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만우절 . 윤성희 . 문학동네
따뜻한신발을신
동화속주인공을상상하던
나는뭐가되었을까 ?
/ 55 . 여섯번의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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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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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지금누군가날본다면
비도오지않았는데
옷이젖은걸
이상하게여길것만같았다
젖은옷이
몸에달라붙었다
속옷이비칠것이다
누가보면어때
나는
창피해하지말자고생각했다
여름방학때는
누구나물놀이를하는법이니까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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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번의깁스
응급차에실려가면서
나는이정도사고면
갈비뼈는부러졌을거라는
생각이들었다
재수없으면
엉치뼈나다리가
부러졌을것이다
이번이여섯번째네
지금까지살면서
나는네번의절교와
한번의파혼을당했다
네번의절교와
한번의왕따를당한뒤
선물처럼찾아온
단짝친구의죽음과
아버지의죽음을겪었다
두번이나이직을했고,
스트레스로탈모를겪기도했다
그리고
마침내여섯뻔째로
뼈가부러지는사고를당했다
그렇게애를써서
나는그냥어른이되었다
그생각을하자
헛웃음이나왔다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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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기억
그리고그딴생각하지마요
그러면불면증걸려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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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밤
너무걱정하지말라고
곧누군가
땡하고외쳐줄거라고
얼음땡놀이란
그런거라고
누군가땡하고말해줘야
집에갈수있는거라고
그러자
청년이웃었다
흐흐흐,
그렇게웃었다
조금있으면
구급대원이도착할거예요
그러면
제가땡이라고말해줄게요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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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꾼꿈
나는막대기를저으며
속으로주문을외웠다
아들따라다니는
꼬마유령사라지게해주세요
딸이일이주일에
한번씩전화하게해주세요
지후에게막대기를건네주며
나는속으로주문을외웠다고말했다
"무슨주문인지말해주면안돼요?"
지후가물어서
나는지후의귀에대고속삭였다
"할머니가되고싶다고빌었어
손주가태어나면
구연동화도해주겠다고"
지후가올해주문이성공하면
내년에도같이하자고말해서
나는그러자고했다
새끼손가락을걸고약속을했다
그러자이모든게
내가어젯밤꾼꿈처럼느껴졌다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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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기억
그러면서
뒤늦은후회를했다
민정의소식을들었을때
화를내면안되었다
걱정을했어야했다
자신이그것밖에
안되는놈이라는사실때문에
정민은실망스러웠다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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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꺼풀
세상에,
눈꺼풀이너무나무거웠다
이무거운눈꺼풀을
들어올릴수만있다면
앞으로뭐든지
할수있을것만같았다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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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미워하지않는밤
정말,
정말좋았어요
그순간이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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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그날이후·······
뭐랄까,
마음에커다란구멍이뚫린것만같아
블랙홀같은거
조금만잘못해도
그안으로빨려들어갈것만같았어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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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스위치같은거야
그렇게이상한놈이되는건
버튼하나로
왔다갔다하는거지
그러니
스위치를잘켜고있어야해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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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만우절
"오빠도, 순진도하지 . 그걸믿고"
그러면서고모가또웃었다
그말에엄마도웃었다
두분이하도기분좋게웃어서
나는고모가계속계속
거짓말을해주길바랐다 /300
++
첫단편부터
마지막단편까지
한장한장
소중히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