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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도서]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서민,지승호 공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나는 꽤 재미있는 사람이다. 대학 때 동아리에 정말 재미있는 선배가 있었다. 동아리 방에서 여자 동기생, 선배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면 나는 안절부절 했다. ‘얼른 가서 내가 저들을 웃겨야 하는데…….’라는 아무도 염려해주지 않는 걱정을 하며 그 대화 사이로 끼어든다. 적절하게 듣는 척, 웃는 척 하며 ‘언제 끼어들지? 언제 치고 들어가지?’만 생각한다. 어떤날은 그 타이밍이라는 것이 기가 막히게 잘 들어맞아 갑자기 대화가 나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내 말 중간 중간에 까르르 하는 웃음소리가 신명나게 들어간다. 그 어떤 날을 제외한 대부분은 함께 자리에 앉아 있지만 혼자서 속을 부글부글 끓이며 ‘왜 저렇게 저 형은 웃긴 거지?’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나는 서민교수처럼 못생기지 않았다. 소싯적에 꽤 인기를 누렸었다. 많은 여자들의 대시를 받으며 은근히 좋아하기도 했었다. 중학교 때까지는 장동건을 닮았다고 했었다. 고등학교 때는 은지원을 닮았다고 했었고. 3년6개월 군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는 아무도 누굴 닮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지난겨울 조카가 내 얼굴을 한참 보더니 “큰 아빠, 허세달 닮았다~~~!!!!” 라고 했다. KBS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 허세달 역을 연기한 오만석과 내 얼굴을 오버랩 시킨 것이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드라마에서 오만석씨는 꽤 찌질 하게 그려지고 다크써클이 거의 턱밑에까지 드리워져 있었는데, 조카의 눈에는 나와 드라마에서 그려진 찌질한 오만석씨가 비슷해 보였나 보다.

그래도 뭐 나는 서민교수처럼 그렇게 콤플렉스인 외모를 상쇄시키기 위해 유머를 갈고 닦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최소한 서민교수님 보다는 잘 생겼으니까. 크큭.

 

 

“아버지는 자신이 못생겼다고 미워했고, 너무 엄하셔서 많이 맞고 자랐다고도 했다. 거기에 말도 더듬고 틱 장애까지 있었다. 20세까지 인생이 잿빛이었는데, 대학에 가고 서른이 넘으니 ‘내 세상’이 열렸다고 한다.” (p.5)

 

TV에 나오는 서민, 인터뷰에서 만난 서민, 블로그 글에서 만만 서민을 보면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인생의 어두움이었다. 다소 불우했던 어린 시절 말고도 그는 어디에서도 털어놓은 적이 없었던 첫 번째 결혼과 관련된 이야기를 이 책에서 언급한다. 어린 시절과 첫 번째 결혼 스토리를 읽으면 그의 의사라는 사회적 지위와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는 준연애인이라는 점이 전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심각했다. 그런데 그는 그렇게 슬프거나 불쌍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는 이것이 서민교수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되었다. 긍정적인 삶의 자세. ‘아! 나는 못 생겼으니까 남들이 가지지 못한 유머를 가져야겠다. 외모를 상쇄할 수 있는 성적을 거둬야겠다.’라고 하는 삶의 자세. 서민교수보다 훨씬 잘 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어떤 연유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지독한 외모 콤플렉스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내 주위에도 있다. 멀쩡하게 생겼고, 결코 못 생긴 것이 아닌데도 끊임없이 자학하고 부끄러워하고 주눅 드는 그들이 정말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서민교수 만큼은 아니니까 힘을 좀 내라고.

 

 

“기생충 때문에 고생한 사람, 사돈의 팔촌까지 포함해서 있느냐고, 그러면 아무도 손을 안 들어요. 그런데 기생충을 다 싫어해요. 편견이 무섭다는 거죠.” (p.94)

“10만 명에 하나 나오는 병을 연구하는 연구자도 있는데, 40명에 하나 있는 기생충을 연구하는 사람이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p.336)

 

서민 교수는 기생충학자이다. 대학에서도 기생충을 연구하고 그것을 강의하는 사람이다. 영화 <연가시>이후 갑자기 유명인사가 되었고, 책도 잘 팔리고, 강의도 많이 나가게 되고, TV에도 고정출연하게 되었다고 한다.

서민 교수가 갑자기 유명해 진 것처럼 기생충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책에서도 여러 번 언급되지만 내게 있어 기생충은 <초등학교 채변봉투>다. 채변봉투를 제출하는 날 오전 온 교실에 퍼지던 그 냄새~.

서민 교수의 이전 책과 이 책을 읽으며 정확하게 알 수 있었던 사실은 대부분의 기생충은 해롭지 않다는 것이었다. 설사 내 몸속에 기생하고 있다 하더라도 내가 살아가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내 몸속에 기생충이 있다면 께름칙하고 당장 시술이나 치료를 통해 몸 밖으로 꺼내고 싶을 것이다. 왜냐면 일단 ‘보기 흉하고 징그러우니까’ 서민 교수는 몇몇 기생충은 너무 예쁘고 아름답게 생겼다고 하는데,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회충처럼 징그럽기만 했다. 일단 징그러우니까 오해를 한다. ‘기생충은 생긴 게 저러니까 분명 해로울 거야.’ 외모를 가지고 오해를 하면 안 된다. 서민 교수도 외모만 보면 그가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고 의사라 할지라도 오해를 하게 된다. 나는 처음에 서민 교수를 TV에서 보고 영화배우 박노식씨(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향숙이?’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백광호 연기를 한 영화배우)인줄 알았다. 혹시라도 두 분이 보면 누가 더 기분 나빠 할까?

서민 교수의 지적대로 실제로 기생충에 의해서 질병에 걸리거나 피해를 본 사람이 거의 없는데도 사람들은 기생충을 싫어한다. 의대에 입학한 의대생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40명 중 1명에게 있는 기생충을 연구하는 의사들이 너무 적다고 한다. 의사가 되려고 하는 학생들도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가 지금 마흔 여덟인데요. 기생충 학자 모임을 가면 이 나이에 서빙을 하고 ‘여기 주문 받아주세요.’ 이런 것을 제가 하고 있습니다. 어이가 없는 거죠. 앞날이 갑갑합니다. 저희가 세계적인 학회를 유치하려고 해도 젊은 사람이 없으니까 걱정이 돼서 추진을 못 해요.” (p.87)

 

그의 유머감각은 책 곳곳에 산재해 있다. 분명히 필요한 학문 분야이고, 연구해야 할 가치가 있는 분야임에도 기생충 같은 기초의학보다는 임상을 선호하는 현상을 재미있게 표현한다. 이대로라면 서민 교수가 쉰여덟이 되어도 서빙을 하고 주문을 도맡아야 하지 않을 까 싶다.

 

 

“하얀 가운의 매력을 절대 벗어나지 못하는 거죠. 그거는 이발사도 입고, 다른 사람들도 입는다. 기초의학을 해도 가운을 입고 일하면 된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는데도 잘 안 먹힙니다. 의사가 3,000명씩 나오고, 소아과만 해도 길 건너 사이에 몇 개씩 있는 판에” (p.88)

 

하얀 가운. 하얀 가운은 권위를 상징하는 것 같다. 서민 교수의 말대로 이발사 아저씨도 하얀 가운을 입는데, 병원에서 하얀 가운을 입으면 구름 위에 가부좌를 틀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자신의 직업도 의사지만 의사들이 가진 권위의식과 선입견을 에둘러 꼬집는다. 적어도 책에서 보이는 서민 교수는 탈 권위를 추구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병원에 가는 환자들은 모두다 병원비를 지불한다. 일정한 돈을 지불하고 의료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병원에 가면 멀쩡하게 돈을 내고도 을이 된다. 의사는 고압적이고 환자는 위축되어 있다. 서울의 병원 몇 군데를 제외하면 지역의 대형 대학병원은 거의 다 그런 것 같다. 내 아버지가 암투병을 하시면서 만나게 된 의사들 대부분이 그랬다. 싸가지 없고 불친절하고 고압적이고 권위의식으로 꽉 찬. 그런데 최근에 일산에 있는 암센터에서 치료를 받으셨는데, 그전까지 지역 대학병원에서 겪던 불친절과 고압과 권위는 완전히 없었다. 너무 친절하고 자세하고 권위적이지 않아서 가족들 모두가 깜짝 놀란 경험이 있다.

서민 교수의 말대로 사거리에 병원이 즐비한 현실에서 대학병원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그따위라면 당장 하얀 가운을 벗어야 한다. 그리고 의사가 되기 전 진지하고 솔직하게 자신을 돌이켜 봤으면 좋겠다. 임상으로 나간다면 앞으로 수백, 수천 명의 환자를 만날 텐데, 갑으로 군림하고 싶다면 당장 기초의학 연구로 나가야 한다.

 

 

“지금 의사들의 수가가 과에 관계없이 다 비슷해요. 흉부외과처럼 생명과 직결되는 과는 수가도 올리고, 월급도 더 줘야 합니다. 외과도 마찬가지고요.” (p.201)

“오죽하면 의사들도 반대를 하겠어요. 의사들이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있고, 건강보험체제도 의사들한테 불리한 체제거든요. 그렇기는 한데 의사들의 목표가 수가를 좀 올리는 거면 몰라도 민영화는 아니거든요.” (p.227)

 

이 책의 뒷부분은 현재 우리 사회의 의료계가 가진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모르고 있던 내용이 많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었다. 의약분업 및 의료민영화와 관련된 문제에서 가장 쟁점이 되던 부분이 ‘의료수가’인데, 서면 교수는 이 책에서 아주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흉부외과처럼 생명과 직결되고 치료나 수술 자체가 힘들고 어려운 과의 수가와 다른 과의 수가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당연히 외과보다는 다른 과에 지원하는 의대생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흉부외과의 수가를 지금보다 배로 높여주게 되면 하는 일 자체는 지금과 똑같이 힘들겠지만 보상의 크기가 달라지니 지금보다는 흉부외과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많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맞는 말인 것 같다. 그의 말대로 지금의 건강보험체제에서 불리한 쪽은 의사들인데, 이들조차 의료민영화를 반대한다는 것은 정권의 이해가 잘못된 방향이라는 점이다. 자기 나라 의료시스템의 한계를 개선하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 민영화나 원력 진료 따위보다 적정한 의료수가 책정이 선행해야 하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공론화가 되지도 않고 제대로 반영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의료가 과연 사유재산이냐 공공재냐, 이런 것을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저는 건강 문제는 좀 다르게 봐야 한다고 봐요. 누구나 아플 때 병원에 가서 돈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가 더 좋은 사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p.230)

 

더 나아가서 ‘의료를 사유재로 인식하느냐, 공공재로 인식하느냐’ 라는 담론을 던진다. 정말 누구나 아플 때 병원에 가서 돈 걱정 없이 치료받는 것이 복지 국가요 선진국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의료시스템이 엉망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그것을 쫓아가는 우리의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 홍준표 지사가 경남지사가 되어서 진주의료원을 폐쇄했다. 폐쇄를 단행한 가장 큰 명목은 적자경영이었다. 그런데 의료원은 세금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곳이다. 최소한 민간병원보다는 진료비가 저렴한 것이 의료원을 만든 목적이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들이 그나마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진 의료원이 적자라서 없애야 한다? 의료원이나 보건소는 모두 적자가 되어야 당연한 것이다. 더 많은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미리 검진하고 그에 맞는 진료 및 치료를 해주는 것이 목적이다. 의료원과 보건소가 흑자경영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의료기관이 그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공공재’ 담론이 희박하다. 그런 단어를 많이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의료야말로 ‘공공’의 영역에서 논의가 되고 시스템이 만들어져 운영되어야 하는데, 의료민영화를 저렇게 부르짖고 있으니 어떻게 될 지 걱정이다.

책은 지승호씨와의 인터뷰를 엮은 것이어서 읽기가 쉽고 재미있었다. 책의 앞부분에는 자신의 이야기와 기생충 이야기를 실어 특유의 재치와 유머가 많다. 그리고 책의 뒷부분에는 진지하고 무게 있는 이야기가 많다. 진지하고 무게 있지만 결코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한번쯤은 공론화 되고 대중에게 더 많이 알려져야 할 주제다.

 

 

“저는 재미있는 글이 제일 좋아요. 재미있는 글을 쓸 때 가장 신나죠.” (p.292)

 

나도 그렇다. 블로그에 리뷰를 성실하게 업로드한 지 3년이 지나가는데, 처음에는 매번 아내에게 검사를 받았다. 맞춤법, 띄어쓰기 등의 검사를 요구하지 않았다.

“재밌어?”

아내가 일정 횟수 이상 ‘키득’하면 신나서 바로 업로드 했다. 3년 정도 지나다보니 검사를 생략했다. 뭐, 그리고 시절이 점점 하 수상해 지다 보니 글에서 점점 유머가 사라지는 듯 하다.

이 책 전체에서 엿보이는 서민교수의 끊임없는 유머 시도를 보며 깨닫는 바가 있다. 흉흉하고 지칠수록 재미있어야 한다. 그래 재미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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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게스

    ㅋㅋㅋ 재밌는 거 맞네요. 장동건 닮았었다는 건 인증 없인 무효!

    2014.06.27 17:14 댓글쓰기
    • 슈퍼작살

      푸하핫!! 이거 이거 인증샷 올리수도 없고 이거 이거...ㅎㅎ

      2014.07.02 20:52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