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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호

[도서] 호호호

윤가은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윤가은 감독의 영화 <우리들>에서는 주인공 어린이 '선'이 동생 '윤'을 타박하는 장면이 있다. 윤이가 자길 때린 친구랑 허허실실 놀고 있다고 근황을 말하자 이에 선이가 너는 자존심도 없다며 발끈한 것이다. 선이는 억울하고 화나는 마음을 감추지 않으며 동생에게 '너도 때렸어야지' 하고 응수의 방법을 권한다. 그러자 윤이가 말한다. "그럼 언제 놀아? 연호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연호가 때리고 그럼 언제 놀아? 나 그냥 놀고 싶은데." 윤가은 감독의 첫 산문집을 읽으면서 자꾸만 윤이의 이 대사가 생각났다. 저항 없이 웃게 되는 윤이의 대사처럼 '놀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고 순간순간에 충실한 책이었다.

이 책을 통해 윤가은 감독의 의외의 모습을 맘껏 발견할 수 있어 더욱 재미와 공감을 느끼기도 했다. 내겐 정말 멋진 영화를 만드는 감독 중 한 사람이고 '자신만의 재능을 잘 알고, 굳게 믿고, 훌륭하게 키워나가는 이들' 중 한 명이라고 여겨지는 예술인인데, 스스로는 시나리오를 너무 못 쓴다고 재능이 없다고 자책한다든지, 자신의 재능을 끊임없이 회의한다든지, 그래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인생의 답을 찾는 여정도 경험해봤다든지.

특히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무작정 걷고 또 걸었다는 윤가은 감독을 보면서, 나보다 훨씬 앞에서 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똑같은 우울에 빠지는구나 싶었다. 감독이 지나온 처절한 한때가 나의 못난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되는 한편 내 머릿속 존경의 언어들을 눈에 보이는 선물 주머니로 승화할 수 있다면 감독에게 잔뜩 건네주고픈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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