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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춘당

[도서] 옥춘당

고정순 글,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새로운 그림책을 읽어보고자 고르게 된 책. 이 이야기는 고정순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이 바탕이 된 이야기다. 작가는 조부모를 주인공으로 하고, 유년 시절의 기억을 바탕으로 하여 픽션의 요소를 첨가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주인공은 전쟁고아였던 고자동 씨와 김순임 씨. 그들은 삼남매를 낳았고 개중 장남 고상권 씨가 화자 ‘나’의 아버지가 되었다.

나는 방학 때마다 할아버지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엄마 아빠와 다르게 금슬이 좋은 부부였다. 낯가림이 심한 할머니와 다르게 할아버지는 쾌활한 성격이었고, 따라서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남편인 동시에 그의 유일한 친구였다. 서로에게 다정했던 이들은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술집여자들’에게 기껍게 세를 줄 만큼 친절한 이웃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들에게 비극이 찾아왔다. 통증을 느낀 할아버지가 병원을 찾았을 때 그는 이미 폐암 말기 환자였고, 선고 후 6개월이 흐른 화창한 초여름 할아버지는 숨을 거두게 된다. 할아버지가 죽은 후 할머니는 말을 잃었다. 그리고 시간이 멈춘 집에서 치매를 앓기 시작한다. 의사는 할머니를 ‘조용한 치매 환자’라고 정의했다.

[말을 잃고 아무 때나 잠드는 할머니를, 의사는 조용한 치매 환자라고 했다. 할머니는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이곳의 시간에는 관심 없는 사람 같았다.]

할머니의 성숙한 지성은 완전히 무너졌고 아기와 같은 상태가 되었다. 할머니를 종일 돌볼 가족이 없었기에, 할머니는 결국 요양원에 들어가게 된다. 나는 요양원 사람들로부터 이런 말을 듣고, 생각한다. ‘할머니는 가끔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였다는 사람들 말에, 나는 오직 한 사람을 떠올렸다.’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해졌고, 그의 몸에선 점점 시간이 빠져나갔다.

[요양원 사람들 말로는, 할머니는 종일 동그라미를 그리며 보낸다고 한다.]

종국에 할머니는 요양원 생활 10년 만에 세상을 뜨게 된다. 이 해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20년이 되는 해이기도 했다.

그림책에선 돌아가신 할머니가 요양원 침대에서 일어나 다시 젊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생을 떠난 할머니는 버릇처럼 모래 위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다. 그러자 익숙한 얼굴의 할아버지가 어딘가에서 나타나 할머니에게 다가온다.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만나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눈가가 절로 뜨거워졌고, 늦게나마 부부의 안식을 가슴 깊이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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