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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 해피엔딩

[도서] 멜랑콜리 해피엔딩

강화길,권지예,김사과,김성중,김숨,김종광,박민정,백가흠,백민석 등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박완서 작가의 8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한국대표작가 29인이 모인 짧은 소설집이다. 박완서 작가의 짧은 소설집 《나의 아름다운 이웃》의 2019년 리커버판과 함께 나왔고, 나는 작정단 3기 덕분에 그 소설집과 이 책을 함께 읽게 됐다.


 소설집에 실린 '콩트 오마주'들은 박완서 작가의 소설에서 느꼈던 시대상 혹은 여성의 시선을 그대로 담고 있거나, 박완서 작가를 회상하고 동경하거나, 박완서 작가를 그리워하는 소설들이다. 다수 작가들의 다양한 문체로 짧은 소설을 읽을 수 있단 점에서, 독서하는 내내 지하철이나 카페 등의 일시적인 장소에서 금세 좋은 단편영화를 읽어내리는 기분이었다.


 29인의 작가 중에 내가 이미 좋아하고 있던 작가가 참 많았다. 읽기 전에 가장 기대했던 작가들은 김성중 작가, 김숨 작가, 박민정 작가, 손보미 작가, 이기호 작가, 조남주 작가, 조해진 작가였다. 내가 한 번이라도 단편이나 장편을 읽어본 적 있는 작가일수록 더욱 기대가 됐던 것이 사실이다.


 독서를 끝마친 뒤, 내가 기대했던 작가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은 김성중 작가의 <등신, 안심>, 김숨 작가의 <비둘기 여자>였다. <등신, 안심>은 권태로운 부부를 그린 소설이고, <비둘기 여자>는 토사물이 뒹구는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비둘기에 자신을 빗대는 소설이었다. 두 소설 다 여성의 자기혐오적인 시선과 현대 사회의 일면이 돋보이는 작품이란 점에서 공통점을 지녔다. 인상적인 문구를 한곳에 꼭 적어두고 싶은 소설이기도 했다.


 아마 이 짧은 소설집의 제목은 백민석 작가의 <냉장고 멜랑콜리>와 백수린 작가의 <언제나 해피엔딩>에서 각자 따온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냉동고의 비율이 큰 냉장고를 찾아 헤매는 웃픈 멜랑콜리와, '엔딩이 어떻든 언제나 영화는 다시 시작한다'는 해피엔딩을 향한 희망. 박완서 소설이 우리에게 안겨줬던 감상도 그런 것이 아니었나. (덧붙이자면, 난 이 소설집에서 <언제나 해피엔딩>이 가장 좋았다.)


 올해가 지나기 전에, 박완서의 단편집 외에 장편 소설 하나 더 꼭 읽어봐야겠다. 이렇게 위대한 작가를 이제야 알게 되다니, 스스로가 참 안타깝고 머쓱하다.


만 원에 일곱 장하는 돈가스는 ‘가정의 평화’라는 성찬식 풍경을 완성하며 저녁 식사로 준비될 것이다. 그들은 서로에 대한 미움을 감춘 채, 가엾고 무해한 자기 딸의 평화에 금이 가지 않도록 고기를 질겅질겅 씹을 것이다. 이것이 비극보다 오래가는 시트콤의 힘이라고, 나 자신의 인생이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얼마나 산문적인가. _ 김성중, <등신, 안심>


˝한 마리 사랑스러운 비둘기 같다고 했어요.˝ _ 김숨, <비둘기 여자>


 ˝그 시기만 지나면 그런 불안한 마음은 괜찮아지나요?˝

 민주의 질문에 박 선생은 아무런 말없이 웃더니,

 ˝엔딩이 어떻든, 누군가 함부로 버리고 간 팝콘을 치우고 나면, 언제나 영화가 다시 시작한다는 것만 깨달으면 그다음엔 다 괜찮아져요˝하고 말했다. _ 백수린, <언제나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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