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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사랑

[도서] 헤르만 헤세의 사랑

베르벨 레츠 저/김이섭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요즘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매년 100권씩 책을 읽었다. 올해는 50권을 채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책을 못 읽으니 서평을 쓸 수가 없다. 출판사로부터 날아오는 책은 쌓여만 가는데, 읽지를 못하니 쓸 수가 없다. 운영하는 블로그는 거의 개점휴업 상태다. 방문객에 비해 댓글이 적게 달리기로 유명한 내 블로그에도 귀한 이웃님들이 오셔서 댓글을 남겨주시는데, 그에 대한 대답도 못하고 있는 판이다. 모든 것은 사랑하는 딸 때문이다. 흐흐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지만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고 귀한 딸이다. 결혼한 지 만 4년 만에 생긴 아이다. 10년을 연애했지만 결혼은 또 다른 즐거움과 기쁨이었다. 아내가 임신하고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니, ‘더 놀걸 그랬어~’라는 후회가 물밀 듯이 밀려왔다. 그 어떤 부부보다 더 많이 여행 다니고 데이트하고, 이벤트하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후회는 아이가 태어난 뒤 현실이 되었다. 산후조리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집으로와 장모님이 조리를 도와 주셨다. 두 달 정도 조리를 하시다 보니 오랜 지병이 다시 나타났고 급기야 빈혈 때문에 큰 일이 날 뻔 하기도 하셨다. 장모님이 떠난 자리는 오롯이 내 차지였다. 평소 잘 하지 않던 기도도 초음파 사진을 찍으러 가는 날마다, 특히 출산일에는 그렇게 간절할 수 없었다. 나는 간절하게 기도하면서 꼭 빼먹지 않고 하는 기도가 있었다. ‘제발!! 제 성격은 닮지 말고, 엄마 성격 닮게 해주세요~!!!!!’

 

내 성격은 음... 별로다. 정 많고, 강한 척 하지만 뒤로는 마음이 여리기도 하고, 내 사람들에게는 한 없이 융통성 있고 착하지만(특히 아내님께) 일과 관련된 관계에 있어서는 칼이다.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무책임 한 사람은 가만두지 않는다. 불합리한 관행이나 명령에는 각을 세운다. 분명히 자기가 깜빡이도 켜지 않은 채 끼어들기를 했음에도 창문을 내려 육두문자를 날리면 가만있지 않고 되받아 쳐 주거나 조용히 내리시라고 권면한다. 내가 내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나와는 정반대인 엄마의 착하고 고운 심성과 성격을 닮기를 고대하고 기도했는데!!!!! 저런~ 딸아이는 나를 닮아버렸다. 대부분의 아기들이 좋아한다는 아기띠에서는 트위스트를 추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낮잠을 30분 이상 자는 법이 없다. 이제 목을 가누고 손에 힘이 들어가니 이것저것 만지려 하는데, 손에 잡히지 않으면 8단 고음 돌고래 소리를 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2-3층 아래에서도 딸아이의 고주파를 들을 수 있다. 낮잠을 도통 자지 않으니 젖을 물리면 잔다. 젖을 충분히 먹지 않으니 잠을 충분히 잘 수 없고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니 기분이 좋지 않다. 물론, 내 새끼고 이제껏 매일 저랬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육아에 있어서 최대한 아내를 돕고, 안타깝게 내 성격을 빼닮은 딸아이와 하루 종일 씨름한 아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은 선의였다. 한 달 전부터는 아예 내가 데리고 잔다. 새벽에 깨면 아내는 젖을 물리러 나와야 하니, 아예 내가 데리고 자는 것이다.

 

그러니!!! 책을 읽을 시간이 나지 않는다. 불과 4월 중순까지만 해도 퇴근하면 씻고 아내와 대화한 후, 마음껏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블로그를 할 수 있었다. 일찍 잠든 날은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 공기와 함께 책을 읽었다. 일을 하다가 짬이 나도 책을 읽었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 그럴 수 없다. 월차를 내는 날 목욕탕에 가고 이발을 한다. 6월 이후부터 이발을 할 때마다 꾸벅꾸벅 존다. 머리를 해주시는 선생님이 몇 번을 깨우면서 이발을 해주신다. 일을 하다가 짬이 나면 엎드려 잔다. 퇴근하면 온전히 아이와 시간을 보낸다.

100일을 전후해서 조금씩 시간이 확보되기는 하지만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블로그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목을 가누고 새벽에 두 번 정도 밖에 깨지 않는 것이 감격적이지만 이가 나고 뒤집기가 완전해 지면 또 다시 새벽에 잠을 몇 배로 설쳐야 한다니... 벌써부터 오금이 저려 온다.

헤르만 헤세 형님은 참 좋겠다. 이 책 「헤르만 헤세의 사랑」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어~!’싶었다. 그런데 중간으로 갈수록, 뒤로 갈수록 지금의 내 모습과 오버랩 됐다. 원래 눈이 커 짙게 드리워져 있던 다크써클은 이제 뺨을 덮는 지경이다. 새벽에 몇 번씩 깨는 탓에 얼굴을 푸석하기 이를 데 없다. 눈은 흐릿하고 요사이 기억력조차 감퇴되는 듯하다. 무! 엇! 보! 다! 책을 읽을 수가 없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이후로 책은 ‘삶의 낙이자 활력’이었다. 취미가 아니라 특기였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 배고픈 것도 잊고, 잠오는 것도 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세계적인 문호, 헤세 형님의 삶이 아주 조금 이해되기 시작했다. ‘오죽 답답하고 귀찮았으면’ 싶었다.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줄기차게 강변했던 헤세는 세 번이나 결혼식을 올렸다.” (p.8)

 

<마리아>

“1904년 여름, 헤세는 마리아 베르누이와 결혼식을 올린다. 그녀는 시인 헤세보다 아홉 살이나 더 많았다.” (p.29)

“헤세의 변덕 때문에 쉽지 않았던 결혼 생활은 아이 때문에 한층 더 힘들어졌다.” (p.65)

“그녀는 헤세의 변덕과 화증을 이해하고 포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제 아내는 이달 말쯤 아이를 출산할 예정입니다. 출산이 순조롭게 끝나면 저는 지체 없이 여행을 떠나려고 합니다.” (p.107)

“헤세가 직면한 문제는 언제나 똑같았다. 은둔자적 평화를 추구하는 그에게 가족은 창작과 사유를 방해하는 존재일 뿐이었다.” (p.148)

<루트>

“루트와의 관계가 지금처럼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진실하고 아름다운, 하지만 자유로운 관계 말입니다.” (p.271)

“루트는 친구도 동료도 원하지 않았다. 그녀가 원하는 건 사랑하는 사람, 남편이었다.” (p.284)

“루트는 헤세가 찾아오기를 바랐지만 그는 오지 않았다.” (p.315)

“헤세는 단 한 번도 루트를 문병하지 않았다.”

<니논>

“니논은 헤세의 편안한 휴식처가 되고자 했다. 그녀는 ‘나의 불쌍한 아이’ 헤세를 위해 어머니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p.335)

“헤세는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 불임수술을 받기도 한 것이다. 니논에게 그의 아이를 갖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결정한 일이었다.” (p.371)

“헤세는 ‘평온하고 소박한 삶이 완전히 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여전히 결혼을 꺼렸다.” (p.407)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강변했던 헤세는 세 번이나 결혼했다. 중요한 것은, 결혼을 하고도 자기 마음대로 살았다. 이야~~~ 상남자다~!!!!

이달 말쯤 아이가 태어나는데, 지체 없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남자.

두 번째 부인이 된 여인과 결혼은 하지만 자유로운 관계를 원하는 남자. 상 남자다.

그의 세 명의 부인은 마리아, 루트, 니논이다. 세 명 모두 진정한 헤세의 아내, 여자가 되고자 했다. 병약하고 신경질적이고 괴팍한 헤세를 위해 참고 또 참는다. 맞춰주고 또 맞춰준다. 하지만 우리의 상남자 헤세 형님은 그 정도 따위 ‘아웃 오브 안중’이다. 하고 싶은 대로 산다. 날씨가 추우면 아내와 아이들을 내버려 둔 채 따뜻한 남쪽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아내가 엄청나게 아파 병원에 입원해 있지만 문병 한번 가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씩 그가 이해되었다. 양육은 버겁고 힘든 일이다. 나 같은 아마추어 서평가에게도 그렇고 세계적인 대문호 헤세 형님에게도 그렇다. 나 같은 아마추어 글쟁이는 적극적으로다가 양육에 참여해야 한다. 아이 양육에 버금가는 만큼의 중요한 일이 아니니까. 그러나 헤세 형님에게는 다르다. 골방으로 들어가 자신만의 세계에서 자유로운 창작의 혼을 불사르면 엄청난 작품이 탄생한다. 공전의 히트를 치고 돈을 벌게 된다. 책에서도 여러 번 저택을 구입해 이사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때에 따라, 마음에 따라 여행을 다니는 것을 보면 꽤 돈을 벌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해되지 않는 처사가 더 많다. 애초에 결혼을 하지 않기로 했으면 참으면 될 것을, 여러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고 힘들게 했다. 그의 영혼의 친구 랑 박사에게 털어놓는 것처럼 자유롭고 싶고, 얽매이기 싫었다면 아예 독신으로 살았으면 될 일을 복잡하게 만든 것은 본인이다.

 

 

“헤세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부드러워지고 너그러워졌다. 반면 니논은 점점 더 예민하고 신경질적으로 변해갔다.” (p.486)

 

늘그막에야 헤세는 부드러워지고 너그러워졌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그렇기 마련이다. 왜 젊은 날 바람 바람 바람 하다가 마지막에 늙은 채 돌아가는 곳은 조강지처라 하지 않나. 물론, 헤세는 조강지처에게 돌아간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 부인 니논의 예민한 성격을 받아주며 노년을 보낸다. 첫 번째 부인인 마리아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과 손주들을 만나는 것이 노년의 큰 기쁨이었다고 하니, 헤세도 별 수 없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헤세 사후, 아들들과 마지막 부인 니논 사이에서 유산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는 것도 뭐 사람 사는 꼴이다. 대문호의 자식과 부인이라고 해서 도덕적으로 우월하거나 한 것은 결코 아니니까.

 

이 책을 읽으며 헤세를 비난하기도 하고 이해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비록 좋아하는 책을 읽지 못하고 글을 쓰지 못하고 블로그를 할 수 없지만 세상의 가장 귀한 딸아이와 노는 행복을 알게 되었다. 밤새 잠들지 않아 ‘내게 부성(父性)이 없는 것은 아닐까?’ 진지하게 걱정할 정도로 딸아이에게 짜증을 낼 때도 있었지만, 아침에 일어나 얼굴 전체 근육을 이용해 함박웃음을 보여주면 샤르르~ 모든 걱정도 짜증도 녹아 버린다. 목을 가누고 엎드려 장난감을 바라보고, 젖을 먹으며 발가락 전체를 오므려 힘을 주면, 작은 대야에 앉아 물장구를 치면, 잠들기 직전 특유의 이상한(?) 소리로 엄마 아빠의 배꼽을 잡으면 그깟 책 좀 못 읽고 글 좀 못 쓰고 블로그 좀 못해도 괜찮다. 출판사에 블랙리스트로 올라가면 그만이고, 글 실력이 뚝뚝 떨어지면 그만이고, 블로그는 안 하면 그만이니까.

흐흐흐(이건 웃는 것도 아니고 안 웃는 것도 아니다)

 

늘그막에야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며 꼰대질하지 않고 지금 자라는 그 모습을 가까이에서 함께 하고 싶다. 함께 아이를 기르며 아내와 더 친근해지고, 아이와 마음을 같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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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세상의중심예란

    ㅋㅋ 절대 결혼 않겠다고 하고선 세번씩이나?
    슈퍼작살님~~ 풍성한 명절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2014.09.07 03:22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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