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이다.
이번 여행이 왜 시작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하고 있다.
울 서방님은 평생 청승떨며 사는 인생이면서 뭘 그러냐고 비야냥 섞인 응원을 보냈는데
나 또한 내가 여기, 왜, 혼자서 와 있는지, 뭐 하는 짓인지 약간의 후회가 든다.
문제의 발단은 삼실에서의 스트레스였다.
큰 행사를 앞둔 직원이 갑자기 휴직을 낸다 하는데
(그 녀석이 있다 한들 별 도움은 안되지만...)
앞으로 내가 닥쳐서 해야 할 일이 막막하였고
하나님은 여전히 나를 버리시지 않고 나에게 또다시 엄청난 일거리를 주는구나 억울했다
매년 몇차례씩 해외를 나다니다가 올해는 일 때문에 한번도 못 나간 것이 억울했고
내 맘 몰라주는 그 사람에게도 벗어나고 싶었다.
(난 이렇게 억울한 것이 많은지..이것도 일종의 정신병인가보다)
솔직히는 그냥 조용히 잠수타고 싶었는데
국내에서는 어디에서라도 잠수탈 수 있는 환경이 안되다보니
억지로라도 물리적으로 이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월요일에 갑자기 예약하고 오늘 목요일밤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여행지는 베트남 하노이.
이것저것 생각하기 싫어 패키지 신청을 했는데
급하게 예약하는 바람에 나 혼자 단독 호텔에 독방을 써야한단다
워낙 자유여행을 즐기는 편이라 별 무서움을 없지만
이게 진짜 뭔 청승인가 하는 생각에 비행기를 기다리며 눈물 한방을 뚝 흘리고
마음을 다스려본다.
머릿속 비우고 3일 잘 끌려 다니다 오자
그 다음일은 그 다음에 생각해 보자
어떻게든 되겠든
어차피 잘 하지 못할 일이라면 깔끔하게 포기하고 나오라는 남편의 충고를
다시 곱씹어 보는 것으로 이번 여행의 목적을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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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호텔이다
이곳 시각으로 새벽2시에 하노이에 도착하여 호텔에 몸을 뉘우니 새벽3시반정도 되었다.
밤 비행기가 피곤하다.
나이 더 먹어서는 비행기값이 비싸더라도 몸 싸이클에 맞추는 것이 좋겠다
팩키지 여행이라서 다른 일행이 있을 줄 알았는데...푸훗
나를 위한 전용차에, 나만을 위한 기사, 가이드 2명이 오롯이 나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급대우인 것 같긴 한데 좀 미안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낯선곳에서 몸을 맡기니 제대로 잠을 이루기가 어렵다
잠깐잠깐 선잠을 자고 일찍 일어나 목욕을 하고는 아침을 먹었다.
모처럼 호텔 조식을 즐기니 기분이 째진다
난 역시 호텔체질이다.
역시 밖에 나온 기분, 여행 온 기분이 들어 몸은 피곤해도 좋다.
모든 일 잊어버리고 오늘을 즐겨보자,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