 말 잘 듣는 것이다. 머리 기르지 않고 미니스커트 입지 않고 이상한 영화나 노래 만들지 않고 자나 깨나 태극기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유신은 몸이 되어갔다.

 

 

 

Master of Puppets

(she is no more than a puppet)

   

“박정희가 김지태의 부일장학회를 강탈하여 만든 5.16장학회의 첫 수혜자인 엘리트 검사 김기춘 등 10여 명의 실무진이 궁정동 팀의 초안을 ‘헌법’의 형식에 맞게 만들었다.” (p.25)

 

왕이 되는 법을 만들었던 젊은 엘리트 검사는 70대 노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여전히 숙명이 남아 있었다. 공주를 모시는 것이었다. 모시는 것인지, 이용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여전히 정점에 있다. 왕의 군대는 사라지고 왕의 꿈은 사라졌지만 왕의 측근은 여전히 살아있고 왕으로부터 받은 축복의 수혜자들은 여전히 공주를 옹위하고 있다. 30년을 돌도 돌아 다시 그 자리다.

 

“청와대를 떠나야 했던 박근혜는 사람들이 아버지 살아 계실 땐 ‘유신을 해야 우리가 산다’이렇게 외치고 다녔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유신에 대해서 옹호를 안 한다며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p.404)

 

어찌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저 인터뷰가 이해되기도 한다. 그녀의 눈에 비친 아버지는 유신의 정점에 있던 왕이었다. 유신 이전의 아버지는 가까이서 볼 수 없었다. 유신으로 인해 이미 왕정으로 복고된 이후의 사회만을 바라본 그녀의 눈에 ‘유신’은 만능 ‘키’였을 것이다. 경제발전을 위해, 공산주의와의 싸움을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부득이하게, 오직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의 모습. 그래서 더 무섭다. ‘박근혜의 통치는 아버지에게 올리는 제사’라고 표현했던 김어준 총수의 말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유신의 초안을 만든 사람이 70이 넘어 현재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했다. 눈에 띄는 이가 그였을 뿐이지, 어디에서 유신의 분해이후 흩어졌던 유신의 잔재들이 다시 모여들었을지 알 수 없다.

그렇게 보면 아직도 이 사회는 박정희의 유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정희를 숭배하는 자들은 정작 박정희가 실시한 평준화나 그린벨트나 의료보험을 때려 부수려 하고 박정희를 비판하는 민주 세력은 이를 지키려고 하는” (p.25)

 

한홍구 교수도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유신을 한 박정희에게도 분명히 공이 있다. 이상한 타이밍에 바뀐 고교 평준화 및 교육 정책들은 태자를 위한 시혜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는 했지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정책이었다. 그린벨트 정책이나 현재까지 대한민국의 국가 정책 중 가장 훌륭한 것으로 평가받는 의료보험 정책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런데, 박정희를 숭배하는 자들은 이것을 때려 부수려 한다. 다시 말해, 그들은 박정희를 숭배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의 예전 인터뷰처럼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니 다 떠났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왕이 되려는 자, 왕을 꿈꾼 자 옆에서 신음소리 내리 못한 채 제 밥그릇 꼬박꼬박 챙겨 먹다가 막상 왕이 사라지자 아무도 그 곁에 있지 않았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의 기득권을 가진 자들은 다시 한 번 왕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꼭두각시놀음 할 수 있는 허수아비가 필요할 뿐이다. 왕으로 분장시켜 앞에 내세워 온갖 비난과 비판을 받게 하면서 뒤로 여전히 굳건한 그들만의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master of PUPPETS!!

 

“그 당시 민중의 최전선을 지킨 것은 무쇠팔뚝의 남성 노동자들이 아니라 가녀린 ‘공순이’들이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기지 않은 그들의 역사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p.182)

“오랜만에 시내에서 구호도 마음껏 외치고 뛰어다니고 하니까 일단 모든 것을 떠나서 신이 났어요. 정말 이것이 정권 몰락의 불씨가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다음 날이 되자 사람들의 물결이 거대하게, 그러니까 공중에 떠서 다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p.389)

 

유신의 끝은 부하의 총끝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가져 온 요인은 박정희의 집권 시절 계속되었던 힘없는 이들의 몸부림이었다. 책에서 자세하게 언급하는 YH여공사건과 3부 2장의 여공애사를 살펴보면 힘없고 가난하며 못 배운 이들의 몸부림이 마침내 유신의 종말을 가져온 서막이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마침내 10.26 직전 부산과 마산에서의 시민항쟁은 설마 하던 권력의 끝을 보게 되었다.

너무나도 아쉬운 것은 이런 이들의 힘이 왕권을 실제로 전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함께 유신을 만들었던 김재규의 총에 끝난 것이 너무 안타깝다. 이후에 일어난 역사적 과정을 반추해보면 더욱 그렇다. 만약 시민의 힘으로 유신을 전복했다면 분명 지금의 현실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이 시대착오의 나날을 견뎌내고 보다 나은 오늘을 누려야 할 젊은 세대들에게 유신시대를 제대로 장송하지 못한 구세대 역사학도가 드리는 미안한 마음이다.” (p.15)

 

요즘 젊은 세대들은 먹고 사는 일 자체가 너무 힘들다. 너무 버겁다. 이런 책을 읽는 것이 사치로 여겨질 정도다. 당장 영어공부하고 스펙 쌓기도 바쁜 마당에 무슨 유신, 박정희……. 그래도 우리는 역사를 읽어야 한다. 기성세대가 장송하지 못한 유신이 또다시 잔인하게 젊은 우리들의 목을 옥죄어 올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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