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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그릴스 뜨거운 삶의 법칙

[도서] 베어 그릴스 뜨거운 삶의 법칙

베어 그릴스 저/김미나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인간과 자연의 대결(Man VS Wild)을 한 번 본 성인 남성들 대부분은 그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가공할 만한 위력의 자연과 그 자연을 극복하려는 무모하고 정신 나간 것 같은 주인공이 주는 묘한 매력에 흠뻑 빠질 것이다. 나도 그랬다. 결혼 전 나의 특기 중 하나는 TV채널 무한반복 돌리기였다. 리모컨을 쥔 채 순식간에 채널을 변경하면서도 후다닥 지나가는 찰나를 통해 어떤 채널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는 지 간파할 수 있었다. 인간과 자연의 대결을 처음 본 것이 언제쯤이었는지 특정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놀라웠다. 내 눈과 리모컨을 쥔 손가락을 멈추게 했던 그 장면은 바로, 폭포로 뛰어드는 한 사내의 모습이었다. 아무런 보호 장비도 없이, 하다못해 물안경 하나 쓰지 않은 채, 등에 매고 있던 배낭을 배 앞으로 쥔 채 적어도 20여 미터는 넘어 보이는 정글의 폭포 아래로 뛰어드는 그의 모습이었다. 폭포 아래로 고꾸라진 채 몇 초 동안 반응이 없다가 갑자기 물 밖으로 고개를 쳐들며 나오는 그의 모습에 경악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생각했다. ‘저거 어떻게 찍은 거지? 설마 카메라맨도 같이 뛴 거야?’

단번에 내 마음을 사로잡은 그 프로그램을 검색했다. 케이블 채널의 시답잖은 수십 개의 채널 중 ‘디스커버리’채널을 알게 되었고, ‘디스커버리’의 편성표를 꿰게 되었다. <인간과 자연의 대결>의 주인공이 ‘베어 그릴스’라는 사람이고 그가 영국의 최강 특수부대 출신이며, 특수부대 복무 중 입은 척추부상으로 전역한 사람이라는 것은 검색으로 쉽게 알게 되었다. 내가 그 프로그램을 처음 보기 전부터 이미 시즌이 여러 번 진행되고 있었고, 한국의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당연히(?) 안티들도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궁금하게 생각하던 것을 확신하는 추측들이 대부분이었다. ‘프로그램의 처음부터 끝이 시나리오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다, 교묘한 CG로 실제처럼 만든 것이다, 베어 그릴스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등 등. 그도 그럴 것이 <인간과 자연의 대결>을 몇 편만 보면 웬만한 블록버스터 영화 몇 편 본 것과 맞먹는 스펙터클과 짜릿함을 경험할 수 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억만금을 주어도 가지 않을(억만금을 준다고 하면 가려는 사람들은 있을 수도 있겠다^^;;) 위험한 곳에 덩그러니 떨어진다. 헬기로 떨어지기도 하고 비행기에서 떨어지기도 하며 배에서 떨어지고 한다. 일정한 방향과 목표도 없이 그냥 맨몸으로 살아남는 것이다. 최소한의 옷과 배낭, 맥가이버 칼 정도가 전부다. 자는 장소도, 먹는 음식도 모조리 혼자서 해결한다. 악전고투를 거친 후 프로그램의 마지막은 인가를 발견하거나, 지나가는 차를 발견하거나, 근처에 있는 배를 발견하는 것으로 끝난다. 순수한 팬심으로만 보면 떨어지고, 구르고, 구더기나 뱀을 잡아 먹고, 사막과 폭포와 정글과 화산과 황무지를 몸으로 이겨내는 주인공 베어 그릴스에게 감정이입하면서 안타까워하고 아파하고 짜릿해 하고 다행스러워 한다. 하지만 순수하지 않은 깐깐한 안티 시청자의 눈으로 보면 이 프로그램만큼 시나리오가 절묘한 프로그램이 없다. 어쨌든 결국에는 살아남으니까.

 

<인간과 자연의 대결>에 대한 안티들이 펼쳐 놓은 음모를 보다 보면 ‘세상 믿을 것 하나도 없다.’라는 결론에 이르고 말 것 같아 나는 더 프로그램의 열혈 팬이 되기로 했다.

사람의 자극과 흥미라는 것이 얼마나 간사하고 변화무쌍한 것인지, 시즌이 거듭되고 내가 본 에피소드가 늘어날수록 ‘에이~ 더 엄청난 곳 없나?, 에이~ 베어 형~! 거기서는 더 리얼하게 했어야지~ 몸을 사리고 그래~’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인간이라는 작은 지옥(김영하 산문 「보다」중에서)

차츰 챙겨보는 횟수가 줄어들고, 결정적으로는 결혼해서 신혼집으로 이사한 다음부터는 ‘디스커버리’채널이 나오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인간과 자연의 대결>과 베어 그릴스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다.

 

 

“<인간과 자연의 대결>은 이제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보는 TV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전 세계적으로 180개국에서 시청자가 거의 12억에 이른다.” (p.439)

 

<인간과 자연의 대결>이 유명하다는 것 정도는 대략 알고 있었지만 전 세계 180개국에 12억의 시청자가 있었다는 것은 몰랐다. 정말 그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앞서도 말했지만 남성 시청자들이라면 대부분 베어 그릴스에게 감정 이입하며 빠져들 만한 프로그램인데, 여성 시청자들에게는 별 감흥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아마 12억의 시청자들 중 8억 이상은 남성 시청자일 것이다.

 

 

“그리고 높이에 대한 것이 있다. 등산을 하거나 헬리콥터에 매달려 있을 때 나는 공포에 사로잡혀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 내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멀쩡하다가 바로 다음 순간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고 있다.” (p.455)

 

이 책 「뜨거운 삶의 법칙」을 통해 정말 오랜만에 베어 그릴스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으로 단번에 읽어 내려간 이 책의 주제는, “나 베어 그릴스도 평범한 사람이오.”이다.

목차를 보기 전 나는 추측했다. ‘<인간과 자연의 대결>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겠지? 내가 봤던 에피소드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라고. 아니었다. 베어형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자신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얘기에서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그의 유년시절, 학창시절, 군대시절, 에베레스트 등반, 그리고 마지막이 <인간과 자연의 대결>이었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인간과 자연의 대결>에 대한 내용은 책의 분량에서 가장 적었다. 그런데 책은 재미있었다. TV화면을 통해서만 보던 베어형 자신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마치 TV화면을 통해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해들을 수 있었다. 베어형이 글을 잘 쓴 것인지, 번역을 잘 한 것인지, 편집을 잘 한 것인지 아무튼 빠져 들었다.

그가 책의 말미에 하는 말은 ‘나도 평범한 사람이다.’라는 것이다. 세상의 끝, 아무도 가지 않고 도전하지 않은 미지라서 더 두렵고 위험한 그곳을 몸 하나로 누빈 사나이가 하는 말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지만, 책의 읽다보면 그 말의 진짜 뜻을 알 수 있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지만 사시나무 떨 듯 바들바들 떨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본인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편집을 통해 시청자에게 전해지는 그의 모습은 두려움도 없고 공포도 느끼지 않는 완전무결한 용기와 모험심을 가진 사나이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베어형도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 다만, 그는 그 두려움과 공포를 가지고 도전한다는 것. 그를 제외한 대부분은 도전하지 않는다는 것.

 

 

“나는 오랜 친구인 와티의 제안을 받아들여 북인도로 하이킹과 탐험을 떠나기에 충분한 돈을 모았다.” (p.134)

“마침내 1998년 5월 26일 아침 7시 22분. 에베레스트 산의 정상이 나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반갑게 안아주었다. 얼어붙은 뺨 위로 눈물이 샘솟아 흘렀다.” (p.390)

“절대로 행운에 의지하지 말아라. 그건 그냥 선물일 뿐이야. 언제나 너만의 대안을 준비해야 해.” (p.58)

 

그는 움직였다. 당시로서는 거의 하지 않았던 북인도 하이킹,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가지고 떠난 유럽 기차 여행, 돈 한 푼 없었지만 용기와 자신감으로 후원을 받은 후 떠난 에베레스트 등정 등. 그는 움직였다. 가만히 있지 않았다. 언젠가 내게도 행운이 오겠지. 기회가 오겠지. 좋은 사람이 나타나겠지. 하며 앉아 있지 않았다.

나도 청소년들이나 주위 동생들, 지인들에게 늘 이야기 한다. 최대한 여행을 많이 떠나라고. 수백 권 책을 읽는 것과 해외여행 한 번 가는 것을 단순비교 할 수는 없지만 수많은 책에서 얻을 수 없는 경험을 한 번의 여행으로 얻었던 경험은 정말 소중하고 값진 것이었다. 그래서 늘 이야기한다. 당장 토익 점수, 고시 공부, 취업 준비 중요하지만 인생에서 몇 개월은 정말 짧은 시간이다. 그 시간을 투자해서 남은 수십 년의 인생을 살아가는 좋은 깨달음을 얻으라고. 내게도 그런 말을 해주는 이가 있었다면 더 일찍 해외로 떠돌아 다녔을 텐데. 아무튼 베어형은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그가 그토록 힘들게 들어간 영국의 특수부대에서 부상을 당한 후 절망하거나 삶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또 다른 도전에 대한 근질거림 이었다. 움직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이니까.

 

 

“현실적으로 그다지 어려운 결정을 아니었다. 속으로 나는 이미 가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나는 한 번도 그 ‘실패’라는 늙은 협잡꾼 놈 앞에서 겁을 먹고 꼬리를 내려 본 적이 없다.” (p.291)

“아버지는 늘 인생에서 진실로 중요한 것은 ‘꿈을 좇으면서 친구들과 가족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p.122)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중요한 삶의 지침 하나를 얻는다. ‘꿈을 좇으면서 친구들과 가족을 지키는 것’ 무슨 결정을 하고 무슨 선택을 하든, 그것의 기준은 바로 가족과 귀중한 친구들이 되어야 한다는 것 말이다. 가장이 되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되고, 정말 소중한 친구들과 만나면서 최근 나의 가장 큰 화두였던 물음에 대한 답을 찾게 되었다. 베어형 아버지 감사 베리 땡큐~!!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지만 평소 같지 않게 긴장감이 밀려온다. 뭔가 꺼림칙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나 나는 그 알 수 없는 내 안의 속삭임을 무시한다. 일을 하러 갈 시간이다.” (p.9)

 

베어형도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이 책이 자서전 비스무리한 면이 없지 않아 있어 책의 내용 전부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야 할지 여부는 책을 읽는 각자가 판단할 몫이다.

분명한 것은 베어 그릴스는 움직이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에베레스트를 등정할 때에도, 매 에피소드마다 겪는 두려움과 긴장감, 알 수 없는 꺼림칙함 앞에서도 맞섰다는 것. 물론, 굉장한 출연료를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은 하게 되지만^^;; 적어도 나에게 <인간과 자연의 대결>의 새 시즌 주인공 제의가 들어온다면 나는 하고 싶어도 못한다. 헬기조차 타보지 않았는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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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위에서

    인간과 자연의 대결에 주인공 제의를 받아들일만한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_-;;
    아무리 CG가 포함되었다고 해도 보통 사람은 불가능한 일들을 해내는데 안티를 왜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전 안티가 있는지도 처음 알았네요) 인정할 건 인정해줘야지 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참 좋아했던 프로인데 요새는 안 하는 거 같던데. 뒤져봐야 할까요.. ㅎㅎ

    2014.11.12 17:0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후안

    이 프로 한번 봐야겠네요. 처음 들어본 이름이고 처음 들어본 프로입니다.
    존경스러운 사람이네요.

    2014.11.13 16:46 댓글쓰기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